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문제는 심층적 맥락이다

[미디어비평] 뉴스 개편 석 달 무엇이 변했나

등록 2019.03.26 08:37수정 2019.03.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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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KBS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뉴스를 개편한다. KBS 공식 발표에 따르면 'KBS 뉴스9'은 메인뉴스로 심층성을 강화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KBS 뉴스7'은 종합뉴스로 5분 더 시간을 늘려 하루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뉴스9'과 '뉴스7'을 상호 보완하는 투톱 체제로 운영하면서 '뉴스9'은 리포트 개수를 줄이더라도 더 깊이 있는 뉴스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KBS가 뉴스 심층성을 강화하겠다며 개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년 전인 2013년 5월에도 그런 방향으로 '뉴스9'을 개편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6월,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스>는 'KBS 뉴스9 개편 한 달, '심층성 강화' 실현됐나?'라는 기사를 통해 'KBS 뉴스는 이전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해 가을 KBS는 또 '심층성 강화'를 목표로 뉴스를 개편한다. 
 

2012년 1월 15일, KBS 김인규 사장이 KBS가 심층적인 뉴스로 나아가겠다고 발표하고, 곧이어 뉴스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 KBS

   
6년 전에 쓰인 기사 내용을 굳이 언급한 것은 지금 KBS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점과 같기 때문이다. 개편 이후 KBS '뉴스9'은 KBS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대로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리포트 꼭지 수를 늘려 보도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화요일, KBS '뉴스9'이 보도한 것은 '북·미 관계'에 관한 리포트 2꼭지, '가수 정준영 성폭력 사건' 4꼭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국회 대표연설' 2꼭지, '집값' 문제 2꼭지, '미세먼지' 관련 4꼭지 등으로 이뤄졌다. 정준영 성폭력 사건을 '뉴스 줌인' 코너에서 따로 짚은 것까지 포함하면 KBS '뉴스9'은 이날 아젠다를 '정준영 성폭력 사건'과 '미세먼지'로 세팅하고 있다. 이날 정준영 성폭력 사건 보도에 할애한 시간은 무려 14분 15초다.

정준영 성폭력 사건 보도 4꼭지 중 제1꼭지는 '정준영 입국 장면', 제2꼭지는 '불법 촬영물 유출 경위', 제3꼭지는 '과거 혐의 내용', 제4꼭지는 '기자 대담' 형식으로 사회문화적 맥락을 살핀다. '뉴스 줌인'에서는 처벌 관련 법 조항을 설명한다. 뉴스 아젠다를 나름대로 스토리로 엮어 보도했다. 하지만 뉴스 전체가 여전히 백화점식 나열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3월 12일, KBS는 ‘정준영 성폭력 사건’ 관련 뉴스 4꼭지를 연달아 보도했다. ⓒ KBS

 
심층성, 시간 늘린다고 따라오나요?

같은 날 JTBC '뉴스룸'은 '나경원 의원 국회 대표연설' 5꼭지, '전두환 씨 법원 출두' 3꼭지를 연이어 배치했다. 두 사안을 아젠다로 설정한 것이다. 그중 나경원 의원 국회 대표연설 사건은 총 10분 34초의 시간을 할애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제1꼭지에서 나경원 의원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발언과 당시 분위기, 그리고 국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한다. 제2꼭지는 나경원 의원 발언 표현을 분석하며 정치적 의미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말한다. 제3꼭지는 문희상 의장과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통해 국회 분위기를 알리고, 제4꼭지는 민주당과 청와대의 반응, 제5꼭지는 국회 취재기자와 현장을 연결해 발언이 국회 본회의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일어날 상황, 그리고 문제점에 관해 자세히 짚는다. 여기에 더해 손석희 앵커는 기자에게 당일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말을 한 경위에 질문을 던지며 팩트를 체크한다. 
  

JTBC 뉴스룸은 국회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기자와 직접 연결해 대담하며 현장감을 살리는 리포트를 보여준다. ⓒ JTBC

 
손석희 앵커: "한 가지만 더 짚어보죠. 이해찬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겨냥해서 '국가원수 모독죄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원수 모독죄'는 이미 30년 전에 없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 말은 왜 나왔을까요?"

