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하는 탄성소리, 이게 바로 악마의 목구멍

[남미여행기 27] 엄청난 이구아수폭포 물줄기를 뚫고 날아들어가는 새도 인상적

등록 2019.03.26 10:12수정 2019.03.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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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이구아수폭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 모습 ⓒ 오문수


거대한 폭포는 나라의 경계를 가르는 국경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이루고,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는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을, 이구아수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가르는 국경선에 걸쳐있다.

엄청난 굉음을 자랑하며 떨어지는 빅토리아 폭포는 높이(108m)를 자랑하고 이구아수폭포는 폭(270여 줄기)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필자는 세 개의 폭포 중 나이아가라 폭포는 못 가봤다. 하지만 이구아수폭포를 본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관광하던 한 시인이 "아! 가엾은 나이아가라"라고 읊조렸다는 얘기를 듣고 나이아가라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구아수폭포로 이어지는 다리를 걸어가는 관광객들 ⓒ 오문수

   

햇빛과 물안개가 어우러져 멋진 무지개를 만들었다 ⓒ 오문수

 
'이구아수'는 이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 족의 언어로 '큰 물' 혹은 '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이 폭포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서구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541년 이후다.


이구아수폭포는 이구아수 강을 경계로 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두 나라에 걸쳐 있으나 아르헨티나 쪽의 면적이 8:2로 더 넓다. 이구아수폭포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생태환경의 보전 중요성을 인정받아 1984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은 맞지만 관점의 차이다.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호텔에서 일어난 시간은 새벽 두 시다. 가이드가 공항행 택시를 미리 예약해 놓았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행 중 대부분은 수긍하며 빠듯한 일정에 동의했다.

두 시간여를 비행한 후 오전 7시 40분에 푸에르토 이구아수에 도착했다. 열대우림에 도착했다는 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 건 울창하게 우거진 숲과 길옆으로 지나가는 야생동물들이다. 이구아수폭포 국립공원 입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라커에 각자의 짐을 맡기고 관광열차에 올라탔다.

이구아수폭포가 가까워질수록 지금껏 보았던 남미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멋진 새소리들. 간혹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니는 새들도 보이지만 숲속에 숨어 눈에 띄지 않지만 아름다운 노래로 일행을 반겼다. 폭포가 가까워지자 여기저기서 흐르는 강줄기의 수량이 엄청나다.

수만리 먼 길을 달려왔을 물줄기. 예상했던 만큼 맑은 물은 아니다. 강과 수목들을 배려해 철제로 만든 다리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수목들이 자라도록 배려했다. 폭포로 가는 길가에는 이름 모를 새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먹을 걸 바라는 눈치다.
  

길옆 나무위에 새 한마리가 관광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오문수

   

다리 아래에 80여센티 미터 쯤의 물고기가 있었다 ⓒ 오문수

 
아르헨티나 쪽 이구아수 폭포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산책로다. 산책로는 높은 산책로와 낮은 산책로로 나뉘어져 있는데 64~82m에 이르는 폭포의 전망을 즐기기에는 낮은 산책로가 좋으며 높은 산책로는 폭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리 아래 80센티미터 정도의 고기가 빠른 물살을 헤치고 헤엄치고 있었다. 입 옆에 큰 수염이 있는 걸로 보아 메기인 것 같기도 하고 잉어 같기도 하다. 한참을 가니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물보라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엄청난 수량이 쏟아지는 이구아수 폭포 ⓒ 오문수

           
"와!" 하는 탄성소리가 들리는 곳은 이구아수폭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악마의 목구멍'이다. 수량이 엄청나다. 혹시나 잘못해 발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지점은 하얀 포말을 일으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로 멋진 모습들이 떠올랐다. 햇빛과 물안개가 합성해 만들어낸 오색찬란한 무지개다.

폭포를 구경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앉아있던 여성들이 "꺅"소리를 내며 놀란다. 폭포 인근에 사는 코아티다. 코아티들은 흘린 음식물을 주워먹는게 일상이 됐는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공원 곳곳에는 "야수처럼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간혹 사람을 물어 상처를 입히니 주의하라"는 글귀와 함께 상처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브라질 측 이구아수폭포, 포즈 두 이구아수에서 새들의 놀라운 능력을 보다
  

브라질쪽 포즈두 이구아수폭포 모습 ⓒ 오문수

  

어린아이가 들고 있던 과자를 덥석 물고가서 훔쳐먹는 코아티와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아이 모습이 보인다. ⓒ 오문수

 
브라질 측 이구아수폭포인 포즈 두 이구아수폭포는 폭포 가까이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옷 젖을 걸 대비해 비옷을 준비해야 한다. 폭포에 난 길을 따라 폭포 가까이 가자 쏟아지는 물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멋진 모습에 감탄하며 입을 벌리고 있는데 폭포 사이로 뭔가가 날아다녔다. 새다. 저렇게 엄청난 수량 사이를 뚫고 폭포 쪽 바위 사이로 날아드는 새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잘못 본 걸까? 확인해보기 위해 국립공원직원에게 물으니 '구아수(Guaxu)'라는 새란다. 제비처럼 생긴 '구아수'들은 폭포 상단부 사이의 수량이 적은 부위로 날아들어 갔다 다시 나온다. 믿을 수가 없어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직원과 대화를 나눴다.

"저 폭포수를 뚫고 절벽 쪽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들이 새가 맞아요?"
"예! 맞아요. '구아수'라는 새입니다"
"폭포수 아래 절벽 쪽에 500여 마리가 사는데 둥지 속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웁니다."

   

이구아수폭포의 세찬 물줄기를 뚫고 들어가는 '구아수(Guaxu)'라는 새들의 능력에 놀랐다 ⓒ 오문수

 

이구아수폭포를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태권도복을 입은 여성들을 만났다. '송암'이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 오문수

 
새들의 능력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도로에 나오니 여성 두 명이 태권도복을 입고 걷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태권도를 배운다는 여성들의 도복에는 '송암'이라는 한글이 선명히 붙어있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는 했지만 더 이상은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이구아수폭포 #남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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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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