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의 위험한 사람을 파악하는 법

[서평] 현직 검사 웬디 L. 패트릭 지음 '친밀한 범죄자'

등록 2019.04.01 14:02수정 2019.04.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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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물 속이 아무리 깊어 알기 어려워도 사람 속만큼 알기 어렵지는 않다는 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조상들도 사람의 내면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알고 지내면서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른스러워 보이던 사람이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던 적도 있고, 가벼워 보이던 친구가 굉장히 과묵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내가 아는 사람의 숨겨진 일면을 파악하는 일은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모든 사람이 겉보기 그대로라면 얼마나 심심한 세상이겠는가.


그렇지만 내가 알던 사람이 사실은 악한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선한 사람인줄 알고 친해지거나 정보를 공유했는데 악한 사람이었던 경우, 후회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신뢰도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악한 일면을 숨기고 선한 척 접근해서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 길 사람 속'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친밀한 범죄자 ⓒ 웬디패트릭

  
'친밀한 범죄자'라는 책은 '한 길 사람 속'을 숨기고 양 속에 숨어있는 늑대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사람의 속내를 파악해서 위험을 줄이자는 의도로 쓰인 책이다. 저자인 웬디 L. 패트릭은 미국 샌디에이고 카운티 검찰청의 현직 검사다. 저자의 전공은 심리학이었고, 여기에 더해 오랜 세월 미국의 검사로 근무하면서 범죄자를 다루는 경험을 쌓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어떤 범죄자는 주변에 위협적인 신호를 보내서 사람들이 피하게 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져서 공공 장소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주변 사람들은 피해는 볼지언정 전혀 예측하지 못해서 충격적이거나 놀랐다는 표현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범죄자가 이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선량하고, 자신의 웃는 얼굴 안에 자신을 감출 줄 안다.

저자는 많은 피고인들을 법정에서 상대했는데, 피고인들 중에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배심원은 물론이고 법원에 있는 법조인들에게까지도 호감을 사는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배심원은 실제로 피고인에게 관심을 가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개 자신의 가면 속에 범의를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자들을 대체 어떻게 피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만의 관찰 기준인 4가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이 다루는 대상은 겉보기에 위험하지 '않으면서'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 삶에 더 쉽게 들어온다. 그리고 보통은 우리가 그들을 불러들인다. 어떤 사람이 겉보기만큼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은 4가지 요소로 사람을 살펴보라고 제안한다. 내가 법조계에서 일하면서 발견한 요소들인데, '누군가 좋은 사람처럼 보일 때' 그 사람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특징들이다. 기억하기 쉽도록 앞글자를 따서 플래그라고 정리했다. - 11P
 
책은 위험 인물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로 FLAG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Focus(관심사), Life style(생활방식), Association(주변인), Goal(목표)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재산이나 지위, 인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나와 대화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방식은 상대가 숨기고 싶어하는 것들을 파악하게 해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일부는 숨기는 사람이라면, 생활방식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일반인과 달리 특이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면 상대가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주변 사람에 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은 뭔가를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책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선량한 젊은이인 척 했던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는 강도 범죄자들의 패거리로, 피해자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봉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목표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목표가 재산인지, 사람과의 교류인지 알 필요가 있다. 또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을 시도하는지도 안다면 상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책은 이런 FLAG의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사람을 속이기 쉬운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10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매력적인 사람, 리더, 믿을 만한 사람, 다정한 사람, 추종자, 닮은 사람, 익숙한 사람, 위험한 사람, 금지된 사람, 나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은 상대를 겉모습으로 파악하고, 자신에게 달콤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위험한 사람이나 금지된 사람, 심지어 나쁜 사람도 매력이 있기 때문에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흥분을 일으키는 생각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그 생각을 더 흥미롭게 만들고, 관계를 비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관계에 더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과도하게 의심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책에 따르면,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실제로도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친절을 베푼다. 이런 진정성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존중받을 대상이다.

이 책을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 기존 관계의 질을 높이고 현명한 결정을 할 것, 늘 깨어있는 삶을 살 것. 그것이 저자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친밀한 범죄자 - 옆집에 살인마가 산다!

웬디 L. 패트릭 지음, 김경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6


#범죄 #심리 #사회 #인간관계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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