김나한 기자: "저희가 민주당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 (...) 국가원수 모독 행위를 지적하려 한 말이지 죄목이 없어진 걸 몰랐던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했습니다 (...) 당황해서 그런 말을 쓴 거 아니겠냐는 해명도 내놨습니다."

여기에 기자는 한국당 내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강한 반발이 있었음을 덧붙여 설명하는데 총 리포트 시간인 10분 34초 동안 사건의 맥락 전체가 쉽게 읽힌다. KBS '뉴스9' 역시 나경원 의원 국회 대표연설 사건을 보도하며 이해찬 의원의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을 영상에 담았다. 하지만 이해찬 의원의 발언에 관한 언급은 앵커도, 기자도 하지 않았다. 
 

KBS ‘뉴스9’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국회발언’ 관련 리포트를 2꼭지에 총 4분 6초를 할애했다. 하지만 이날 알려진 발언의 팩트체크는 하지 않았다. ⓒ KBS

 
앵커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와 수준이 달라진다. 이것은 곧 뉴스 심층성 강화 요인이다. KBS '뉴스9'에서 앵커는 정준영 성폭력 사건 보도 제1꼭지에서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왜곡된 성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정준영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범죄 행위가 아닌 사회전체 문제로 규정하는 듯한 말을 한다.

제4꼭지인 대담 코너에서도 '혜화역 집회' 사건을 언급하며 사회 문제 차원에서 사건에 접근한다. 앵커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남녀 성대결 구도로 보는 건 좀 아니지 않냐"는 질문을 기자에게 던진다. 

보도 내용의 관련성을 따져봤을 때 앵커의 이런 질문이 적절한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제1꼭지에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의식'이라는 말을 하려면 적어도 정준영 성폭력 사건을 '가볍게 여기는 반응' 정도는 함께 보도해야 했다. 그런 맥락 없는 발언은 오히려 정준영 개인의 범죄에 면죄부를 부여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엄연히 '범죄'다. 범죄 혐의를 놓고 어떤 성대결을 펼칠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관련된 추가 보도도 없다. 이런 질문을 하려면 '정준영 행위를 두둔하는 남성집단의 존재가 있다' 또는 '이번 사건으로 남녀 성대결 구도가 펼쳐졌다'는 내용의 취재가 뒷받침 돼야 한다. 

양보다 질로 승부 봐야 해

사안에 대한 리포트 꼭지 수를 늘린다고 해서 심층성이 자연히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KBS 정준영 성폭력 사건 보도를 보면 4꼭지 중 1꼭지는 2분 1초로 보통 리포트가 1분 30초인 것에 견주면 30초 정도를 더 할애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정준영이 경찰 조사를 위해 귀국'했고 '과거 같은 혐의로 방송 중단 이력이 있다' 뿐이다. 제3꼭지에서도 기존 리포트 분량보다 더 많은 시간인 2분 24초를 할애해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했다. 

같은 날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정준영, 3년 전 '불법 촬영 파문' 재조명…당시 무혐의 사유는'이라는 1분 28초 리포트에서는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뉴스룸'은 당시 수사상황을 지적하며 경찰이 왜 휴대전화를 제출받지 못했는지, 그리고 이후 정준영이 검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한 정황에 관해 설명한다. JTBC가 KBS보다 시간은 짧지만 정보는 더 많이 담고 있다. 

KBS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려는 듯한 모습은 지난 1월 8일 화요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방중' 소식을 전하는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5꼭지를 연달아 배치한 당시 보도는 제1꼭지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 중국 방문 소식을 전하고, 제2꼭지에서 중국 특파원을 연결하고, 제3꼭지에서 워싱턴 특파원을 연결하며, 제4꼭지에서는 청와대에 나가 있는 기자를 연결하고, 마지막 제5꼭지에는 스튜디오에서 금철영 통일외교부장을 불러 대담한다.

숨가쁘게 중국, 워싱턴, 청와대, 스튜디오까지 오가는데, 문제는 숨만 가쁘고 정보는 '가뿐'하다는 점이다. 각 리포트는 각각 1분 58초, 2분 57초, 2분 19초, 1분 58초, 3분 47초로 약 13분의 시간을 배분했다. 그러나 각각의 리포트가 보여주려 하는 주제가 모두 달라 주어진 시간에 현안을 살피기가 쉽지 않았다.
 

