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 재수색, 최정호 장관 후보의 약속

[주장] 지금이라도 수색 제대로 해야

등록 2019.03.26 09:04수정 2019.03.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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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이른바 한국의 외환위기를 다룬, 그리고 김혜수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런 예고 없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서민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협상을 유리하게 하려는 이. 노동조합을 경멸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 및 상류층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경제관료. 영화 속 김혜수가 오죽 답답했으면 당신은 어느 나라 관리냐고 따졌을까.

KAL858 수색단,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그 답답한 마음을 나도 가지고 있다. 연구자로서 1987년 김현희-KAL858기 사건을 고민해오면서다. 비행기가 115명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탑승객의 대부분은 중동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서민들이었다. 비행기가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지막 교신이 있었던 지점을 중심으로 최대한 빨리 수색에 나서야 한다. 실종자들은 물론이고,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를 비롯한 각종 잔해를 하나라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당시 전두환 정부는 실종 지점 파악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수색 시작 닷새 만에 철수 계획을 세우고 실종자들의 사망을 공식화하려 했다(DA0799668, 155쪽). 당시 수색단에 묻고 싶다. "너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2016년, 나는 이 사건의 재조사를 시도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기록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가기록원에서 열람했다. 이 기록에는 위에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문제가 될 부분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공식 수색단이 비행기록장치 탐색기를 갖추지 않은 채 수색에 나선 점이다. 탐색 장비 사용과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경기도 반월의 해양연구소에 '사이드 스캔 소나'라는 장비가 있었다(DA0799672, 12쪽). 그리고 미국 시애틀에 있는 회사의 장비를 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알고도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수색단에 묻는다. "너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최근 국토교통부가 KAL858기 가족회에 보내온 문서를 봐도 답답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는 KAL858기 사건의 재조사를 바라는 가족회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련 법(테러방지법 등)에 항공분야를 포함한 테러사고의 조사 주관기관은 국가정보원(과거 안전기획부)이며…"(YTN, 2019년 3월 24일).

여기에는 비행기 실종 당시 아무런 증거 없이 사건을 곧바로 북쪽의 테러공작으로 규정했던 전두환 정부의 인식이 담겨 있다. 비행기가 실종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철저히 수색과 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실종자 가족들 '몰래' 115명의 사망처리를 일괄적으로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렇게 무시하면서 "대책 시행시 미국과 긴밀 협의"를 했다(DA0799670, 19쪽). 당시 대통령으로 (조사가 시작되기 전) 사건을 바로 북의 테러로 규정한 전두환씨에게 묻는다. "너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의 약속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가 국회 청문회에서 KAL858기 재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물음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국가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된다는 말씀, 전적으로 공감하고요… (재수색에 대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오마이뉴스 TV>, 2019년 3월 25일).

이 사건에는 수색 문제를 포함해 여러 의혹들이 지금도 해명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기존 수사결과 대로 북의 테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논란을 떠나 중요한 것은 당시 정부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 숙제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정호 장관 후보가 약속을 꼭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청문회에서 이런 물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너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니?"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KAL858기 사건 연구자입니다. 2007년에 < KAL858, 진실에 대한 예의: 김현희 사건과 ‘분단권력’ >, 2015년에 < 슬픈 쌍둥이의 눈물: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국제관계학 >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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