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 한국당으로 직진한 박영선, 이언주 "우리가 청문회 당하는 거냐"

[청문회-중소벤처기업부] '사생활이냐 검증이냐' 자료 제출 놓고 80분 공방... 후보자 '셀프 변호'도

등록 2019.03.27 13:20수정 2019.03.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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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나온 박영선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를 듣고 있다. ⓒ 남소연


박영선 : "다 메모를 했으니 한 분 한 분 답변 드리겠습니다. 2252건 자료 요구하셨고. 제출하지 않은 것은 145건입니다. 이언주 의원이 지적한 정책 자료는 이 의원에게 보내는 이메일 주소에 오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언주 : "사과만 하세요 그냥. 사실이 다른 이야깁니다."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 후보자가 시작 70여 분 만에 입을 뗐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의 자료 제출 미비 항의에 각각의 설명을 달겠다는 것이었다. 후보자가 전례 없이 적극 방어 태세를 취하자 야당 위원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가 후보자에게 청문회 당하는 거냐? 태도가 잘못됐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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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후보자 지켜보는 이언주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시을)이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앞서 박 후보자는 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한국당 위원들이 모여있는 홍일표 위원장(한국당 소속) 방을 찾기도 했다. 그는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의원님이 이렇게 적진에 과감히 들어오시고 대단하다 했다"고 말했다. 야권의 항의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것을 물어본 자료들이 많은데, 제가 인사청문회를 40번 정도 했지만 이게 책자로 인쇄되면 찌라시 시장으로 다 팔려간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기 때문에, (제출 대신)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문회 도중에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박 후보자에 대해 "집이 4채"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박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을 지낸 분이라 집 소유와 관련한 법을 잘 아실 텐데, 황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전세와 월세 사는 분들도 다 집이 있는 거라 그렇게 되면 국민 모두가 집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결재 내역에 관한 문제제기에는 직접 '해명 팻말'을 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당 위원석에선 "그만해!"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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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청문회서 피켓시위 벌인 한국당 자유한국당 이종배 곽대훈 의원 등이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모니터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내걸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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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박영선 사퇴' 피켓 시위 벌인 박맹우 의원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의원 보좌진(왼쪽 뒤)을 동원해 '내로남불 인사청문회 자승자박 박영선 사퇴'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 의원의 보좌진은 여당 및 일부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박 의원 의사진행발언 도중 피켓을 내렸다. ⓒ 남소연


이날 청문회는 이미 예고된 전쟁이었다. 개회 직전에는 한국당 위원들이 20여분 만에 회의를 파행할 것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한국당 위원석에 놓인 노트북에는 '박영선은 자료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종이가 붙었고, 박맹우 한국당 위원이 의사진행 발언 중에 보좌진이 뒤에서 '내로남불 인사청문회 자승자박 박영선 사퇴'라는 종이를 들고 섰다가 여당 위원들의 항의에 이를 접기도 했다.

'칼잡이 박영선' 소환한 한국당, 방패 든 박영선 

"과거에 후보자가 어떻게 했나. 자료 없이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후보자는 정직해야 한다, 이런 말 하지 않았나."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박 의원이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자료 제출 요구 발언을 하는 영상을 재방송 했다. 이 의원은 이어 "거주사실 확인을 위해 전기세, 가스세 납부 현황을 내라고 하니 체납사실이 없다고 하고. 이게 무슨 동문서답이냐. 청문 위원 무시하는 것 아니냐"라고 항의했다. "인사청문회가 하루짜리 푸닥거리냐"라는 박 후보자의 과거 발언도 그대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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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나온 박영선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장석춘 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장남이 미국 보스턴대학을 다니는 점을 들어 대뜸 대마초 이야기를 꺼냈다. 장 의원은 "이 지역은 대마가 합법화 된 곳이다, (해당 지역 언론을 보면) 우리 유학생들이 그 유혹에 일정 부분 빠졌다는 것이 나온다"면서 "후보자의 자녀는 도덕성을 요구하는 부분이라 최근 3년간 해외계좌 및 카드가 언제 어디서 사용됐는지 제출하라고 했는데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도 "이렇게 협조가 안 되면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에 보조를 맞췄다. 이 의원은 "후보자의 씀씀이 전반을 알고 싶다고 했는데, 과거 후보자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그런 질의를 굉장히 훌륭하게 했다"면서 "(이렇게 제출을 안 하면) 뭘 보고 검증하라는 거냐"고 질타했다.

민주당 "유방암 수술 내역 왜?"... 한국당 "의원 양심에 맡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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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박영선) 후보자 유방암 수술받은 병원이 어디인지가 왜 궁금한 거냐"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이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유방암 수술 자료까지 요구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질타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이 어디인지가 왜 궁금한 거냐"라며 한국당 의원들이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남소연


"혼인관계증명서, 실제 결혼 날짜 및 혼인신고 초혼 재혼 포함.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병원... 이게 인사청문회 하는데 왜 필요하나."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위원들이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위성곤 의원은 한국당 측이 요구한 일부 자료 목록을 열거하면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인지, 아니면 망신 주기를 위한 자료제출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이 언급한 문제 자료는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수술병원(윤한홍 한국당 의원) ▲후보자의 실제 결혼 날짜 및 혼인 신고 일자, 초혼 및 재혼 모두 포함(김기선 한국당 의원) ▲장관 후보자의 4촌관계 나이, 이름, 직업, 주소 등 인적사항(김규환 한국당 의원) 등이다.

박범계 의원은 더 나아가 '그게 왜 궁금하냐'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결혼 증명서를 내라고 하는데, 어떤 상상을 하면, 어떤 불순한 상상을 하기에 그것마저 내라는 거냐"면서 "이번 청문회는 한 후보자를 앞세운 거짓선동이고 가짜뉴스 잔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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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관계증명서, 유방암 수술받은 병원... 인사청문회 하는데 왜?" 반문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유방암 수술 자료까지 요구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질타하고 있다. 위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혼인관계증명서, 실제 결혼 날짜 및 혼인신고 초혼 재혼 포함.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병원... 이게 인사청문회 하는데 왜 필요한가." 반문하며 한국당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 목록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 남소연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또한 "질병 수술 내역이 궁금한가? 궁금할 필요가 없다"면서 "혼인관계 자료, 실제 결혼날짜. 이게 왜 궁금한가?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후보자 개인 사생활을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 아무리 국회라 해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도 마찬가지로 "여성 질병과 개인 건강에 관한 것은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미제출 자료 중 전통시장 사용 내역, 배우자 동경 아파트 수입, 제로페이 사용 내역 등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한 목록은 해결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범계 의원은 "그러한 요구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적절한 지적이다. 개인 신상 마구잡이식 공격을 제외한 나머지 검증 자료는 인사청문회 시작 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 위원들은 나머지 위원들의 지적에도 "의원 양심에 맡길 문제"라고 맞섰다. 성일종 의원은 "국민이 묻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병원에서) 갑질이 있었냐 없느냐를 점검하려는 의원 양심에 맡기는 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종배 의원 또한 "(질병 문제는) 병원 특실 갑질 제보가 있어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자료를 안 주신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청문회에 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미제출 자료 가운데는 시간이 경과해 없는 자료가 대부분이다. 개인 신상 관련 자료는 없기 때문에, 다른 자료는 다 찾아서 왔다. 원하시면 열람토록 하겠다"면서 "자료요구가 너무 많아서, (처리하는 인력이) 다섯 사람이라 미처 못 나간 게 있다"고 답했다.
#박영선 #이언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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