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로 지키기 위해 '삼나무 집' 들어섰다

제주특별자치도 비자림로 공사 재개... 시민모임 "기록할 것"

등록 2019.03.20 08:25수정 2019.03.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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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삼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 노민규

  
제주특별자치도가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20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공사 중지 이후 7개월 만이다.

공사가 중지된 후 제주도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식물, 조경, 경관, 환경, 교통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전문가그룹 자문을 받아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사 구간은 총 2.94km이다. 1구간은 시점부에서 제2대천교까지 0.9km, 2구간은 제2대천교에서 세미교차로까지 1.35km, 3구간은 세미교차로에서 종점부까지 0.69km이다.
 

2018년 8월 2일부터 7일까지 비자림로 나무 약 900여 그루를 베어냈다. 이 공사로 인해 전국적으로 이슈가 확장되기도 했다. ⓒ 그린씨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게 될 기존 도로 우측의 삼나무 숲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야자수 매트 숲길을 조성하여 환경친화적인 도로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양문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비자림로 교통량 조사 결과 하루 1만440대로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교통 여건을 개선하면서도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 보존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애초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한 해명 브리핑 때, 현재 비자림로를 통과하는 차량들이 성산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성일로를 확장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중요하고 지역 발전 등 여러 의견이 있다"면서 "경과지를 변경하는 것만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 "기록을 통해 개발에 저항"
 

제주특별자치도가 비자림로 공사 재개를 발표함에 따라 19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주 시민들의 모습. ⓒ 김순애

 
한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서는 19일 오전 11시 비자림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삼나무로 만들어진 나무집을 옮기는 퍼포먼스가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모임은 성명을 통해 "지금 제주는 개발과 보존의 가치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에 비자림로 시민모임은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활동하려 한다. 우리는 싸움이 아니라 기록을 통해 개발에 저항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 모니터링단은 어떻게 비자림로가 파괴되고, 삼나무가 학살되고, 제2공항이 시작되는지 24시간 기록하려 한다"고 밝혔다.
 

비자림로의 작은 나뭇가지 모습. ⓒ 노민규

  
또한 "산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말라가는 지하수, 해녀들이 활동하지 못할 만큼 오염된 바다, 해안가로 밀려드는 플라스틱 쓰레기, 전국 최고 수준인 부동산 가격상승률.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제주의 미래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주시 – 비자림로 – 금백조로 – 성산 제2공항을 잇는 공사는 비자림로의 삼나무 학살, 금백조로의 오름과 벵듸와 곶자왈 훼손, 성산의 오름과 마을의 파괴다. 우리는 공사 현장의 무수한 생명체의 울음을 기록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은 시민 모니터링단과 함께 24시간동안 비자림로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 노민규

 
성명 발표 이후 서귀포시민 그린씨는 발언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에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남겨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역할이며 책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며 "부디 청정 제주가 사라지지 않도록, 도로광 제주의 난개발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 순서로는 '비자림로 시민모임 나무 지키기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비자림로에 모인 시민 개개인이 나무에 가서 안아주거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한편, 그린씨는 삼나무 집에 상주하며 시민 모니터링단과 함께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감시하고 기록한다고 밝혔다.
#난개발 #제주 #생태도로 #삼나무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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