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원 상가 매입 논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퇴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등록 2019.03.29 11:27수정 2019.03.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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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9일 오전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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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자료사진) ⓒ 연합뉴스


약 26억 원짜리 상가건물 매입 논란이 휩싸였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결국 사퇴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29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사퇴의 글에서 "어제 여러분 앞에서 해명하면서도 착잡했다"라며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다"라며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에 털어놓고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가건물 매입 경위과 관련, 김 대변인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라며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김 대변인은 "이 또한 제 탓이다"라며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거다"라며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다"라고 지난 시간들을 회고했다.

김 대변인은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다"라며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거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다"라며 "다 제 미숙함 때문이다,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 중인 지난 2018년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상가건물을 총 25억7000만 원에 사들였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27일 공직자 재산신고로 알려지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노력해온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28년간 <한겨레> 기자로 활약해온 김 대변인은 지난 2018년 1월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당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김 내정자의 발탁은 향후 주요 정책, 평창올림픽, 남북관계 등 산적한 현안에서 더 적극적인 메시지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부여주는 것이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다음은 김의겸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낸 글의 전문이다.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입니다. 걸핏하면 설전이 벌어졌다고 묘사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습니다.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겁니다.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다 제 미숙함 때문입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릅니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습니다.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납니다.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젊지 않습니까.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

제 문제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습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죠.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습니다.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 또한 다 제 탓입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겁니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갑니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까칠한 대변인 드림
#김의겸 #흑석동 상가건물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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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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