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볼펜 팝니다'... 서울대생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뉴스 보고 창피" "너무 바보 같은 짓"... 한편에선 "학벌 지상주의 반영한 사건" 평가도

등록 2019.03.29 19:22수정 2019.03.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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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펜과 응원편지 중고나라 판매 글 논란이 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지난 24일 게시된 서울대학교 펜과 응원편지 판매글 ⓒ 네이버카페 캡쳐

 
"수험생들을 위해 서울대생이 직접 쓴 응원의 손편지와 볼펜을 판매합니다. 7000원."

지난 24일, 서울대학교의 한 창업동아리가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올린 글이다. 이들은 입시 등급컷(합격선)이 높은 학과 학생의 펜부터 선착순으로 팔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학벌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이 동아리는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뒤 판매를 취소했다.

그런데 3월 27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익명의 글쓴이가 "이번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수많은 비난을 토해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기꺼이 사려는 사람이 있는 물건을 돈 받고 파는 것이 왜 죄가 되는가?"라고도 언급해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려는 사람 있는 물건을...' 불붙은 논란 

서울대 재학생들은 이와 같은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28일 오후, 서울대학교에 가서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과학대 건물 1층 로비에서 만난 자연과학대 19학번 정아무개씨는 해당 동아리의 "기획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뉴스를 보고 창피했다. 수험생과 그 학부모들의 간절한 심리를 이용해서 장사를 한다는 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펜이나 응원 편지에 가치를 부여해서 부적처럼 사용한 것은 너무 과장스럽다. 기획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씨와 함께 얘기를 나누던 최아무개씨(19학번) 역시 "등급 컷이 높은 학과별로 선착순으로 판매한다는 것이 기분 나빴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씨는 "서울대이기 때문에 더 논란이 됐고 욕을 먹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기념품점에서 판매중인 서울대 컬리링북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기념품점에서 12,000원으로 판매되고 있는 서울대 컬러링북. 서울대학교 전경과 각종 건물 그림들을 포함하고 있음. ⓒ 안해인

 

서울대학교에서 판매중인 볼펜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기념품점에서 1,500원에 판매중인 ‘서울대학교’라고 새겨져 있는 볼펜 ⓒ 안해인

 
학벌주의를 조장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학생회관 건물 앞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판매하던 컴퓨터공학과 16학번 정아무개씨는 "실수요가 있을 만한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외부에서 보기엔 학벌주의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사회과학대학 도서관 쪽에서 만난 인류학과 13학번 김아무개씨는 "수요가 있을만한 상품이었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 견학 온 많은 사람들이 기념품 가게에서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물품을 쓸어간다, 마크 자체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솔한 진행" "생각 짧은 아이디어"

또 다른 학생들은 이 동아리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종합운동장 쪽에서 만난 화학생물공학부 13학번 박아무개씨 역시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었다"라면서 "학생 몇 명이 학교 망신을 준 거 같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영관 인근 벤치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던 경영학과 18학번 김아무개씨는 "외부인들이 서울대 학생들을 보고 선민 의식이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이 이런 여론에 부채질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같은 학과 18학번 이아무개씨도 "생각이 짧은 학생 몇 명의 아이디어"라며 "그들이 서울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해당 학생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류학과 18학번 이아무개씨는 "경솔한 진행이었다, 뉴스로 보도까지 되고 (여론이) 잠잠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비난 여론이 너무 거세 한편으로는 조금 불쌍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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