"선생님! 학원보충이 있어 오늘 방과후학교는 못해요"를 듣고 생각해 본다

교사가 쓰는 한 주간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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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철(akshdtoa)등록 2019.03.21 07:59
 요즘 대다수의 인문계 고교에서는 방과후학교가 거의 없어져 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동시에 자기주도학습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고 보니 유야무야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심지어는 학교 보충을 신청하고도 학원에서 보충이 있어 갑자기 오라고 하면 학교보충은 안하고 학원보충으로 달려가는 사례도 나타나곤 한다. 학교 교육은 이제 학원을 뒷받침해 주는 시녀 역할로 탈바꿈 돼 가고 있는 것이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새로운 대안이 없이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시대상의 흐름으로 치부하고 도구과목 학습은 학원의 책임으로 돌리고, 대수능은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도록 학부모에게 홍보라도 열심히 해야 하나? 이 상황에서 교통정리는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천문학적인 숫자로 계속되는 엄청난 사교육비 문제를 언론에서 계속적으로 보도하는 의미심장한 이유는 또 무엇을 암시하는 것인가?

 대입시 문제를 학교 내신에 맞추어 추진하든지 대수능에 맞게 진행시키든지 양자 선택의 길로 가야 한다. 로타리 한가운데 서서 '열 십 자 한 복판에 내가 섰소'라고 외쳐야만 할까? 내신 중심으로 학생을 교육시키는 취지는 사교육을 방지하고자 함인데, 대학에서는 입학생들의 수준이 낮다고 아우성이고, 대수능 쪽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자 하니 학생들은 남아도는 대학들도 많은데 굳이 어려운 대수능을 치르기 위해 사교육에 투자하면서 공부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대수능의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한다고 SKY를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대수능에 우수 등급을 맞춘다고 하여 명문대에 손쉽게 입학하는 것도 아니다. 현장을 지키는 교사는 말 할 수 있다. 각 학교 저녁 자기주도학습 실태를 우선 살펴보라고. 심지어 3학년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수보다 저학년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대입시는 수시 방향으로 틀을 잡아 수정하고 보완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불만이 없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남아도는 대학을 두고 고등학교 일선에서 보충이다 자율이다 하면서 더 강하게 시킬 것이 아니라 이제는 대학 교육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여 정말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융합교육, 창의교육 하면서 고교 현장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고교 현장에서 학생은 학원으로 치닫고 있는 길을 가로막고 공교육에 힘을 보탤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요, 학교 교육 정상화는 꿈의 산실에 불과하다. 수시 전형이 보편화되어가는 방향으로 자리잡히지 않고 있는 한, 금호 공고 실패, 과학고 실패, 민사고 실패 등과 같이 공교육의 정상화도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달려가는 현실을 막고자 하니 학생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교육청은 아우성이고, 학교는 학생들의 진학에 자유방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음에 좌불안석이고, 학부모는 걱정만 가중되어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시늉으로 사교육에 투자하여 자녀를 학원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현실 탈출구는 어디일까?

 계절은 봄으로 접어들어 새로운 희망의 싹들이 피어오르는데, 학교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보다 만성화된 입시정책에 매몰되어 고뇌에 고뇌를 더하는 상황에서 하강이미지만 돋보일 뿐이다. 시간이 흘러 수능시기가 되면 학교 컴퓨터에 깔려 있는 입시사이트를 통해 나타나는 데이터대로 학생들을 안내하는 입시 로봇 교사 역할을 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는 교사의 마음은 또 어떻겠는가? 아무리 입시가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다고는 하나 관리자와 일선 교사들이 대입시 방안을 학교 나름의 규칙과 방향을 잡고 학생을 이끌어 나가면 과연 학생들의 마음이 학원 쪽으로만 움직일까? 일과를 마치고 정문을 나서는 일반계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공장 노동자들이 정시 퇴근 시간이 되어 쏟아져 나오는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학원과 학교의 공존, 방과후학교와 위탁, 국영수 과목 중 수학 무학년제 도입, 기초학력부진아 대책 마련 등이 오늘의 학교 과제다. 그렇지만 갈수록 무너져 가는 학교 방과후학교는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자기주도학습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여교사들이 많은 학교 현실을 고려하여 방과후학교 개설도 홈 수쿨 형식으로 전환시켜 진행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아니면 유튜브를 이용해 자기의 강의를 띄워 놓아 듣게 하는 방안도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변화되어 가는 추세에 맞게 새로운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지만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학교가 혜성처럼 나타나지 않아 모두가 시대의 흐름이라고만 생각하고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교육청에서도 학교에서도 교사들도 새로운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학교 입시 대안도 빈익빈을 만들어가는 사교육 제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입시 결과에 안일한 자세를 취할 수 없다. 입시 결과가 좋은 학교에서는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의 성적부터 달라진다. 우수한 학생이 몰려들면 선생님도 가르치기에 힘이 솟는다. 유능한 관리자는 학교를 빛내고 우수한 교사는 학생을 빛나게 만든다. 학교를 도서관처럼 학원처럼 포용하는 방안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을까? 시중에 도서관은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학원도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학생을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스터디 카퍼 도서관, 음악 도서관, 열람식 폐쇄식 겸용 도서관 등등이 있는가 하면, 학원은 수준별 인터넷 강의, 자기주도학습 형식을 도입한 수준별 컴퓨터 평가 온오프 시스템 등등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학생이 이런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데도 학교에서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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