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주총 간 채이배의 작심발언 "재벌개혁 되는 게 없다"

[스팟 인터뷰] 정부 차원 소극적 개혁 비판... "이명박·박근혜와 똑같이 될 건가"

등록 2019.03.30 12:06수정 2019.03.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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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총 발언하는 채이배 의원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한항공이 한진칼과 분할하면서도 양사에서 조 회장이 5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고..."

"퇴장 시켜! 퇴장!"

"국회의원이면 국회에서 일할 것이지!"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 현장.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이 발언권을 얻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소위 '오너 리스크'를 줄줄이 열거하자 조 회장을 지지하는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청문회 등 각종 현안에 이슈가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이날 결과는 재벌 총수의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진 역사적 현장이었다.

"조 회장이 경영활동을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재벌 총수는 감옥에 가거나 사회에서 퇴출될 때만 경영권을 내려놓는 것인가... 그런 현실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이날 주주 대리인으로 참여한 채 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호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에도 한진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는 만큼, 언제든 총수 일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다는 자조였다. 같은 날 열린 대한항공 지주회사 한진칼 주총에서 '이사 자격 강화안'이 부결된 데 대한 반응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주주행동권이 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에는 긍정 신호를 보냈다.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정부 초심대로, 이들 변화에 가속을 더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경제상황을 핑계로 재벌개혁을 미뤘다간 지난 정부의 오명을 함께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기관투자자, 즉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한국당을 반대하는 국민의 표를 제한하자는 것과 같다"라고 일침을 놨다. 소액주주와 다른 기관투자자의 합심 없이는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국민연금 혼자 재벌을 흔들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아래는 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경영권 박탈이란 시각은 선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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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총, 조양호 회장의 흔적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모습이 담긴 주주총회 책자를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사내이사 연임건이 부결 되면서 경영권이 박탈되었다. ⓒ 공동취재사진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 자리에 참석했다.
"주주 위임을 받아 대리인으로 참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있었기 때문에 상장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이해충돌이 된다. (이번 주총 때) 의결권 권유 행사를 진행한 이상훈 변호사를 비롯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직원연대가 함께한다고 해서 힘을 보태고자 참여하게 됐다. 일전에도 조양호 일가의 갑질 문제,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같이 제기한 바 있다."

- 채 의원의 발언에 일부 주주들이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반발이 컸나?
"조양호 회장이 2016년 정무위 국정 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최은영 대표이사(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가 경영을 맡으며 부실화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자금을 지원했고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가족경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분할했을 때도, (원래) 대한항공 때 받던 급여 25억 원을 양 쪽에서 다 받아 50억 원을 받은 게 문제가 됐다. 2015년도 (회장에 한한) 퇴직금 규정을 바꾸기도 했고. 국감 당시 시정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 이후 지난해 10월 270억 원 규모 배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 문제를 지적하니 일부 주주들이 고성을 질렀다. 의장에게 발언권 보장을 요구하니 저한테 '말이 길다, 그만하라'고 하더라(웃음). 그 과정에서 소란이 있었다."

- 조 회장의 예상 퇴직금을 700억 원 상당으로 추정하며 "모두 내려놔야 한다"라고 했다. 그룹에 대한 공헌을 감안했을 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법적으로 못 받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사회로부터 퇴출 당했는데, 퇴직금까지 수백억 원씩 받아가야겠느냐는 것이다. 이전에 조현민(전 대한항공 전무)도 퇴직금을 받아갔다. 그것도 10여억 원이 넘을 것이다. 불법을 저지르고 회사에 누를 끼친 사람들이다. 언론을 통해서라도 압박을 해야 할 것 같아 지적했다."