1월 8일 KBS ‘뉴스9’은 5꼭지를 할애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 방북 소식을 전했다. ⓒ KBS


투톱 체제 뉴스, 괜찮을까?

7시 뉴스와 9시 뉴스 투톱 체제는 본래 목표한 대로 구성되고 있을까? 애초 KBS는 7시 뉴스에서 전통적 보도 방식, 9시 뉴스는 심층보도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으나 두 뉴스 리포트는 약간 차이만 있을 뿐이다. 뉴스 보도 순서, 리포트 길이, 그리고 조금 다른 리포트 구성 방식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차이는 미미하다. 만약 7시 뉴스와 9시 뉴스를 둘 다 챙겨보는 시청자라면 봤던 걸 또 보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같은 걸 두 번 볼 시청자는 없다. 시간에 쫒기는 현대인은 둘 다 아예 안 볼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갤럽이 2018년 8월에서 9월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남녀 하루 평균 TV 뉴스 시청 시간은 71분이다. 이 조사를 보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평균 시청 시간이 줄어든다. 60대 이상 평균 TV 뉴스 시청 시간이 '109분'인데 반해 20대는 '32분'에 불과했다. 앞으로 주 시청층이 될 밀레니얼 세대가 TV 자체를 안 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애초에 투톱 체제로 뉴스를 구성하겠다고 한 게 잘못된 것은 아닐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상요 교수는 "바쁜 현대인은 7시, 9시에 맞춰 뉴스를 챙겨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내가 흥미를 찾아가는 린포워드 시대"라고 했다. 린포워드 시청 행태는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몸을 앞으로 구부려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골라보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적극적 시청 행태를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만 보기 어렵다.

보수성향인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에 40만,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에 36만의 구독자가 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 보수 정치인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이들 채널의 시청층이 대부분 중장년층이라는 걸 생각하면 린포워드 시청 행태는 특정 세대가 아니라 전 세대에 나타나는 시청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 제목을 통해서도 현재 시청자의 시청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는 'ㅇㅇㅇ 사건 정리', '3분 요약'과 같이 사안에 관해 짧고 간결하게 정보를 편집한 동영상 여러 건이 올라와 있다. 유튜버들이 자기가 이해한 정보를 정리해서 짧게 설명하거나, 시청한 TV 프로그램을 요약해 올린 것들이다. 방송사들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짧게 편집해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 올린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은 '장자연 2부작 핵심정리'라는 제목으로 4분 16초짜리 동영상을 직접 유튜브에 게시했고, JTBC는 자사 드라마의 주요 장면들을 편집해 '골라봐야지'라는 제목으로 10분~15분 내외 영상을 올린다.
  

JTBC는 유튜브에 자사 드라마 편집본을 올리며 시청자의 새로운 시청 욕구를 충족한다. ⓒ YOUTUBE JTBC Voyage 채널

 
지금은 방송 프로그램 하나를 통째로 다 보기보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는 짧고 간단한 영상물을 선택해서 보는 '린포워드'식 동영상 소비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 짧지만 심층적인 맥락을 짚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시청자가 원하는 뉴스는 '(뉴스) 하나를 보면 (세상사) 열을 알 수 있는' 뉴스가 아닐까? 

코너, 정체성 강화가 경쟁력 강화로

뉴스 내에 신설한 코너의 정체성 강화도 필요하다. '뉴스 줌인'은 매일 그날 일어난 사안 중 더 살펴봐야 할 것들을 소개한다. 보통 리포트와 다른 점은 앵커와 대담을 하며 문제를 짚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날 더 집중해야 할 사건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굳이 뉴스 줌인에서 다뤘어야 했나'하는 것들도 있다.

지난 2월 20일 코너에서는 '임산부 배려석' 문제를 소개한다. 기자는 '임산부 배려석이 사회 갈등으로 번진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2월 19일 코너에서는 '부산 의과대학 교수가 자녀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내용을 전한다. 두 사건 모두 소개 차원에서 끝나는데 뭔가 아쉽다. '임산부 배려석' 같은 내용은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해 '솔루션 저널리즘'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의대 교수, 자녀 시험문제 유출' 사건을 소개할 때는 당사자들 목소리를 넣어 깊이를 더할 수 있지 않았을까? 뉴스 경쟁력을 살리려면 이 코너가 보통의 다른 리포트와 어떤 면에서 다른지 보여줘야 한다.
  

