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배둔장터에서 울려퍼진 "대한독립 만세"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22] 최경숙 디카시 <백년의 궤적>

등록 2019.03.23 15:16수정 2019.03.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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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둔장터 ⓒ 이상옥

    올가미 엮어
    우리의 길 막아도
    자유 향한 우리들
    열망 꺾을 수 없었지
    만세 만세 대한독립만세
    
    - 최경숙 디카시 <백년의 궤적>


지난 3월 19일(화) 100년 전 경남 고성 배둔장터에서 울려퍼진 '대한독립 만세' 운동이 그 역사적 현장에서 백두현 고성군수와 박용삼 고성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주민 학생 등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재현되었다. 고성군이 후원하고 3․1운동 창의탑 보존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디카시연구소가 주관한 배둔장터 독립만세 100주년 기념 디카시공모전 시상도 이날 행사장에서 있었다.


최경숙의 디카시 <백년의 궤적>이 바로 배둔장터 독립만세 100주년 기념 디카시공모전 대상작이다.

배둔장터 독립만세 100주년 기념 디카시공모전도 기성 시인에서부터 누구나 참여하는 개방형으로 진행됐다. 224점의 음모작 중 대상으로 뽑힌 이 작품은 미 등단자인 통영의 최경숙 씨의 작품이다. 디카시공모전은 대부분 개방형으로 진행되는데, 기성 시인보다는 아마추어 시인들이 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극순간의 영감을 포착하는 영상과 함께 언술하는 것이라 시인의 고도의 상상력보다는 사물의 상상력에 더 의존하기에 시의 창작 방법론에 정통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좋은 디카시를 창작할 수 있다 하겠다.

일반 문자시는 고도의 상상력을 다층적으로 확장하고 보다 독창적인 언어의 구조물로 빚어내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적 훈련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아마추어시인들이 좋은 시를 생산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비해디카시는 문자 외에도 영상에 절반은 의존하기에 그만큼 언술에 대한 부담이 문자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다.
 

배둔 3.1운동 창의탑 앞에서 2번째 백두현 고성군수와 대상, 우수상 수상자들(좌로부터) ⓒ 이상옥

 
본심 심사를 맡은 김종회 평론가와 송찬호 시인은 "「백년의 궤적」의 영상에서 나뭇가지 너머 태극기는 그냥 바람에 펄럭이는 게 아니다. 거기에 문자를 함께 읽으면 나뭇가지 올가미 저쪽에서 자유를 향한 몸부림으로 펄럭인다. 영상과 문자가 만나 보다 완전한 디카시에 이른 좋은 사례다. 무엇보다 이 시에서는 성근 나뭇가지에서 단단한 올가미의 형상을 발견하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만세운동도 결국 인간의 자유를 향한 도정이라는 전제에서, 만세운동 100주년에 이른 오늘, 여전히 우리를 억압하는 삶의 굴레가 무엇인지 저 소리 없는 깃발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봐야 할 것 같다"라고 호평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이면 <백년의 궤적>의 영상에는 올가미 같은 나뭇가지에 걸린 듯이 있는 태극기를 바라보는 사람의 옆 얼굴 형상으로 눈썹 콧날 입술 턱 선이 너무나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디카시의 화자는 태극기를 바라보는 영상 속의 사람으로 "올가미 엮어/우리의 길 막아도/자유 향한 우리들/열망 꺾을 수 없었지/만세 만세 대한독립만세"라고 외친다.

저 소리 없는 깃발의 아우성에 귀 기울려봐야


디카시에서 영상과 문자와의 관계는 작품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될 수밖에 없지만, <백년의 궤적>은 디카시에 있어서 영상과 문자의 조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드러낸다.

<백년의 궤적>은 영상 속의 사람이 화자가 되어 올가미에 걸린 것 같은 태극기를 보며 말하는 형식은 이 디카시를 영상과 문자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으로 온전한 한 몸, 하나의 텍스트로 빚는다. 고성 배둔장터 독립만세 100주년 기념 디카시공모전 대상작으로 이 이상의 작품이 어찌 나올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 #배둔장터 #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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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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