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시가격 현실화한다면서, 근거는 왜 못 밝히나

국토부 "시장 혼란 우려" 공개 거부...경실련 등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 거쳐야"

등록 2019.03.25 10:26수정 2019.03.25 10:26
0
원고료주기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정부가 올들어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공시가격의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산정근거를)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사회 등에선 "근거 없는 공시가격은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표준단독주택과 표준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수준)도 공개하면서, 점진적으로 공시가격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동안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서 재벌 등 부유층들이 사실상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온 점을 볼 때, 국토부의 이런 방침은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각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국토부가 개별 토지·주택들에 대한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담은 조사·산정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단순히 수치만 제시했다. 

공시가격 책정의 근거가 되는 시세, 매매가격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공시가격이 시세 수준에 맞춰 제대로 책정됐는지 등을 검증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가 왜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밝히지 못하나"라고 물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부러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부, 개별 공시가격 산출 근거 제시 안해...경실련, "투명하게 공개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달 5대 재벌의 35개 빌딩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39%, 33개 아파트 단지는 38%, 지난해 거래된 1000억 이상 빌딩은 27% 수준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공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 64.8%와는 큰 차이가 난다. 정부가 공시가격 산출 근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재벌 등에 대한 '공시가격 세금 특혜'를 이어가려하는 것 아니냐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조사 결과 정부가 발표한 시세반영률 60%대 부동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정부가 개별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정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기준치인 시세 등을 공개할 경우, 여러 다양한 논란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요동을 치는 요인도 있는 만큼, 시세 등 결정 요인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개별 공시가격 보고서 등을 공개할 경우 과도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 2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 공시가격 산출 근거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국토부는 "내부 자료"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a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주거 문제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 유성호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공개했을 때 좋은 점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부동산이 5000만 개인데, 그 보고서를 공개하면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시가격이) 부당하다고 하면 의견 제출 기간, 이의신청 기간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에 대해 설명이 들어간다"며 "(공시가격 이의를 제기한다면)그런 절차를 통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정부와 시민단체 입장이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공시가격의 투명성 확보를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공론화 과정 필요"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시가격 결정 구조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원칙은 동의한다"면서도 "시세 등에 대해 보는 시각이 다양하고, 전면 공개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써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공시가격 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방향이 맞다"면서도 "다만 당장 공시가격 결정의 세부 내용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나가는 경우, 혼란과 논란이 가중될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공시가격 산출 근거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해야 하는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김원봉' 꺼낸 김진태, '박정희'로 응수한 표창원
  2. 2 "일본의 개 되느니" 목숨 건 청년들... 시민들 인증샷
  3. 3 '아베 규탄' 촛불집회 연다는 소식에, 일본 언론 총 출동
  4. 4 "입 열 때까지 고문... 18살 어린 나이에 너무 끔찍했어요"
  5. 5 나훈아도 규현도 부른 이 노래의 비극, 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