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소지자의 질은 정말로 낮아지고 있나

자격증 소지자 간 영역침범을 경계하는 말 속에 숨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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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필구(boxhero)등록 2019.04.02 07:57
헤럴드 경제는 15일 자격증 공화국 ⓶ "질 낮아지는 자격증들..'사'자 직업도 예외 아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315100119195?rcmd=rn&f=m]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이 반론의견을 제출한다.
 
'사'자가 늘면 '('사'자의) 질이 낮아진다'는 기사의 제목은 문제
 
'질의 하락'과 '가치의 하락'은 분명 다르다. 통상 전자는, 제품의 품질 하락이나 자격의 미달을 의미한다. 그러나 후자는 '희소성'을 말한다. 제품이나 어떤 자격이 그 자체로 우수해서가 아니라 다만 드물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치는 올라갈 수 있다.
 
기사는 제목에서 '사'자 직업의 자격증이 '질'이 낮아짐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하지만 본문에서 내내 '사'자가 너무 많아졌단 얘기를 한다. '사'자가 늘어 더 이상 희소하지 않아 몸값의 가치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곧바로 '사'자의 '질 저하'가 된다니 이 무슨 논리의 비약일까.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변호사의 능력이 떨어진다? 본문에선 '수가 늘었다'고 하더니 제목에선 '(그래서) 질이 저하됐다'란다. 그 사이엔 인과관계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제목부터 비판점을 참 많이도 담고 있다.

변호사 수가 늘어 '사'자 직업군이 된서리를 맞는다? 그게 왜 사회문제?
 
본문으로 가보자.

자격증 시장이 포화되면서 한때 전문직으로 분류됐던 '사'자 직업군 시장에도 된서리가 내리고 있다. 원인은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시장에 변호사들이 넘쳐나면서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법무사 등 유사 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포화'는 법무사와 세무사, 노무사 등 유관 직종 종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건 수임이 어려워진 변호사들은 등기부터 소가가 낮은 사건 수임, 비소송 법률 업무도 맡고 있다. 변호사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자 법무사ㆍ세무사ㆍ노무사 등 유관 자격증 소지자들이 타격을 받는다. 변호사들은 '등기전문'ㆍ'세무전문'ㆍ'노무전문'이라고 명함에 표기한 뒤 세무사와 노무사 등 여타 전문직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본문만 보면 그야말로 '밥그릇 전쟁'이다. 특히 변호사의 수가 크게 늘어나서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이 생업에 종사할 수 없을 지경으로 비친다.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 법조관련 직군들은 변호사를 필두로 하여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 영역은 상호불가침의 불문율 속에서 법조 및 인접직역간의 경쟁은 거의 없었다.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도덕인지는 몰라도 국민에게는 불이익했다.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각 직역들은 '서비스 제공자가 만족스러운 가격'을 국민들에게 강요했고, 어쩔 수 없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국민들의 경우 비용지불을 '사실상 강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는, 변호사 수의 증가로 인해 타 직역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LG 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의 수는 미국의 1/17, 영국과 프랑스의 1/7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자격증의 수도 위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변호사의 수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그 부족한 만큼 올라가는 변호사의 비용을 소비자인 국민들이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위 기사의 저 내용은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사의 내용처럼 변호사를 위시한 인접직역들이 정말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을까?
 
만약 변호사들의 수입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투자한 노력보다 현저하게 적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각 직종별 평균소득을 조사한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 한국의 직업정보'의 내용을 분석하여 자세한 사항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16년 한국고용정책원이 조사한 직종별 소득순위 한국고용정보원이 직업 62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득순위에 따른 분포를 1위부터 40위까지 표시한 도표이다 ⓒ 양필구

 
위 도표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한 621개의 직업중 상위 40개의 직업들의 소득에 대한 도표이다.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http://www.keis.or.kr/ezpdfwebviewer/ezpdf/customLayout.jsp?contentId=/site/main/upload/publicationFile/20180115165416_aab3238922bcc25a6f606eb525ffdc56.pdf#)이 중에서 변호사는 19위로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변호사의 경우 하나의 단일개채로서 소득이 8,553만원으로 기록되지만 의사의 경우에는 여러 분과가 존재하여 분과별 소득이 나타나 있다.
 
이에 '의사'라는 단일한 직종으로 그 소득의 평균을 구하여 봤을 때(위 도표에 나와있는 의사 직종 15개[의학과 교수 포함]) 그 평균은 8,743만원으로 변호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소득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변호업계의 특성이라는 '적정 변호사 수의 연구'에 따를 때 변호사의 소득이 의사들의 평균소독보다 낮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변호사보다 상위직종인 8개를 하나의 의사라는 직군으로 봤을 때 변호사의 소득순위는 614개의 직종 중 12위에 해당한다. 또한 변호사보다 상위소득직종 중 기업고위임원, 대학총장 부총장, 행정부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항공기조종사, 도선사 등은 사실상 매우 특수한 직종으로서 일반적인 직업군의 소득파악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변호사보다 수익이 더 높은 직업은 600개 이상의 직업 중 한의사, 금융관리자, 의사, 시장 및 여론조사관리자 정도이다. 이를 통해 변호사의 소득순위는 전체 직종 중 최상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변호사의 하위 25%의 평균소득이 5천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호사간의 양극화는 존재하지만 그 정도가 생계를 위협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신모씨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고 변호사가 먹고살 만하지도 않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예비 법조인'도 있다.
지난 1월 변호사시험을 본 신모(32) 씨는 현재 한 법무법인의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최저시급 8350원을 받고 있다. 변호사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는 오는 5월이다. 시험을 치르고 합격 발표까지 걸리는 4개월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최저시급에도 불구하고 인턴으로라도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예비 법조인' 자격만으로도 우대를 해주던 사회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자격증 공화국'의 일그러진 일면은 한때 최고의 출세길로 꼽혔던 변호사 직군마저 위협하고 있다. 자격증 소지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자격증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변호사 수는 지난 2019년 1월 말 현재 2만5880명이다. 지난 2015년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선 국내 변호사 수는 오는 2022년이면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사들이 넘쳐나면서 변호사들의 직역은 교사, 기자, 펀드매니저 등 다양한 직군으로 흘러 넘치고 있다. 법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전통적 의미의 변호사보다 '부가 자격증'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 신모씨에 대한 내용의 요지는 1. 예비 법조인 그 자체를 우대해 주던 사회풍조는 사라졌다. 2. 변호사수가 넘쳐나서 2022년이면 그 수가 3만을 넘어설 것이다. 3. 변호사들의 직역이 교사, 기자, 펀드메니저 등 다양한 직군으로 흘러넘치고 있으며 변호사 자격증이 '부가 자격증'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라는 것 이다.
 
