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판사, 동료들에게 '수상한 이메일'

'국정원 판결 지연' 김시철 부장판사,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검찰→대법원 비위통보' 문제제기

등록 2019.03.28 16:05수정 2019.03.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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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검찰이 대법원에 법관 비위사실을 통보한 것'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판사 이름이 비위 명단에 포함돼 있는 데다, 그가 보낸 이메일의 수신자가 사법농단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의 판사들이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7일 '검찰의 2019. 3. 5. 통고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검찰의 수사자료 통고행위는 명백하게 위법한 것이므로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소속된 서울고법 판사님들께 일단 제 나름대로 정리한 법리적 검토내용을 말씀드린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5일 검찰은 양승태·고영한·박병대·임종헌 등 앞서 기소된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이어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또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사실 자료와 현직 법관 10명의 참고자료를 대법원에 전달하며 사법농단 수사가 일단락됐다(관련기사 : '양승태의 손과 발' 사법농단 연루 법관 10명도 법정으로). 다만 검찰은 정치인 연루 정황 등과 관련해 수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검찰이 통보한 내용과 법원행정처 보유 자료, 징계시효 도과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 추가 징계 청구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이에 앞서 대면조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발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국가공무원법 제83조,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0조를 거론한 그는 "검찰이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한 경우에 수사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내부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대법원에 통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법관을 단순한 참고인으로 조사를 한 경우 이러한 사정을 외부기관인 대법원(소속기관)에 통고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이러한 행위가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 누설이 적용될 수도 있다"라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 "위법성이 명백한 자료를 토대로 대법원이 섣불리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경우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 측 "그럼 징계시효 다 끝나고 통보할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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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2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바라본 대법원 청사의 모습. ⓒ 권우성

 
검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관 사이에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협조의 영역이다, 기소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소되지 않은 법관들의 비위사실) 자료를 대법원에 보낸 것인데 그게 안 된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나"라며 "사법농단 수사도 대법원의 수사의뢰에 의해 시작됐고 당시 대법원도 관련 410개 문건을 공개했는데 그것도 공무상 비밀 누설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 수사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의 의미는 정치인 연루 의혹 등 추가 문제점이 더 나올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럼 이러한 (정치인 연루 의혹 등) 수사도 하지 말라는 건가, 아니면 징계시효 다 끝나고 나서야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하라는 건가"라고 강조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누구?

김 부장판사가 검찰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그는 코트넷(법원 내부망)에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이메일 압수수색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관련 기사 : 사법농단 연루 의혹 부장판사, 동료들 상대 '자기변호'). 김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관련 검찰의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죄판결문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후에도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던 인물이다(관련 기사 : "원세훈 댓글=손자병법" 판사, 미리 '무죄 결론' 내렸나). 이후 비슷한 시기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후 심리방향' 문건이 발견됐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를 내리지 않은 채 2017년 2월 서울고법 민사부로 이동했고, 이 재판은 대선 후인 2017년 8월에야 원 전 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되며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김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판사들을 상대로 검찰을 지적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의 1심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 재판이 결국 서울고법으로 넘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마치 학술적 논의를 하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메일 내용 어디에도 자신이 사법농단에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라며 "(그런 그가) 공적인 지위인 판사 신분을 이용해 2심 재판을 맡을 서울고법 판사들이 예단할 수 있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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