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비자림로 공사 재개... 원희룡 지사님, 이건 아닙니다

등록 2019.03.29 14:48수정 2019.03.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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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던 비자림로의 삼나무들이 무참히 베어졌습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도로 확장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제주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도민들과 여론의 반대로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가 23일부터 다시 재개됐습니다.

공사는 재개됐지만,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한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3월 25일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더플원희룡’을 통해 비자림로 공사 재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유튜브 캡처

 

이런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더풀 원희룡'을 통해 '비자림에 없는 비자림로,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제주지사가 본인이 추진하는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동영상을 통해 입장을 밝힐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관계가 다른 주장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주장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증해보겠습니다.

비자림로는 정체와 병목 현상이 벌어지는 도로이다?

원 지사는 확장공사는 주민 숙원 사업이고, 감귤 운반 차량이 많을 때는 도로가 정체되고, 겨울철에는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자림로가 정체와 병목 현상이 벌어지는 도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의 설명처럼 비자림로의 통행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비자림로가 상시적으로 정체와 병목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꽉 막히는 도로는 아닙니다.

기자는 비자림로 주변 마을에서 10년째 살고 있습니다. 비자림로를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10년 동안 살면서 비자림로가 막히는 경우는 고사리 채취철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외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고사리 채취 시즌만 되면 비자림로 주변은 고사리를 캐기 위해 불법 주차를 하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만약 4차선 도로로 확장한다고 이런 현상이 없어질까요?

사고가 나거나 겨울철 눈이 내리면 비자림로가 아니더라도 제주 어느 도로라도 막힙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상황을 제외하고 평소 비자림로의 평균 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제주 교통정보센터에서 파악한 비자림로 평균 속도는 차량 주행에 크게 무리가 있거나 정체되는 속도는 아니었다. ⓒ KBS제주뉴스 캡처


  
지난해 여름 비자림로 공사가 논란이 될 당시 제주 교통정보센터에서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비자림로 구간은 출근시간대 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50km를 넘습니다. 평균 속도가 50km라면 주행 속도는 60km 정도 됩니다. 거의 정체되지 않는 도로라고 봐야 합니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제주는 지난해부터 도로의 최고 속도를 10~20km씩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제주지사가 막히지도 않는 도로에 대해 정체와 병목 현상을 빚는다고 말하는 것은 심한 과장입니다.  

비자림로는 아름다운 도로와 상관없다?

원희룡 지사는 '비자림에 없는 비자림로'라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지금 확장 공사하는 곳은 전혀 비자림과 상관이 없고,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곳도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발간한 ‘아름다운 도로’ 책자에 소개된 ‘비자림로’ ⓒ 건설교통부



위 사진은 2002년 건설교통부가 발간한 '아름다운 도로'  선정 책자입니다. 대상을 받은 비자림로를 보면 한라산 쪽에 있는 5.16도로 교차로부터 평대까지로 나와 있습니다. 해당 도로는 단지 비자림이 있는 곳만이 아닙니다. 삼나무가 심겨진 곳도 비자림로가 맞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자연 보존을 외치는 사람들이 비자림을 파괴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금 비자림로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하는 그 길이 바로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곳입니다. 오히려 원희룡 제주지사가 번지수를 착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벌채가 이루어진 곳은 나무가 별로 없는 1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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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제주 삼나무숲 2018년 8월 9일 오후 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숲이 도로 확장·포장 공사로 나무가 잘려져 나가 속살을 벌겋게 드러내 있다. 제주도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에 이르는 비자림로 일부 구간에 대해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자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 연합뉴스


 원희룡 지사는 벌채가 이루어진 곳이 1구간이며, 이 구간은 나무가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참하게 나무가 베어진 곳은 1구간이 아니라 금백조로 입구 삼거리 쪽인 3구간입니다.

원 지사는 대천동 사거리에 있는 승마 체험장을 가리키며 나무가 별로 없어 괜찮다고 말합니다. 벌채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 공사 구간을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제주지사가 유튜브를 통해 확장 공사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안 됩니다.

기자는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갓길이 없어 도보로 비자림로를 이용하거나 사고 발생 시 구급차의 진입 등이 어려운 문제가 있 때문입니다.

확장공사를 하면서 나무를 무참히 베기보다 갓길을 만들 정도로 벌목하면서 삼나무 간벌이나 수종 교체 등을 차근차근했다면 어땠을까요?

 
덧붙이는 글 비슷한 기사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비자림로 #원희룡 #제주도 #유튜브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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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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