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사단' 의혹 KT경영고문, 황창규 회장이 전권 행사?

이철희 의원, 내부 운영지침 공개... 처우·계약 등 구체적인 사항도 회장 권한으로 규정

등록 2019.03.25 12:06수정 2019.03.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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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정·관계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KT 경영고문단' 위촉과 운영에 황창규 회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25일 공개한 KT의 '경영고문 운영지침'에 따르면 경영고문의 위촉은 물론 처우와 계약 기간 및 연장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부분까지 회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실제 운영지침에는 "회장은 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을 갖고 있다"(제5조), "회장은 회사의 사업 목적을 고려하여 고문 역할 수행에 필요한 학력, 경력, 자격소지자를 고문으로 위촉할 수 있다"(제6조), "경영임원이 추천한 고문의 최종 위촉 여부는 회장이 결정한다"(제7조) 등 전적으로 회장의 의사에 따라 경영고문을 위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계약 기간과 처우 등 운영도 회장의 권한
 

25일 공개된 KT의 경영고문 운영지침. 고문 위촉부터 처우에 이르기까지 회장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 이철희 의원실

 경영고문의 계약 기간과 처우 등 경영고문 운영에 관한 세세한 사항도 회장이 결정한다. 운영지침은 "고문의 계약기간은 경력 및 역할 등을 기준으로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 9조), "회사는 고문에게 차량, 사무 공간 및 기타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으면 그 기준은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14조)라고 규정해 놨다.

이 운영지침 13조에는 자문료 규모도 명시돼 있다. KT는 경영고문의 등급을 가·나·다·라 급으로 나누고 가급에는 월 2000만원, 나급에는 월 1000만원, 다급에는 월 500만원, 라급에는 월 500만원 이하를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는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라고 돼 있어 회장의 재량에 따라 자문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이 지침에서 제시하지 않은 사항 및 사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7조)라고 돼 있어 경영고문 운영에도 회장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 운영지침은 황 회장 취임 1년 후인 2015년 1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 의원 측은 "내부 운영지침을 보면 사실상 회장 개인을 위한 자리에 20억원에 달하는 회사 돈을 써온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운영지침에는 KT가 경영고문들을 정·관계 로비에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도 있다.

제 12조 경영고문의 역할을 보면 "회사의 경영 현안 및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자문 또는 회사가 요청하는 과제를 수행한다"라고 규정해 놓고, "회사는 특정한 사안에 대해 자문 및 외부기관 인적관리를 요청할 수 있으면 고문은 이에 대해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라고 규정해 놨다.
 

25일 공개된 KT의 경영고문 운영지침에는 구체적인 자문료의 규모 및 회장의 권한이 드러나 있다. ⓒ 이철희 의원실

경영고문의 역할로 '외부 인적관리' 명시... 로비 활용 정황

이 의원 측은 "'외부기관의 인적관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은 KT가 처음부터 경영고문을 '로비 수단'이자 '로비 대가용' 자리로 마련한 정황 아니냐"라며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 온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형사적 처벌 뿐 아니라 황 회장의 해임 사유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이 의원은 황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정·관계 인사들을 대거 경영 고문으로 위촉해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정치권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황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위촉한 KT 경영 고문단은 정치권 인사 6명을 포함해 퇴역 장성 1명,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등 모두 1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매달 자문료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았고 지급된 자문료는 총 20억원에 달했다

당시 친박 실세로 KT 경영과 밀접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측근 3명,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남아무개씨, 경기지사 특보였던 이아무개씨 등이 경영고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정치권 인사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KT와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고위공무원들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경찰 출신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외근정보관(IO) 등 '정보통'이 포함됐다.

이철희 의원은 "황창규 회장이 위촉한 경영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의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억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KT #황창규 #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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