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최순실의 냄새가 난다

[게릴라칼럼] '박근혜 청와대' 가리키는 '김학의 사건', 황교안 대표의 발뺌

등록 2019.03.29 19:40수정 2019.03.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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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CD를 봤다든지, 법사위원장실에서. 그런 자리도 아니고, 그런 일도 없어요. (김학의 사건에) 난 연루된 게 없어요. 검찰에서 판단한 것이고, 내가 개입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평소 '자연인 황교안'과는 사뭇 달랐다. 카메라 앞에서 평정을 유지하던 평소 모습과 달리 펄쩍 뛰며 부인하는 모양새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지난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학의 CD' 논란이 불거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턱없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황당했거나 당황했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나한테? 택(턱)도 없는 소리. 에이, 무슨 소리 하고 있어. 그런 CD 본 일이 없어요. 김학의 차관에 대해서는 그 당시 들어보니 문제가 없다, 난 거기까지 들었어요."

물론 '김학의 사건'을 인지했느냐는 물음엔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예의 그 애매한 태도로 일관 중이다.

반면 황 대표는 28일에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 범위에 대해 "전형적인 이중 잣대이자 정치 공세"라며 "여당 국회의원이 된 조응천 전 민정비서관은 (수사에서) 빼놨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안 하고 있는 겁니까"라고 역공을 폈다.

한국당 역시 박영선 후보자가 청문회 당시 한 발언을 두고 위증이라며 공세를 폈다. 특히 28일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논평을 낸 민경욱 대변인은 "국회에서의 위증과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장두노미'란 사자성어를 꺼내들었다. 29일 당 최고위원회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였다. '황교안의 전전긍긍'을 빗댄 말이었다.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숨겼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잘못이 드러날까 두려워 어떻게든 숨기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김학의 사건을 모른다고 발뺌하는 황교안 대표 모습이 그렇다. 황교안 대표가 김학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진실을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황교안 대표는 기억 안 난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황교안 겨냥한 전 부장검사 이용주 

그 와중에, 이른바 '박영선 청문회'에서 '황교안 CD'의 답변을 이끌어낸 주인공인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재차 황교안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28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서다. 이 의원은 김학의 사건을 비교적 빨리 파헤친 작년 4월 <PD 수첩> '검찰 2부작' 편에도 출연, '김학의 동영상'의 진위를 확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시 경찰 측에서도 청와대에도 3월 5일쯤에 가서 이야기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시 법무부 장관은 2월 중순 경에 이미 지명돼서 인사청문회를 했고요. 3월 11일자로 각 장관이 임명됐고 차관 내정은 3월 13일인데, 그렇다고 한다면 장관 임명과 차관 내정 전에 당연히 청와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황교안 장관과 상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다고 한다면, 3월 중으로 아무리 늦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경찰청에서조차 청와대에 가서 보고를 했는데, 당시 차관을 임명할 대상에 대해서 법무부에서 검증을 안 했겠습니까?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렇게 박영선 후보자가 제기한 '황교안 CD'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황 대표를 향한 '알았으면 거짓말, 몰랐으면 무능'이란 프레임이 완성되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정권이 당시 '김학의 사건'을 인지하고도 덮었다는 의혹이 연일 몸집을 키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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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제지당한 김학의 전 차관 성폭력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김학의 임명'이란 무리수를 강행했을까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시 청와대에서 누군가 김학의를 법무부 차관 시키려고 했던 것 아니겠습니까?"라던 이 의원의 추정은 이랬다.

"사실 김학의 차관은 법무부 차관 이전에 이미 검찰총장으로 청와대에서 밀었던 인물입니다. 당시 검찰총장으로 밀었는데 12월쯤에요. 검찰총장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예외적으로 투표라는 절차를 거쳐서 김학의는 당시 후보에서 탈락하고, 나머지 3명만 총장 후보로 올렸었죠. 그래서 검찰총장을 못 하게 된 거죠. 그럼에도 통상적으로 검찰 내부 관행은 검찰총장으로 경쟁하게 되면, 그 이후에 다른 사람이 총장이 되면 검찰 조직에서 나가는데요.

예외적으로 이번에 법무부 차관으로, 오히려 그분을 올려서 가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황교안 장관과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이 기수로는 황교안 장관이 한 기 앞서지만 고등학교 선후배로서는 김학의 차관이 한 기가 앞섭니다. 그래서 아주 이례적인 인사를 한 거죠. 그런 상황을 본다고 하면, 청와대에서 당시 장관인 황교안 장관과 인사협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최순실 가리키는 윤중천
 

ⓒ MBC


"청와대가 관리해주는, 청와대가 비호하는 인물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를 못했다는 것이 조금 더 본질과 가깝다고 봅니다. 소위 권력, 청와대 권력에 검찰이 순응하고 거기에 대항하지 못했다는 게 조금 더 정확한 지점일 거라고 봅니다."