JTBC 뉴스룸 ‘비하인드뉴스’ 코너에서는 당일 일어난 주요 사안의 맥락을 짚어주고 팩트를 알려준다. 사진에서 앵커와 대담자는 3월 12일 나경원 원내대표 국회 연설 발언 근원지를 짚고 있다. ⓒ JTBC

 
KBS, '압도적 신뢰도'가 필요하다

KBS는 지난 1월 29일, '미디어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 가장 신뢰하는 뉴스 채널 1위는 JTBC로 37.3%의 응답을 보였다. 2위는 KBS로 19.8%, 3위는 YTN으로 11.9%를 기록했다. KBS는 2위라는 등수를 얻었지만 1위인 JTBC와 약 17%의 격차가 벌어졌다. 

'신뢰도'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성취해야 할 핵심 가치다. 지난 2005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BBC를 신뢰하는 국민은 67%였지만, 당시 블레어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영국인은 공영방송 BBC를 정부 기관보다 더 신뢰한다. 이런 높은 신뢰도를 기반으로 BBC는 2018년 기준 연간 TV 수신료를 150.5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2만5천원을 부과한다. KBS는 연간 3만원을 부과하는데, 이마저도 'KBS보다 차라리 JTBC에 수신료를 내겠다'는 굴욕적인 여론에 직면해 있다.

KBS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왜 신뢰를 잃었는가'의 답을 찾으면 된다. 지난해 9월 3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신뢰도 하락 기점이 '세월호'와 '국정농단' 사태 보도임을 꼬집었다. 이날 정세진 아나운서는 당시 '세월호 참사' 보도가 피해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대통령 중심이었다고 인정했다. JTBC는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신뢰도가 상승하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100일 동안 팽목항을 지키며 보여줬던 JTBC의 진정성이 신뢰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KBS가 신뢰도를 회복할 방안에 관해 "그동안 은폐하거나 왜곡해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민주주의 관련 주요 이슈들이나 사회 소외계층 목소리를 찾아서 쉽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어떤 것을 보도할지 뉴스 가치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13화에서 정세진 앵커가 세월호 참사 당시 KBS에서 제대로 된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 KBS

 
반가운 것은 KBS 내부 젊은 기자들 움직임에서 뉴스 보도에 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인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KBS'에서는 KBS 기자가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고 시청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취재 뒷이야기를 전한다. KBS 내부 보도에 대한 비판 역시 잊지 않는다.

지난 3월 18일 방송된 29화에서는 'KBS 무기력 특집, 잃어버린 일주일을 찾아서'를 방송했다. 이 방송에서 KBS '뉴스9'이 '장자연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일자리 관련 보도'만 내놓은 것을 자사 기자들이 비판한다. 지상파 3사, CBS 보도 내용을 간략하게 전하며 KBS와 다른 점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KBS 내부에서 많은 노력이 있다는 건 ‘저널리즘토크쇼 J’와 유튜브 방송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KBS’를 보면 알 수 있다. ⓒ YOUTUBE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KBS


이 프로그램의 '프로대댓글러' 김기화 기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KBS는 죽은 조직이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에 유튜브 방송을 제작하게 됐다"며 "방송이 내부총질이라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비판받을 내용을 잘 잡아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그는 "KBS는 수신료를 받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분들은 다 우리 사장님"이라며 "그러니 우리 뉴스에 대한, 불만에 대한 죄송함은 당연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그가 남긴 댓글에는 시청자의 날 선 비판에도 '(변해가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죄송하다', '감사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KBS 엄경철 기자 역시 앵커로 발탁된 뒤 이 프로그램 18화에 출연해 KBS 뉴스의 변화 방향에 관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모험하지 않고 새로운 걸 쌓을 수 없기 때문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단기간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간의 반응을 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말처럼 모험하지 않고 새로운 걸 얻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세상 돌아가는 심층적 맥락을 어떻게 쉽게 제시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KBS 뉴스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과감하게 변화하는 모험을 보여준다면 등돌린 시청자를 돌려놓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청자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KBS #뉴스 #댓글읽어주는기자들 #기자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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