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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으며 촬영했더니, 인생작?" 유준상이 밝힌 '간 이식' 비밀

[인터뷰] 인기리 종영 <왜그래 풍상씨>, 배우들 "제발 NG 좀 내라"한 사연

19.03.24 15:47최종업데이트19.03.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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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에서 유준상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무액터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은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속 이풍상 캐릭터 그대로였다. 풍상씨처럼 온정적이고 유쾌했으며 시청자들에게 미움 받았던 인물들까지 모두 이해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이었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어느 카페에서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아직 드라마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아직도 동생들이 보고 싶고 감독님과 현장이 그립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드라마를 추억했다.

지난 14일 <왜그래 풍상씨>는 자체 최고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이다. 유준상 역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요즘 워낙에 드라마가 많기 때문에 (흥행하기) 쉽지 않다는 걸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높은 시청률을) 예상 못했다. 동네에서 촬영할 때 느꼈다. 처음 촬영할 때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점점 방송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이 모이더라. 마지막에는 텔레비전 보듯, 가족 단위로 나와 계신 걸 보고 '(우리 드라마를) 많이 봐주시는 구나' 느꼈다."

문영남 작가가 유준상을 걱정했다?
 

21일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에서 유준상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무액터스

 
<왜그래 풍상씨>는 그동안 <소문난 칠공주> <수상한 삼형제> 등 주말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문영남 작가가 처음으로 수목으로 자리를 옮겨 집필한 작품이다. 그런 만큼 주말극 특유의 '가족주의'를 표방하는 이야기였다. 유준상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털어놨다.

"우리 작품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가 '옛날 정서 아니냐'고 하더라. 그런데 옛날 정서로 시작한 느낌이지만 현 시대에 사는 우리의 얘기이기도 하다. 요즘 집에서도 대화가 없지 않나. 텔레비전, 휴대폰만 본다. 같이 밥을 먹을 때도 그렇다. 풍상이 극중에서 입버릇처럼 '같이 밥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하지 않나.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바뀌었다. 작가님이 그런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을 쓰신 것 같다."

유준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얻었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감정 연기로 벌써부터 연말 연기대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유준상은 호평에 쑥스러워 하며 '작가님의 특훈'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대본 리딩을 할 때만 해도 문영남 작가가 유준상의 연기력을 걱정했다는 의외의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초반부 대본 리딩을 할 때 작가 선생님이 남자 배우들을 많이 지적했다. 배우들은 보통 리딩에서 100%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는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말씀을 하시니까, 나도 점점 몰입하게 되더라. 촬영 직전에 공연 때문에 뉴욕에 가는 일정이 있었는데 갔다 오면 바로 촬영이었다. 결국 작가님을 모시고 노래방 같은 곳에서 3시간 동안 연습했다. 그걸 녹음해서 비행기 타고 가는 12시간 내내 반복해서 듣고 연습했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 다음 리딩 때는 (오)지호와 일어서서 대사도 하고 울기도 했다. 둘이서 '우리 이제 나머지 공부는 하지 말자'고 했다."
 

21일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에서 유준상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무액터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덕분일까. 그는 정말 "NG가 없는 촬영 현장이었다"며 "새벽 촬영도 거의 없었다"고 자랑했다. 첫 회부터 화제가 되었던 장례식장 신은 단 한 번의 NG도 없이 하루 밤 만에 모두 찍었다고.

"(장례식장 신은) 이틀밤, 3일 밤을 새서 찍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날 다 찍었다. 대본 다섯 장 반짜리였다. 인물 7명 정도가 나오니까, 풀샷으로 먼저 찍고 서로서로 바스트샷 찍고 기다리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현장에서 빨리 흘러가는 게 느껴지더라. 첫 세트 촬영인데 아무도 NG를 안 냈다. 감독님이 '연극보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오지호도 '제발 NG 좀 내요'라고 할 정도였다. 한 방에 끝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큼 집중했다는 것이다. 배우들 모두 자신의 신을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

