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비누 뿐만 아니라 생수에도 붙어 있는 '이것'

채식주의자도 '당연'한 인도를 보며 한국 사회의 앞으로를 그려 보다

등록 2019.04.02 08:09수정 2019.04.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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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겠단 건 다시 돌아오겠단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굳이 여행까지 가서 글을 쓰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 여행기의 의미는 어느 졸업예정자, 취준생, 여자, 집순이, '혼행러', 그리고 채식주의자가 먹방부터 감성까지 여행에서의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아 돌아오겠단 거창한 선언에 있다. - 기자말

​​​​​​세계에서 채식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인도. 채식주의자만 한국 인구의 6~8배 이상이 되는 3~4억 명이기에 인도에는 독특한 법이 있다. 바로 식품에 채식/비채식 식별 표기를 해야 한다는 법이다.

비건(완전채식)과 락토(유제품까지 허용, 난류는 x)까지를 '채식'으로 규정하는 인도 법에 따라 이 둘은 녹색 점으로, 나머지는 적색 점으로 표시한다. 이 표시는 비단 식품만이 아닌 샴푸, 비누 등 생필품 곳곳에 붙어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생수'에서도 이 마크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픽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물에 동물성 재료가 안 들어가는 건 당연한데 웬 베지테리언 마크인가 싶어서다. 물을 채식 음료라고 말하기가 민망해지기까지 한다.

채식주의자도 '당연'한 사회

한편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건, 보다 많은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혹시 내가 지금 먹는 이 과자에 소고기 분말이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혹시 이 국물이 닭 육수는 아닐까, 이 음료수에 벌레로 만든 색소가 들어가 있진 않을까 등 매번 의심하고, 확인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해외여행을 가선 더 어렵다. 성분표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베지테리언 마크'는 그 불안을 없애준다. 일일이 모든 성분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외국인의 경우 글을 읽을 수 없어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일종의 '초록불'인 셈이다.

인도 여행 3주 차, 녹색 점만 찾으면 되니 식품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새 한국에서보다 훨씬 줄었다.
 

물에도 베지테리언 표기가 되어 있는 인도 ⓒ 조윤진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당연한 물, 휴지 등에 새겨진 마크를 보면서 베지테리언에 대한 인도 사회의 인정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에도 마크를 새김으로써 마크 자체, 베지테리언의 존재 자체가 '당연함'이 되는 것이다.

주변에 차가 없어도 차선을 바꿀 땐 자연스레 깜박이를 켜는 것처럼, 베지테리언 마크는 '배려를 위해 특별히 부여되는 것'을 넘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초록불'에 건너고, '빨간불'에 멈출 수 있도록

채식을 시작하고, 한국에서 채식을 하는 것의 불편함을 토로하면 이런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네가 선택한 삶이잖아. 힘들면 하지 말든가" 등이다. 억지로 떠밀려 한 것이 아니니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개인은 개인의 선택에 책임을 갖는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을 했다 해서 그 책임이 오로지 개인에게만 지워지는 사회라면, 그건 우리가 그리는 사회의 모습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채식주의'를 선택한 개인에 대해서도 조금 더 열릴 수 있지 않을까.
 

2018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비건인증원을 식품에 대한 비건(vegan) 인증, 보증 기관으로 인정했다. ⓒ 한국비건인증원

 
최근 한국 사회에도 채식,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비건페스티벌'이 매년 개최 중에 있고, 작년 말부터는 '한국비건인증제도'도 생겼다. 물론 아직 '한국에서 채식하기는 쉽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며 많은 이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니 인도 사회를 보며 한국 사회의 빠른 발전을 조금 더 기대해 보려 한다. 어디서나 '초록불'을 볼 수 있고, '빨간불'이 보이면 멈출 수 있는 사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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