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특별법 반대 국회의원? 일일이 만나 설득하겠다"

[4·3 항쟁 71주년과 특별법 ③] 대표발의 오영훈 의원 "사실 내가 유족... 올해 꼭 처리"

등록 2019.04.01 08:22수정 2019.04.01 08:22
4
원고료로 응원
다시 4·3이 다가옵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4·3 항쟁 70주년 추념식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은 국회 앞에서 멈춰 있습니다. 2017년 국회에 상정된 '4.3 특별법' 전부 개정안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 4·3 항쟁 71주년을 앞두고 특별법의 통과 가능성을 알아봅니다.[편집자말]
 
a

제주시을이 지역구 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 ⓒ 이희훈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제주시을)이 국회 정론관에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19일의 일이다.

"국가폭력의 당사자인 국가는 피해자인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보상하고 부족한 진상규명 작업 등 4‧3의 미해결 과제에 나서야 합니다. 4‧3을 직접 겪은 이들이 생전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 시점에 맞춰 법안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호소였다. 법안은 제주 4·3 항쟁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당시 진행된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1년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4·3 특별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전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20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오 의원은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당초 정부 차원에서 추진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한 해결을 강조한 이후 정부 기조가 많이 바뀌었다"라며 "(현재로서는) 보수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는 문제가 있다, 한국당이 처리가 급하지 않다며 법안심사를 계속 미뤄왔다"라고 밝혔다.

오 의원은 "올해 안에 꼭 처리 될 것"이라며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분들은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싶다, 설득에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4·3 항쟁이 '제주'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4·3을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 이렇게만 봐서는 안 됩니다. 3·1 운동 이후 저항의 과정이고 거기서 나온 구호에 주목해야 합니다. 당시 구호인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 조국의 통일독립'은 제주도민의 요구이자 대한민국의 요구였습니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제주도민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과제로 던져졌고 여전히 유효합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와 통일을 위해 4.3 사건이 중요하다는 점을, 그 동시대성을 국민들이 인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오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한국당, 급하지 않다며 법안심사 계속 미뤄... 배·보상 반대 어려울 것"
 
 
a

제주시을이 지역구 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 ⓒ 이희훈

 
- 4·3 특별법을 발의한 지 1년 3개월 여가 지났다. 처리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핵심적으로 두 가지 문제다. 일단 배·보상 관련 조항이다. 정부 측에서는 재정 규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 예결위 질의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배·보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끌어낸 바 있다. 법 개정 여건이 나아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조항이다. 지난 해 9월부터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 재판 청구를 하고 있는데 제주지방법원에서 올 1월에 공소기각, 실질적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2500명 정도가 수형인 명부에 등재돼 있는데 38명이 생존해 계시다. 돌아가신 분과 행방불명된 분은 어떻게 할 것이냐 문제가 있어서 특별법 개정을 통해 당시 수형인으로 기재된 분들에 대해 모두 무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에서 실질적 무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정부도 법률 개정안에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완전한 해결을 강조하고 특별법 관련해 국회 논의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정부도 많이 기조가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당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냐 문제가 남아 있다. 한국당은 처리가 급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법안심사를 계속 미뤄왔다."

- 한국당은 왜 미진한 입장인가.
"한국당은 과거사 문제를 얘기하는 법안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당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미군정 관련 문제랄지 서북청년단의 경찰화 과정 등이 이승만 정권의 핵심을 이룬 지지 기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 그렇지만 정부가 희생자로 결정한 이상 배·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반론 제기는 어렵지 않을까."

- 배·보상 금액으로 1조 8000억 원이 추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희생자 수에 과거사 문제에 배·보상했던 평균가액을 곱하면 그렇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예비검사 과정에서 승소하신 분들이 보상을 받은 사례도 있고, 유족이 없는 희생자도 있으니, 실제로 조사하게 되면 그 규모는 조금 낮아질 수 있다.

정부가 원칙을 정했으면 국회에서도 과거사법 등을 통해 같은 기준에서 발맞춰나가야 한다. 과거사와 관련된 희생자 총 규모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과거사법 개정을 통해 큰 방침이 나오고 특별법과 개별법을 통해 세부적인 안들이 제시돼야 한다. 국회의 역할이다."

- 행정안전부에서 배·보상 금액 지급계획안을 만든 상태인가.
"당정 간에 지급방법 및 기준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행안부가 안을 마련했지만 관련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단위에서 결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실무 당정협의가 됐든 고위 당정청 회의가 됐든 조만간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 일각에서는 오래전 일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원칙은 명확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희생자 또는 관련자가 확정되면 배·보상을 해줬다. 당연히 4·3 피해자·희생자로 결정했으면 배·보상 해야 한다. 재정적 부담이 있다면 일괄지급을 50%로 정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설득에 자신 있다... 사실 내가 유족, 대학 때 그 사실 알았다" 
 
a

제주시을이 지역구 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 ⓒ 이희훈

 
- 송승문 4·3 유족회 회장은 "올해 개정안 처리 안 되면 내년 위령제에 국회의원 입장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올해 처리가 안 되면 20대 국회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거고, 절박하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꼭 올해 처리 될 거라고 본다. 법률 개정을 먼저 진행하고 구체적인 지급 방식이나 예산은 시행령에서 다룰 수 있다. 정부가 준비 되는 대로 하면 된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일이 남았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최근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하는 발언이나 분위기를 봤을 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저 쪽에서는 4·3 사건 정의에 대한 부분이나, 배·보상 문제, 망언 처벌 조항에 대해 문제제기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단계적인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제주도 국회의원으로서,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일단은 당과 정부가 4·3 특별법 처리에 강력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또 행안위 소속 의원들을 계속 만나면서 법안 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게 제 역할이라고 본다. 통과에 부정적인 분들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싶다. 설득에 자신 있다.

사실 내가 유족이다. 조부는 1947년 5월에 건국준비위원회 관련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다. 증조부는 1948년 10월에 중산간 마을이 불태워지는 과정에서 돌아가셨다. 당시 저의 부친이 2살 때였고 할머니가 26살이실 때였다. 할머니는 99세이신데 생존해 계신다. 할머니의 삶이 참 기구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겨우 해방을 맞이해 새 세상이 열렸다고 했는데 어처구니없게 4·3 피해를 당하신 거다. 그 때만 해도 연좌제라는 게 있었으니 대학 들어간 후에야 이 내용을 알게 됐다. 아픈 가족사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4.3을 지역의 한 사건, 이렇게 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성립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3·1 운동 이후 저항의 과정이고 거기서 나온 구호에 주목해야 한다.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 조국의 통일독립'은 제주도민의 요구이자 대한민국의 요구였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제주도민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과제로 던져졌고 여전히 유효하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와 통일을 위해 4·3 사건이 중요하다는 점을, 그 동시대성을 국민들이 인식해주시면 좋겠다."
#제주 4·3 사건 #4·3 특별법 #제주 #오영훈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