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펼침막 전쟁' 시작... 공약전보다는 비방전

첫 주말 맞이한 7명의 후보, 곳곳에서 홍보... '무능좌파' '거짓탄핵' 등 난무, 공약 제시는 드물어

등록 2019.03.23 18:27수정 2019.03.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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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손석형,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의 펼침막이 창원병원사거리에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21일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후 첫 주말을 맞이한 후보들은 거리나 행사장을 찾아 인사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창원 시내 거리에는 선거운동 첫날 새벽부터 선거용 펼침막(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렸다. 펼침막은 주로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사거리에 걸려 있다. 창원병원사거리와 위아사거리, 대동백화점 앞 사거리, 한국은행 앞 사거리 등이다. '명당'으로 꼽힌 이 장소들에는 여러 후보의 펼침막을 나란히 걸려 있기도 하다.

그런데 펼침막을 보면 후보나 정당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상대 정당·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많다. 펼침막의 내용을 보자.

"대통령이 부른 사람. 창원경제 살릴 사람"(더불어민주당 권민호).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이 먼저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경제정책 바꿔보자"(자유한국당 강기윤).
"수구보수가 망친 창원, 좌익진보가 망친 경제 OUT"(바른미래당 이재환)
"노회찬의 꿈, 이어가겠습니다", "창원의 자부심 지키겠습니다"(정의당 여영국)
"진보정치 20년 한길. 살리자 창원공단.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민중당 손석형)
"거짓탄핵 원천무효, 무능한 문재인 좌파정권 심판하자. 비겁한 자유한국당을 심판하자"(대한애국당 진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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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민중당 손석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대통령이 부른 사람, 창원경제 살릴 사람"

권민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른 사람'을 강조했다. 거제시장을 지낸 권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거제에서 태어났다. 권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자유한국당 강기윤] "개성 아니라 창원공단이 먼저, 경제정책 바꿔보자"

강기윤 후보는 최근 창원을 찾은 황교안 대표의 발언,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이 먼저다"를 내세웠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관계개선 정책을 펴자 이를 비난하고, 창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창원공단 활성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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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바른미래당 이재환] "수구보수 망친 창원, 좌익진보 망친 경제" 


이재환 후보는 보수·진보를 다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창원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안상수 전 창원시장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은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노조 등 진보의 탓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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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윤성효


[정의당 여영국] "노회찬의 꿈, 이어가겠습니다"

여영국 후보는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고 노 전 의원이 지난해 '드루킹 사건'이 터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치러지는 것이다. 정의당은 "'창원성산'은 노회찬 전 의원의 남은 임기를 이어받아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다.

[민중당 손석형] "진보정치 20년 한길, 살리자 창원공단"

손석형 후보는 옛 민주노동당부터 '진보정치'를 해오면서 한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는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의 공약을 펼침막에 언급했다. 구체적인 정책을 펼침막에 제시한 후보는 손 후보뿐이라 할 수 있다.

[대한애국당] "탄핵 원천무효, 무능 문재인·비겁 한국당 심판"

진순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거짓'이고 '원천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진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무능하다'고 했으며,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비겁하다'고 했다.

이번 창원성산 보궐선거에는 무소속 김종서 참역사문화연구회장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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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민중당 손석형 후보,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창원병원사거리에서 만난 김오성(48)씨는 "거리에 현수막이 걸리면서 선거 열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구체적인 공약은 별로 없고 다들 상대 정당이나 후보를 비방하거나 깎아내리는 내용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정재욱 창원대 교수는 "선거판은 원래 유·불리를 따져 구호를 정하거나 현수막을 내걸게 된다"면서도 "이번에 유독 상대 비방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게 창원만이 아니라 전국이 다 그렇다. 창원에 공단이 있다 보니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 본다"며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내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다 보니 야권에서 공격하도록 빌미를 제공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하더라도 야권에서 소모적인 방식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비판하더라도 상생적인 논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여야를 불문하고 자극적인 구호들을 내걸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이해가 되지만, 지역 사회의 또 다른 갈등을 가져오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극적인 내용의 현수막을 자제하고 생산적인 논의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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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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