위 내용에 대해서는 3가지 비판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1. 위 글에서 예비법조인이 과거에 우대받았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예비법조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 고시생이 받았던 우대는 고시식당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고기반찬을 하나 더 받는 정도였다. 취업을 할 때 고시공부를 했다는 점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것은 고용주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 그것이 관습화 또는 제도화 된 것은 아니었다.
 
사법연수생의 경우 국가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서 나라에서 월급을 받는 신분이기 때문에 따로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임금을 가지고 예비법조인의 대우가 나빠졌다 좋아졌다를 판단할 수 있는 비교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비 법조인이라고 사회풍조적으로 우대를 해 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각자의 직업 및 그 직업을 준비하는 준비생들은 이 사회에서 동등한 하나의 주체이며, 그 주체들 가운데 누군가가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자체로 우대를 해 주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만약 그러한 것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자아내는 '지적허세' 혹은 '오만한 선민의식'에 불과하다.
 
또한 변호사들은 아직도 중견이상 기업의 대리급으로, 특채 공무원의 경우에는 5~6급으로, 경찰공무원의 경우에는 경감으로 채용되고 있다. 변호사의 대우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일선법률사무소에 취업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관련기사 - 누구를 위한 실무수습 제도인가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10687>
 
위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대학원 석사학위 소지자를 최저임금만 주고 부리는 곳은 기득권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법조계 내부의 자성과 반성을 통해 해결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모씨를 예비법조인으로 분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제7회 변호사시험을 기준으로 응시자대비 합격률은 40%대 이다. 제8회 변호사시험도 만약 합격률에 변화가 없다면 40%대 중반의 합격률을 보일 것이다. 확률적으로 봐도 신모씨는 예비법조인이 아니라 예비낭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신모씨뿐만 아니라 모든 변호사시험을 본 학생들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법률사무소 입장에서도 변호사시험을 보고 온 사람을 예비변호사로 대우하는 것 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신모씨의 경우에도 만약 시험에 낙방한다면 다시 공부를 해야 하고, 그때 사용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대학원을 졸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폭락이 신모씨와 처한 상황을 야기하는데 일조한 것 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상황을 야기한 것이 기득권변호사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하여 신규변호사의 배출을 가혹하게 통제하고 있다. 학생들을 열악한 상황으로 몰고가고 그를 이용해 최저임금으로 학생들을 착취하는 모습, 이것이 대한민국 기득권법조인의 자화상인 것이다.
 
2. 둘째로 지적할 부분은 변호사가 넘쳐나서 2022년에는 그 수가 3만명을 넘어선다는 대목에 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LG 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조인 수는 미국의 1/17, 영국 프랑스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법조서비스의 문턱은 높으며 지방 및 공공기관의 경우 법조인 수급에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에 법조인의 수가 3만을 넘어서는 것이 왜 법조인이 흘러넘치는 것 인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일반국민들 중 70%이상이 높은 수임료에 법률서비스를 받는 것을 포기한 '나홀로 소송족'입다. 현실이 이러한데 2022년에 변호사 수가 3만이 되는 것이 넘치는 숫자인지, 넘친다면 누구를 중심으로 두고 넘치는 것인지를 묻고싶다.
 
3. 마지막으로 변호사들의 직역이 교사 기자 펀드메니저 등 다양한 직군으로 흘러넘치는(이 용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취지는 1.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 2. 사회 각 분야로의 법조인 진출을 통한 법률서비스의 대중성 확대이다. 위 기사에서 언급된 직역 역시 법조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 지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라면국물이 흘러넘쳐서 치워야 된다는 뉘앙스의 내용은 지극히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마치 변호사 자격증을 '부가자격증'으로 있는 것인지, 변호사자격증이 왜 부가자격증이 되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묻고 싶다.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으면 안하는 것이다'라는 속담처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전통적 의미의 변호사업에 종사할지 아니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업무분야에 종사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이런 개인의 선택을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문제가 있다. 또한 이런 다양한 선택을 통해 국민들의 법조서비스 이용접근도가 향상되고 있으며, 국민 전체의 편익이 증대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도 의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을 졸업하여 변호사가 된 이들의 30%가 기존 송무영역이 아닌 다른 직군에 종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흘러 넘친' 닦아내야 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전통적 송무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나가는 것이며, 이런 현상은 장려되고 또 모범사례로 평가되어야 한다.
 
최근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추진에 반발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변호업계의 어려움'을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다. 몇몇 사례와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들면서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또 국민의 이익에 반대되는 사실을 마치 국민 전체의 이익인 양 외부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팩트체크를 통한 사실검증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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