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자'고? 진짜 법대로 풀어봅시다!

[후기] '갈등관리법률 효과와 문제점' 토론회

등록 2019.03.29 17:22수정 2019.03.29 17:43
0
3,000
지난 3월 25일 월요일 저녁 6시 30분, 서울시 NPO 지원센터에서 '갈등관리법률의 효과와 문제점'이라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발제자로 이 법안의 초안을 작성한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선임연구위원, 토론자로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변호사,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소장,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운영위원장이 참여했습니다. 사회는 노태훈(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사무처장이 맡았습니다.
 

'공공갈등 관리와 시민사회 공론장' 갈등관리법률 제정의 효과와 문제점 토론회'공공갈등 관리와 시민사회 공론장' 갈등관리법률 제정의 효과와 문제점 토론회 발제,사회,토론자들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법률 이름만으로는 어떤 법인지 감이 잘 안 잡히실 텐데요.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사회 이슈나 정책에 대한 사회갈등이 심화되어 왔습니다. 제주 강정마을, 신고리 원전, 밀양 송전탑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같은 사회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요. 그래서 갈등관리를 위해 노무현 정부시절 '공공기관의 갈등예방 및 해결에 관한 규정'이란 대통령령이 생겼습니다.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갈등관리와 통합을 주요 국정 목표로 설정, 갈등관리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례들의 진행과정에서 알 수 있듯 공적·사적 갈등들을 중재하거나 조정하는데 이 시행령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상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규정을 보완하고 법령체계상 대통령령보다 상위에 있는 법률로 격상하여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이 법안의 추진배경입니다.
 

공공갈등 관리와 시민사회 공론장 '갈등관리법률 제정의 효과와 문제점' 토론회발제 중인 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선임연구위원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토론의 발제를 맡은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은 크게 8가지로 나누어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첫째, 선언적 규정과 임의규정의 내용입니다. 일반 행정이 갈등관리 업무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며, 관행적 행정절차에서 주민 친화적 행정절차를 시도하고자 하는 '선한 공무원'을 감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갈등관리 총괄 사무기관을 지정하는 것입니다. 기존 국무조정실장에서 국무총리가 총괄기능을 수행하도록 격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갈등관리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즉 중앙행정기관 적용을 원칙으로 하여, 지자체 및 공공기관 임의적용에서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에 적용하도록 명시하는 것입니다.

넷째,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완하고,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삽입하는 것입니다.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을 활용하기 위한 선제조건으로는 정치권의 공감과 지지 확보, 공론화 절차와 방법, 조직 방안과 운영 방법에 대한 고민, 실질적으로 공론화를 진행하고 의견수렴을 담당하는 진행자(mediator, facilitator)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합니다. 또한 진행자에 대한 교육과 자격 인증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갈등조정협의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갈등영향분석을 의무화 하는 것입니다. 공공갈등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갈등조정협의회가 요청할 경우에는 갈등영향분석을 의무화하여 포괄적 규정이 아닌 실질적 규정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섯째, 갈등조정협의회를 통해 필요시 이해당사자 권한 강화를 할 수 있도록 해당 기관이 협의회 구성을 거부하는 경우, 상급기관에 협의회 구성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갈등의 사후 평가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갈등 후 치유책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책사업 또는 국가 주요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을 해결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공동체 재건을 위해 국가가 노력할 의무를 규정한 것입니다. 

여덟째, 갈등관리 지원센터 설치 및 공공기금 조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갈등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 법인으로 갈등관리 노하우를 개발, 축적, 지원하는 지원센터 설립의 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무조정실 산하에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하여 정부 출연 및 민간 기부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20분가량 이루어진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의 발제가 끝난 후 토론자들의 발언이 각각 10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먼저 김희경 변호사는 이미 제출된 법안들과 이번에 상정될 법안의 비교를 통해 보완할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특히 '조정'이란 용어에 '아비트레이션'(분쟁시 이해당사자가 사건에 대한 증인, 증거를 제출하면 조정자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미디에이션'(분쟁시 조정자는 의견을 내거나 판단하지 않고, 갈등의 당사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자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돕는 방식)의 의미가 혼재되어 있는데, 분명하게 미디에이션의 의미로 한정해야 한다는 점과, 기본법으로 상정할 법안에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상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조정의 개념이 분명하게 확립되어야하기 때문에 조정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법안에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기존 행정형 조정에서 과정과 결과의 주도성이 당사자에게 있도록, 조정의 전문성 중 감성의 영역인 대화 진행, 상담 등의 영역도 중요하게 생각하여 다양한 직역의 구성원들이 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등관리지원센터를 제시하여, 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위치에서, 기 수립된 범국가적 갈등관리 시책 하에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고 컨설팅하며 사후모니터까지 담당하는 통합적 갈등관리를 수행하는 기구로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박태순 소장은 "우리 사회 갈등의 성격이 공공사업의 절차적 민주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하며, "행정의 확대를 통한 갈등 관리는 국민들의 역할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관료제의 확대를 가져오고, 시민사회의 자발성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행정 기관이 해결할 수 없으며, 어떻게 공론장을 활성화시킬지, 어떻게 불균형한 권력을 이동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으로 이태호 위원장은 실제 사례를 들어 갈등관리에 이른바 '외부세력'이 끼어들 수 있는지의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밀양 송전탑, 세월호 참사 때 '외부세력'들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연대의 권리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언급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의식, 피해자들은 사회가 인정하는 어떤 경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순수한 피해자' 도식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신고리 원전을 둘러싸고 공론장이 만들어졌을 때, 주민들이 이해당사자라고 배제되었다는 점에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공공갈등 관리와 시민사회 공론장 '갈등관리법률 제정의 효과와 문제점' 토론회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및 관계자들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토론자들의 발언 이후에는 플로어와 발제자, 토론자 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조정을 맡는 변호사들의 역할에 대한 의문, 공공기금을 시민사회에서 부담하는 것의 문제, 법안이 행정 강화로 악용될 여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은 있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현재 분쟁 시 변호사들만이 조정을 맡을 수 있는데, '조정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정 전문 변호사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 '조정 시에는 행정기관에서도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행정이 선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라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갈등관리법률'은 공적 갈등만이 아니라 사적 갈등 해소도 가능하며, 행정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입니다. 공무원들은 감사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어서 명백한 기준이나 지침이 없다면 임의로 적극적인 행정을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이 법안이 그런 '선한 공무원'을 보호하고 독려할 수 있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의 발언과 취지에 동의하지만, 보완할 점을 지적하고 법안이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을 우려한 토론자들이 만들어낸 열띤 토론의 장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바꿈 홈페이지과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세상을 바꾸려면 바꾸는 방법도 바꾸어야 합니다. 바꿈은 단 5년의 프로젝트로 단체를 키우지 않습니다. 흩어져 있는 다양한 단체들과 네트워킹하여 공동으로 행동하고, 수많은 양질의 컨텐츠를 카드뉴스 등으로 쉽고 재미있게 가공해 대중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세대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청년 및 청년단체가 주축이 되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옳은 말 하고 싶을 때 많지만... 문재인 정부 비난 않겠다"
  2. 2 '수다맨' 강성범 "서초동 촛불, 불이익 받을까 망설였지만..."
  3. 3 "외신도 조국에 관심... '르몽드' 도발적 제목 눈에 띄어"
  4. 4 조국의 최후 기자회견, 검찰 향해 '헌법 1조 2항' 메시지
  5. 5 조국 전격 사의 표명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