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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볼리비아전... '변화' 통한 천신만고 승리였다

여전한 골 결정력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9.03.24 11:00최종업데이트19.03.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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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새로운 포메이션으로 실험을 가동했다. ⓒ 대한축구협회


 
지난 1월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섰다가 15년 만에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벤투호가 약 2개월 만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지난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가진 남미 볼리비아와의 올해 첫 평가전이었다.

이날 대한민국은 후반 41분 이청용의 천금같은 헤더 결승포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다.  벤투호와 약 8개월 만에 리턴 매치를 가진 볼리비아는, 작년 6월 평가전 때보다 젊어진 선수들이 출전했다. 경험과 팀 전력 모두 현저히 떨어지는 약체로 볼 수 있었다. 벤투호는 경기 시작과 함께 주도권을 잡고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지동원(28.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27.토트넘) 투톱 플레이의 실효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여전히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여전한 골 결정력 부족

이청용의 결승포가 터지지 않았다면 또 다시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의 지도력 논란은 도마에 올랐을 것이다. 벤투호는 볼리비아와의 맞대결에서 기존에 유지해온 4-2-3-1 포메이션 대신 최전방에 투톱과,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원 볼란치를 기용하는 4-1-3-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했다. 약체와의 대결에서 좀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위한 포맷으로서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화두에서 손흥민의 파트너로 황의조(27.감바 오사카)가 아닌 지동원의 깜짝 선발은 의외였다. 지동원과 황의조의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데 중앙에서부터 공간 확보의 유리함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동원 보다는 황의조가 바람직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손흥민 활용에 있어서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다. 그 단적인 예는 토트넘의 해리 케인 스트라이커 기용에 따른 손흥민의 득점력에 의한 팀 기여도 극대화다.

이번 볼리비아 전에서 벤투호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약점이 다시 드러났다. 일방적인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상태에서도 결정력 부족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전술, 전략적인 변화를 추구했지만 부족함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1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권창훈(25. 디종 FC)이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골결정력 부족은 개선되지 않았다. 

권창훈은 공수 모두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부합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는 알토란 같은 플레이로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후반 40분까지 벤투호는 볼리비아 골문을 열지 못했다. 물론 부상으로 벤투호에 합류하지 못한 황희찬(23.함부르크)까지 가세한다면, 공격라인 스쿼드는 능력과 경험면에서 역대 대표팀 톱 레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벤투호가 결정력 부족을 벗어날 수 있는 최대 무기이기도 하다. 아쉽긴 하지만 이번 볼리비아전은 일종의 자신감 회복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파울루 벤투의 정체성

물론 파울루 벤투 감독의 스타일 고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지나 효율성과 실효성이 전제된 경기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말로만 변화를 외치는 이상형의 축구는 지도자라면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벤투호에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주장하는 축구와 그라운드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축구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제다. 

일방적인 공격축구의 최대 단점은 과도한 의욕으로 인한 무리한 플레이와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데 있다. 축구는 리듬 즉, 흐름의 경기다. 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일방적인 공격으로 득점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만약 파울루 벤투 감독이 볼리비아전과 똑같은 전술, 전략으로 26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 임한다면 자칫 고배를 마실 수도 있다.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주장했던 경기 중 전술, 전략의 변화도 필요하고, 중거리 슈팅과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콜롬비아전에서는 필요하다. 용병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사실 볼리비아전에서 이청용(31.보훔),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 기용 등은 계획된 용병술이기 보다는 무득점으로 인한 답답한 경기를 전환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26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은 벤투호의 진정한 시험 무대라 할 수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 은퇴 이후 주세종 등이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볼리비아전에서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친 풀백 김문환(24.부산 아이파크)의 수비력도 실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젊은 피인 김정민(20.리퍼링), 백승호(22.지로나), 이강인(18.발렌시아) 출전 여부도 관심이 집중된다.

볼리비아전이 약체를 상대로 한 전술 변화의 실효성과 함께 결정력 향상을 평가하는 모의고사였다면, 강호 콜롬비아전은 중원과 수비력까지 포함하는 본고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벤투호가 콜롬비아를 상대로 동기부여를 갖고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최정예로 스쿼드를 꾸려 콜롬비아를 상대해야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래저래 벤투호와 콜롬비아 두 팀의 승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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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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