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독립성' 논란 박재완 전 장관 사외이사 재선임

[현장]액면 분할 후 첫 주총서 1000명 몰려...김기남 부회장 “AI·5G 집중 육성”

등록 2019.03.20 14:32수정 2019.03.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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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20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독립성 우려가 제기됐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외이사에 재선임 됐다. 박 전 장관과 함께 독립성 우려를 샀던 안규리 서울대병원 교수도 이사진에 합류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이었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 후보로 박 전 장관과 안 교수를 비롯해 김한조 하나금융재단 이사장을 내세웠는데 의결권을 가진 해외연기금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적격성 논란이 제기됐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인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이고 직전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회사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박 전 장관은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 역시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라파엘클리닉이 2017년 호암상을 수상하면서 상금 3억원과 순금 50돈을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됐다.

박재완 반대하고 나선 해외 연기금, 국민연금은 찬성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박재완 후보의 경우 "특수관계 법인에 재직 중이므로 독립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고 안 후보의 경우 "삼성전자의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보수 이외의 대가를 받아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를 추진해온 것에 비춰보면 박 전 장관과 안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게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결권 자문사 3곳이 박 전 장관과 안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권고를 했고, 총 6곳의 해외연기금 가운데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플로리다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 등 4곳이 반대할 것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이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성균관대 교수이고 안 교수가 삼성과 특수관계인 호암재단으로부터 한 차례 상금을 받았다고 해도 독립성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실제 지분율 8.95%로 삼성전자의 주요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3명 모두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도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는 "박재완 후보는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 사유가 없고 교수로서 자유롭게 연구를 하고 있어 독립성에도 문제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국민연금의 찬성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추천한 후보들은 모두 무난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1000여명 몰린 삼성전자 주총, 일부 주주 항의 소동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0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10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 삼성전자


 한편 이날 주총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식을 50대 1로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열린 터라 소액 주주들이 대거 주총장을 찾았다. 액면분할로 삼성전자 주주 수는 15만8000여 명에서 78만8000여 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 평소의 두 배인 800석의 좌석을 마련했지만 1000여명이 몰리면서 좌석 부족 사태를 겪었다. 주총장 입장에만 1시간 넘게 걸리면서 일부 주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작년보다 많은 주주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추가 공간을 마련했지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사과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TV 13년 연속 글로벌 1위, 스마트폰 글로벌 1위,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연결기준 매출 244조원, 영업이익 59조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라며 "올해도 어려운 경영여건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 전 분야에 걸친 근원적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또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와 5세대 통신은 신사업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는 한편, 앞으로 기술·소비자·경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미래성장을 견인할 사업기회를 선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9조6000억원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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