- 문제는 29일 대한항공 지주회사 한진칼의 주주총회다. 조 회장의 최측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대 주주 KCGI의 반대에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조 회장이 '한숨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에서 조 회장의 이사회 선임이 부결된 것을 언론들이 '경영권 박탈'이라고 하는데, 이는 선정적인 시각이다. 그의 경영권은 변함이 없다. 다만, 조 회장이 워낙 (경영자로서) 자질이 없기 때문에 주주들이 반대한 것이다. 조 회장은 아직도 한진그룹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본인은 이사회 진출을 못하겠지만, 좋은 후보자를 내세운다면 주주들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27일 주총 결과는) 재벌 총수 조양호 개인의 문제다. 다만, 많은 부분들이 변화됐다. (예전이라면) 주주들이 총수라서 (문제가 발생해도) 인정해줬는데, 이제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된 거다. 단순히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가 나서 재벌 경영권을 빼앗았다'는 시각은 ABCD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 문제는 이사 자격 강화안도 부결됐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 변경 안건을 제시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3대 주주)이 쇼를 했다고 본다. 조양호 일가가 33%, 3분의 1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달리 할 게 마땅치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제대로 하려고 했다면, 좋은 이사 후보자를 찾아냈어야 했다. 그런 것까지는 부담스러워 못하니까 정권변경안 수준을 낸 거다.

그런 점에서 KCGI가 주주제안(감사 1명, 사외이사 2명, 선임 감사위원회 2명 선임, 조 회장 측근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그랬다면 국민연금도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고, 독립적인 이사가 회사의 잘못된 경영을 견제할 역할을 했을 텐데..."
 
-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는 건가.

"조 회장이 미등기 회장직으로 경영활동을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재벌 총수는 감옥을 가거나 사회에서 퇴출될 때만 경영권을 내려놓는 것인가... 그런 암울한 현실을 보면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 지배 구조 환경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에 들어가고 KCGI가 한진칼에 들어간 것처럼, 주주 행동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환경에서 기업이 저항할 것이냐, 아니면 환경 변화를 인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할 것이냐. 이게 관건이다.

현대자동차는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했을 때, 사외이사 후보들을 외부 헤드헌터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들로 추천했다. 그런 면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진은 저항하다가 대한항공에서 혼쭐났다고 생각한다. KCGI가 단기 투자로 끝내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항하다 보면 결국 스스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

"연금사회주의? 한국당, 반성은 못할 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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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은 2018년 9월 12일 오후 서울 중량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임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 한국당은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기업 의사결정 개입)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편 들어주려고 악용한 것과 같은 사례가 문제가 되는 거다. 그 전에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3년 전에도 대한항공 주총에서 계열사 겸직을 이유로 조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이번에 조 회장이 그걸 알고 겸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번에도) 주주 이익과 기업 이익을 훼손한 이력이 있으면 반대하게 돼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반대 표결을 한 것이다."

- 과한 지적이라는 비판이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자신들이 한 것은 반성하지 못하고... (지금의 한국당 논리는) 마치 한국당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유권자 표를 제한하자는 것과 같다.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1차적 권리를 가지고 (반대 논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 의결권을 5% 이내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김세연 의원은 관련 문제를 '연금사회주의'로 표현했다.
"국민연금을 통해 재벌을 옥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재벌개혁은) 국민연금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동조해야 하는 문제다. 조 회장과 같은 사람에 대해선 다른 기관투자자도 반대했기 때문에 부결했지만, 만일 다른 기업에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연금이 나선들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 연금사회주의는 재계에서 만든 프레임이다. 주식회사 제도 자체를 자본주의 기업 행태의 근간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 이번 결정만으로도 환호하는 여론이 많다.
"(이런 재벌 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다루지 않아 잊혔을 뿐이다. 오래 전부터 주주권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은 있었다. 환경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조양호 회장이라는 특수한 재벌총수로 인해 이렇게 된 것도 있다."

- 시행령 강화 등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줄곧 요구했다.
"주주들이 더 많은 권한을 쉽게 행사하도록 상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재계와 한국당의 반발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많다. 시행령을 개정해서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부분을 법무부, 금융위, 공정위, 기재부에 질문도 던졌지만 하나도 진행되는 게 없다. 국회에서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추동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을까.
"예를 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다. 사문화돼 한 번도 작동을 안 했다. 그런 것부터 시작해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감사 자격요건을 강화시켜 독립적 감사를 선임되게 해야 한다."

- 그런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겠다.
"청와대가 문제다.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소극적 태도로 바뀌고 있다.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와 똑같은 것이다. 오히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점이 아쉽다. 되는 게 없다. 집행 권한을 가진 것만 행사해도 얼마든지 경영 행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채이배 #대한항공 #조양호 #조현민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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