"당시 청와대가 모를 수 없었다고 봅니다"라고 단언했던 이용주 의원은 작년 4월 방송된 <PD 수첩>에서도 위와 같이 말했다. 전 부장검사 출신인 이 의원에 따르면, 2013년 당시 검찰 내 분위기 역시 '김학의 동영상'은 물론 청와대의 비호를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비호를 받은 인물이 있었다면, 비호한 세력도 있었을 터. 28일 이를 추정케 하는 보도가 나왔다. 검찰 조사를 앞둔 윤중천씨가 그 주인공이다.

"여러 사람이 연관돼 있다. 이 사건이 최순실과도 관계가 있다."

이날 <시사저널>이 단독 보도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 윤중천씨의 전언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26일 윤 전 대표와 원주 별장의 등기부등본상 공동소유주 중 한 명인 B씨와 나눈 인터뷰를 전하며, 윤씨가 '김학의 사건'과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지난 26일 B씨와 대화중인 윤씨에게 <시사저널> 기자가 김학의 사건과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물었고, 윤씨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B씨가 <시사저널> 측에 윤씨와의 대화 내용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해당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B씨가 윤 전 대표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진상조사단에) 솔직하게 다 얘기하고 털어버려라'고 조언하자 윤 전 대표는 '여러 사람이 연관돼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윤 전 대표는 '이 사건이 최순실과도 관계가 있다. (내가 입 열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 아직은 말 못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이 임명된 막후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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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에게 성접대 등 불법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3.7.10 ⓒ 유성호


요약하자면, 윤씨와 원주 별장 매각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B씨에 따르면, 윤씨가 김학의 사건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관련됐다는 말을 했다고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용주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김학의 사건과 최순실씨의 연관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지금 결과로 보면 김학의 전 차관은 당시 최초에는 검찰총장으로 추천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기춘이 포함된 7인회에서. 그런데 김기춘이 포함된 7인회라는 말에는 박근혜, 그리고 실세였던 최순실과 연계되는 거고요. 당시 언론이나 지금까지 언론을 보면, 최순실이 김 전 차관의 부인과 같은 대학원을 다녔다는 기사도 나오는 것 같고, 김 전 차관의 부친이 군인 출신이어서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는 김학의를 왜 비호했을까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최순실(왼쪽)씨. ⓒ 오마이뉴스


"당시 청와대 입에 맞는 실세 차관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죠. 대표적인 곳이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차관이 김종덕 장관 위에서 군림했으나 결국 둘 다 감옥에 갔습니다."

29일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왜 굳이 박근혜 청와대가 '김학의 차관' 임명을 강행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김학의 사건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확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나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전후 드러난 '7인회'와 '비선실세'의 존재감이 '김학의 임명 강행'에 어떤 방식으로든 드리워졌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시 경찰도, 검찰도, 청와대도 다 인지했었다는 '김학의 성폭행 사건'을 두고도 임명을 강행했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상식'을 뛰어넘는 '박근혜 청와대'와 '국정농단' 세력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2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역시 "황교안 장관보다 김학의 차관이 고등학교 1년 선배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찍어 내려 보낸 거거든요"라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차관의 부친이 막역한 관계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농담으로 장관이 차관 결재 받겠다 이런 얘기도 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실세가 최순실씨였다는 것을 다 아는 국민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어찌 의심을 거둘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이 청와대 내에서 어떻게 작용했을지를. 또 "청와대 입에 맞는 차관"이 어떤 뜻인지를 유추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과 사퇴 건은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보다 더 그 윗선에서 추천되고 임명이 강행됐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여러 증언과 정황이 그렇게 가리키고 있다.

이에 대해 황 대표가 몰랐다는 말은, 무능을 자임하고 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김학의 사건의 끝이 황 대표로 향하게 된 셈이다.

29일 당 최고위원회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당도 '김학의 동영상 CD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둥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그만두기 바란다. 국민들께서 바라는 것은 오직 김학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다. 누가 경찰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권력의 힘이 작동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 것이다."

공감한다.

이제 전 법무부장관 황교안이 답할 순서다.
#김학의 #황교안 #윤중천 #이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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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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