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6일, 안중근 국장일로 정하자

[박도 칼럼] 안중근 순국 109주년을 맞이하면서

등록 2019.03.26 07:38수정 2019.03.2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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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순감옥에서 수형번호를 달고 있는 안중근 의사 ⓒ <영웅 안중근> / 눈밫출판사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집행 전에 두 아우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내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나라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 고향으로 옮겨 장사지냄)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이 된 의무를 다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서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날로부터 109년이 흘렀다. 하지만 안 의사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고, 고국으로 반장도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여태 국권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음인가? 아니면 아직도 우리는 친일 민족반역의 무리와 그 후손들의 영향력 속에 살고 있음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에 대한 추모하는 마음이 부족함인가?

아직 이루지 못한 안중근의 유언
  

1909년 3월 10일 안중근 의사가 두 아우와 홍석구(빌렘) 신부를 면회하면서 유언을 남기고 있다. ⓒ <영웅 안중근> / 눈빛출판사


나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년에 즈음하여 이에 통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당국에게 제의한다.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이 되는 내년 2020년 3월 26일을 안중근 의사 국장(國葬)일로 정하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엄숙히, 그리고 성대히 장례를 치르기를 건의한다.

일본정부는 하얼빈 역두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탄(義彈)을 맞고 절명한 이토 히로부미의 장례를 사건 발생 9일 만인 1909년 11월 4일 도교 히비야 공원에서 국장으로 성대히 치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나라의 원수를 단신으로 쓰러뜨린 영웅 안중근 의사의 장례는 고사하고, 여태 유해의 존재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다. 이는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주권 국가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1909년 10월 26, 하얼빈 역 플랫폼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탄을 맞고 쓰러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 <영웅 안중근> / 눈빛출판사

이토 히로부미의 국장 장의행렬 ⓒ <대한국인 안중근> / 눈빛출판사


지금이라도 정부는 한일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서 안 의사의 묘역 위치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일본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하라. 그리하여 안 의사 유해 존재 유무를 정확히 규명해주기 바란다.

속 좁은 일본인들이 끝내 자기네는 모른다고 발뺌을 한다면 더 이상 그들에게 구걸도 하지 말고, 미련도 갖지 말자. 그리하여 우리 나름대로 국론을 모아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이 되는 내년 2020년 3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성대한 국장으로 안 의사의 고혼을 달래 드리자. 이는 뒤늦게나마 나라의 체통을 살리는 일이요, 후손된 도리를 다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정말 '나라다운 나라'로 만드는 데 앞장서라. 주권 국가로 자긍심도 드높이자.

마지막 행장 160여 일을 뒤쫓다

나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앞둔 지난 2009년 10월 26일 속초에서 연해주로 떠나, 러시아 크라스키노의 엔치야(연추하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0년 전 안중근과 우덕순 의사가 탔던 그 열차를 탔다. 그리하여 2박 3일 동안 우수리스크, 포브라니치나야, 쑤이펀허를 경유하여 하얼빈으로 갔다. 거기서 안 의사가 묵었던 숙소와 의거 현장을 답사한 뒤, 계속하여 지야이지스코(채가구), 창춘을 거쳐 2009년 11월 2일 다롄으로 갔다.
  

안중근 의사의 이승에서 마지막 종착역인 뤼순 역 ⓒ 박도


나는 다롄대학교 역사학과 유병호 교수에게 가장 궁금한 안중근 의사 유해에 대해 물었다.


"안 의사 순국 후 동생들이 형의 시신 인도를 일본 측에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습니다. 뤼순감옥소 측의 말로는 안 의사 시신은 사형수 무덤에 매장했다는데, 거기에 매장되었다면 당시 법으로 3년 후에 소각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에 와서 안 의사의 유해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지요. 다만 안 의사는 특수한 경우이니까 일본이 별도 매장해서 관리하였다면 찾을 수 있을 테지요. 어쩌면 일본 어딘가 깊은 곳에 그에 관한 기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유 교수의 견해도 이제까지 알려진 이상 특별할 게 없었다. 그가 안중근 의사의 유해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특종으로 이미 의사의 유해는 고국으로 반장되었을 것이다. 그날 오후 유 교수가 소개해준 현지 다롄 안중근연구회 박용근 회장의 안내로 이틀 동안 다롄 뤼순 일대의 일제강점기 유적지와 뤼순 안중근 의사 유적지인 일본관동지방 법원, 뤼순감옥, 뤼순감옥묘지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박 회장의 견해도 옹졸한 일본인들이 안 의사를 특별대우하여 유해를 별도로 보관치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그날 박 회장과 함께 뤼순감옥 공동묘지로 찾아가는 길옆에는 온통 고층 아파트들이 한창 들어서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뤼순감옥 옛 묘지마저도 곧 개발로 사라질 듯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그새 일백 년이 훨씬 지났으니, 뤼순인들 어찌 변치 않겠는가. 게다가 일제가 어찌 안중근 의사의 무덤을 제대로 남겼겠는가.
  

안 의사 사형 집행 후 묘지로 운구된 뤼순감옥 마차 ⓒ <대한국인 안중근> / 눈빛출판사

 

다롄안중근연구소 박용근 회장이 뤼순감옥 묘지를 가리키고 있다. ⓒ 박도


너무 늦었다, 하지만 내년엔

박 회장은 뚜벅뚜벅 앞장서 가다가 한 돌비석 앞에 섰다. 흰 비석에 '뤼순감옥구지묘지(旅順監獄舊址墓地)'라고 새겨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꿇어 절을 두 번 드린 뒤 그곳 흙을 두어 홉 비닐 봉지에 담아 비닐주머니에 넣고 하산했다. 아마도 그 흙에는 안중근 의사의 육신과 넋이 그대로 녹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흙이나마 광복 후 백범 선생이 효창원에 모신 가묘에 덮어주고 싶었다.

나는 아흐레간 안중근 의사의 이승에서 마지막 160여 일 행장을 샅샅이 답사한 뒤 2009년 11월 3일 귀국하였다. 귀국 후 곧장 효창원에 있는 안 의사 무덤을 찾아갔다. 백범기념관 홍소연 자료실장이 영접해 주었다. 나는 안중근 의사 무덤(가묘)에 엎드려 고유인사를 드린 뒤, 뤼순감옥 묘지에서 담아 온 흙을 봉분 곳곳에 헌토했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안 의사 사형 집행 후 다른 죄수와 마찬가지로 송판으로 된 관에 담겨 마차로 운구, 뤼순 감옥 공동묘지로 갔다고 한다. 그날로부터 벌써 109년이 지났다. 이제 와서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수습해 안장해 드리는 일은 생물학적으로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일제가 안 의사의 시신을 그곳에 묻었다면 지금의 뤼순 감옥 옛터에는 안 의사의 육신과 혼이 그대로 녹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안중근 국장에 적극 나서서 국장을 주관해주기 바란다. 이 모든 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먼저 국론을 모은 뒤(가능하다면 북측과는 협의한 뒤) 202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 기념일을 국장일로 제정하라. 또한 광화문 광장에서 안중근 의사 국장을 성대한 장례로 치러주기를 간곡히 청원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해마다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국장 추념일로 자자손손 길이 계승하자.
 

기자가 효창원에 있는 안중근 가묘 봉분에 뤼순감옥 옛 묘지에서 가지고 온 흙을 헌토하고 있다. ⓒ 홍소연(전 백범기념관 자료실장)

 
덧붙이는 글 그동안 품절되었던 박도 지음 <영웅 안중근> (눈빛출판사 刊) 5쇄가 막 출시되었습니다.
#안중근 #국장 #3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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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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