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왜 썼을까? 궁금해지면 실패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글의 이유

등록 2019.07.11 10:17수정 2019.07.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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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오마이뉴스 에디터의 사는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기사를 한참 뚫어지게 보던 후배가 하는 혼잣말.

"흠... 그런데 이 기사 왜 쓰셨지?"


'그냥' 쓰는 글은 방향을 잃는다. 왜 썼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글이 그렇다. 모든 글에는 이유가 있다. 그냥 쓰는 글은 없다. 심지어 나만 보는 일기도 쓰는 이유가 있다.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쓴다.

일기가 아닌 남이 보는 글이라면? 이거야 말로 그냥 쓰면 안 된다. 반드시 '왜' 쓰는지 이유가 드러나야 한다. 너도 나도 경험한 일이라면 더 그렇다. 하나라도 새로운 게 있어야 한다. 사람은 다 다르다. 같은 걸 봐도 생각하는 건 다 다르다. 어떻게 다르게 생각했는지를 쓰면 된다. 그게 새로움이다. 나한테 밖에 없는 거니까.

그걸 있어 보이는 말로 '성찰'이라고 하더라. 경험에 성찰이 덧붙여지면 글이 몰라보게 달라진다. 밋밋한 음식에 조미료 좀 넣은 맛이랄까. 성찰이란 말이 어렵다고? 아니다. 기억이 잘 안 날 뿐이지, <도덕> 시간에 배웠을 거다(초등학교 6학년 딸 교과서에서 '성찰'에 대해 다루는 걸 얼마전에야 알았다).

아무리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펴도' 뭘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럴 수 있다. 경험을 통해 뭔가 하나라도 배운 게 있다면 그걸 써보자. 단, '나만' 알게 써서는 곤란하다. 독자들이 공감하게 써야 기사가 된다.

오늘, 나는, 왜, 하필이면 순댓국에 대한 글이 쓰고 싶은지 하루 종일 생각하자. 그러다 이유가 하나라도 생각나면 주저 말고 쓰자. 쓸 수 없으면 메모라도 해두자. ⓒ 손그림 금경희, 채색 이다은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러니까 공감을 이끄는 글을 어떻게 쓰라는 거냐'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계속 이 연재를 챙겨보시라. 언젠가 '공감하게 쓰는 법'에 대해 쓸 날도 올 것 같으니까. 그때까지는 그냥 쓰지 말고,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하나라도 생각하자. 스스로에게 이걸 왜 쓰는지 질문하자. 그래야 독자들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게 된다.  


오늘, 나는, 왜, 하필이면 순댓국에 대한 글이 쓰고 싶은지 하루 종일 생각하자. 그러다 이유가 하나라도 생각나면 주저 말고 쓰자. 쓸 수 없으면 메모라도 해두자. 언젠가 무릎을 탁 칠 만한 그날을 위해 아이템을 비축해 두는 것도 글 쓰는 사람의 좋은 태도다(나 역시 임시저장해 둔 아이템이 차고 넘친다).

물론 '그냥' 먹고 싶었다는 수준을 벗어나야 기사가 된다. 왜 먹고 싶은지 묻자, 먹고 나니 어땠는지 돌아보자. 에피소드를 잘 살려 독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글을 써보자. 지금 당장.
#사는이야기 #편집에세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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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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