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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슈퍼서브는 누구일까... 콩푸엉보다 '박용지'

[2019 K리그1] 상주 상무 2-0 인천 유나이티드 FC

19.03.17 14:19최종업데이트19.03.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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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분, 인천 유나이티드 허용준의 오른발 중거리슛 순간 ⓒ 심재철


축구장의 인연은 축구공이나 축구화 가죽 그 이상으로 질기다. 유독 질긴 인연의 두 팀, 상주 상무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상주에서 만났다. 후반전에 들어온 상무의 박용지가 결승골을 넣었는데 하필이면 친정 팀 인천의 골문이었으니 활짝 웃지도 못했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거수 경례를 올려붙였다.

게임 시작 전에는 11기 신병들의 전입신고식이 거행됐는데 센터백 김대중과 미드필더 한석종이 늠름하게 섰다. 그들은 지난 해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살림꾼들이었으니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인천에서 버스 3대를 타고 멀리까지 응원하러 온 서포터즈는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러 면회 온 가족의 심정으로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박용지, 친정 팀 인천 유나이티드 울리다

김태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상주 상무가 16일(토)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내리 두 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거두고 3연승 단독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시작은 인천 유나이티드가 좋았다. 2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홈 팀 상주 상무를 겁내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 눈에 띄었다.
  

89분, 상주 상무 골키퍼 윤보상이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을 듬직하게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이라크 국가대표 미드필더 하마드의 오른발 슛(18분), 왼쪽 풀백 김진야의 오른발 슛(21분), 공격형 미드필더 허용준의 오른발 중거리슛(39분)이 상주 상무의 골문을 정확하게 노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기회를 골키퍼 윤보상이 기막히게 다 막아냈다. 골키퍼 윤보상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상주 상무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윤보상 덕분에 전반전을 잘 버틴 상주 상무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신창무 대신 박용지를 들여보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8분만에 박용지의 왼발 끝에서 멋진 선취골이자 이 게임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53분, 왼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낮게 깔아 보내준 크로스를 송시우가 살짝 흘려주었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용지가 왼발 인사이드 슛으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지난 2일 강원 FC와의 홈 개막전에서 66분에 교체로 들어가 8분만에 머리로 골을 넣어 상주 상무의 2-0 완승을 만든 박용지는 이번에도 역시 슈퍼 서브로서의 가치를 분명하게 입증했다. 교체 후 8분만에 득점이라는 기록까지 일치했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2020년 1월 21일 전역 예정인 박용지 상병은 원 소속 팀이 인천 유나이티드이기에 이 멋진 골을 넣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그의 바로 앞에서 재치있는 속임 동작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송시우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경기 종료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를 만나러 달려온 상주 상무 선수 셋(왼쪽부터 이상협, 박용지, 송시우)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출신 두 선수는 69분에도 동료 미드필더 안진범의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받아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아찔하게 위협했다. 박용지의 1차 슛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고, 여기서 흘러나온 공을 송시우가 왼발로 감아차는 2차 슛으로 빈 골문을 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넘어가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베트남 특급 '콩푸엉', 가능성 엿보다

후반전에 먼저 한 방을 얻어맞은 인천 유나이티드는 66분에 한꺼번에 두 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나는 가운데 미드필더 이정빈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베트남 특급 응우옌 콩푸엉이었다. 콩푸엉의 경우 지난 2라운드 경남 FC와의 홈 게임 후반전 추가 시간에 들어와서 잠깐 얼굴을 보이기만 했기 때문에 이번에 주어진 약 27분의 시간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70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응우옌 콩푸엉이 왼쪽 공간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허용준을 겨냥하여 정확한 전진 패스를 찔러주고 있다. ⓒ 심재철

 
체격 조건 좋은 골잡이 무고사가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을 맨앞에서 이끌고 있기 때문에 무고사 주위에서 공간을 파고드는 역할을 맡은 콩푸엉의 공격 재능은 4분만에 반짝반짝 빛났다.

역습 과정에서 과감한 전진 패스로 왼쪽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허용준을 빛나게 한 것이다. 이 공을 받은 허용준이 치고들어가다가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든든한 상주 상무 골키퍼 윤보상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기막히게 쳐내고 말았다.

비록 콩푸엉의 전진 패스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새로운 동료들과 어울려 상대 팀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 옵션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베트남 국가대표 공격수가 K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공격 포인트로 증명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했다.

이 동점골 기회를 놓친 인천 유나이티드는 82분에 프리킥 수비 상황에서 1골을 더 내주며 주저앉았다. 윤빛가람의 오른발 프리킥이 반대쪽으로 깊숙하게 날아들어 수비수 김영빈이 왼발 발리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 공을 반대쪽에서 기다린 주장 김민우가 오른발 밀어넣기를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89분에 직접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만났지만 골잡이 무고사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상주 상무 골키퍼 윤보상의 슈퍼 세이브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상대 팀 상주 상무의 유효 슛 숫자보다 2배나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모두 윤보상 골키퍼에게 막힌 것이었다.

이로써 상주 상무는 개막 후 3경기 전승 기록(9점, 6득점 1실점)을 만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시즌 첫 패배 기록을 남긴 인천 유나이티드는 1승 1무 1패(4점, 3득점 4실점)로 중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이어지는 4라운드에서 상주 상무는 30일(토)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가 FC 서울을 상대하게 되며, 인천 유나이티드는 31일(일) 오후 4시 빅 버드로 들어가 충격의 3패를 당하며 꼴찌에 머물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를 만난다.

2019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16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

★ 상주 상무 2-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박용지(53분,도움-김민우), 김민우(82분,도움-김영빈)]

◎ 상주 선수들
FW : 신창무(46분↔박용지), 송시우(87분↔송수영)
AMF : 윤빛가람, 이규성, 안진범(90+3분↔백동규)
DMF : 김경재
DF : 김민우, 김영빈, 권완규, 이태희
GK : 윤보상

◎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허용준, 박세직(66분↔이정빈), 하마드(79분↔김보섭), 남준재(66분↔응우옌 콩푸엉)
DMF : 임은수
DF : 김진야, 부노자, 김정호, 김동민
GK : 정산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상주 상무 58%, 인천 유나이티드 FC 42%
유효 슛 : 상주 상무 4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8개
슛 : 상주 상무 11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6개
코너킥 : 상주 상무 4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6개
프리킥 : 상주 상무 22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5개
오프 사이드 : 상주 상무 1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개
파울 : 상주 상무 21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14개
경고 : 상주 상무 2장(권완규, 송시우), 인천 유나이티드 FC 1장(임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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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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