막장 드라마 비판, 속상했던 이유
 

21일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에서 유준상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무액터스

 
사사건건 사고만 치는 동생들과 어머니를 감싸 안으려 하는 이풍상(유준상)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이기적으로 그려지는 가족들의 면면에 대해 '막장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유준상 역시 이러한 반응에 속상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사람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끝까지 갔을 때 어떤 희망으로 헤쳐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의도로 작품을 선택한 건데, '막장이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다' 등 비판이 나오더라. 그건 아닌데 싶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점이 좀 늦었던 것 같다. 마지막회에 와서는 시청자분들도 느끼셨을 것이다. 풍상은 힘들게 살아왔고 배우지도 못했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가족끼리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드라마를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었다."

유준상은 시청자들의 미움을 많이 샀던 이화상(이시영), 이진상(오지호) 캐릭터에 대해서도 변호하려 애썼다. 그는 "그런(이기적인) 사람이 우리집에 많이 있을 뿐이지. 현실에는 더 심한 사람도 많다"고 항변하며 촬영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촬영 중에 어떤 남자분이 갑자기 차에서 내리시더니 '진상아! 내가 진상이야! 우리 진상이 멋있어'라고 외치고 간 적이 있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진상처럼 살았다는 얘기였다. '그래, 이런 사람이 진짜 많구나' 생각했다. 극중에서 진상, 화상이 미움을 많이 받았지만 우리 주변에 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속내가 어떤지는 모른다. 드라마에서는 쟤네(이화상, 이진상)이 저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나.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면 된다. 그게 이 드라마의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21일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에서 유준상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무액터스

 
드라마의 가장 핵심적인 에피소드는 역시 풍상의 간암 투병이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방영된 KBS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과 1TV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가 모두 간 이식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을 그리는 바람에, KBS 드라마들은 '별주부전'이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이 "저쪽 (드라마의) 간을 받아서 풍상이를 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즐거운 현장이었지만 막상 간암 환자 연기를 해야 하는 유준상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드라마에 몰입하느라 식사도 걸렀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척 형님이 실제로 간암이셨다. 둘째 아들이 형님에게 간을 줬다더라. 그래서 간암 증상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며 "밥을 안 먹고 간분실(신동미)이 오면 '밥 뭐먹었냐'고 묻고 부러워 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안쓰러워 하더라. 사랑 많이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백살' 유준상, 그에게 무대란...
 

21일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에서 유준상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무액터스

 
유준상은 이날 인터뷰 내내 '반백살'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1969년생인 그는 올해로 51세가 됐다. 그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반백살'을 맞은 시기에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고. 연출을 맡은 진형욱 감독과 동년배라는 그는 현장에서도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반백살이 돼서 어떤 의미로는 너무 좋다. 감독님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린 한 살이라고. 새로운 한 살로 시작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작품 역시 새로 시작하는 축복 같은 선물이었다. 작품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앞으로도 좋은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촬영을 끝낸 유준상은 며칠 쉬지도 않고 바로 뮤지컬 <그날들> 공연에 합류한다. 오는 31일이 그의 첫 공연날. 유준상은 드라마, 영화 출연을 계속하면서도 매년 잊지 않고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그날들>에는 지난 2013년 초연부터 참여해 이번이 벌써 4번째다. 그는 "내 (연기의) 첫 시작이 무대였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무대가 제게 주는 특별함이 있다. 매일 무대에 서고 나면 일기를 쓰는데 그게 내게는 엄청난 자산이다. 5년 전, 10년 전 공연할 때 쓴 글들이 있다. 그걸 보고 반성하는 측면이 있다. 무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흘러가야 하기 때문에 잠깐 끊기면 내가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무대는 그걸 만드는 곳이다.

힘들 때도 있다. 똑같은 연습을 매번 해야 한다. 매번 긴장감을 갖고 서야 하기 때문에 무대가 끝나면 '이젠 그만해야지'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또 어느 순간 무대에 서 있게 되더라. 내가 게을러 지지 않게 만드는 곳이다. 그래서 계속 무대에 서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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