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만에 찾아온 '기적'은 경찰서에서 시작됐다

[이면N] 가족 상봉 후일담... 이성철 서울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

등록 2019.04.15 14:57수정 2019.08.0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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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이면을 봅니다. 그 이면엔 또 다른 뉴스가 있습니다. [이면N]입니다.[편집자말]
"입양 52년 만에 DNA로 부모 찾아" (경향신문)
""엄마 찾아달라"…경찰 도움으로 반세기만에 친부모 상봉" (연합뉴스)
"입양 된 지 52년만에 찾은 부모…유전자 분석으로 만났다" (중앙일보)

지난 3월 17일 언론은 입양 52년 만에 부모를 찾은 김아무개(57)씨 사연을 일제히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1967년 미국으로 입양된 김씨가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아 실종 신고를 했으나, 당시 김씨의 DNA 정보와 경찰이 앞서 확보하고 있던 김씨 어머니의 DNA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연합뉴스) 아버지 DNA를 추가로 채취하고 친자관계를 밝혀내 3월 13일 극적인 상봉이 성사됐다.

여기서 궁금해졌다. "포기하지 않은 경찰", 그는 누굴까? 그래서 찾았다. 이성철(48) 서울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이 그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이 팀장을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실종팀 사무실에서 어렵게 만났다. 다섯 평 남짓한 사무실에 "앉을 곳이 없는데..." 머쓱해 하던 이 팀장이 철제 간이의자를 놓아주었다. 실종팀은 이 팀장을 포함해 총 5명이다.

안타까움이 만든 기적
 

이성철(48) 서울 서대문경찰서 실종팀장. ⓒ KBS 보도화면 캡처

 
52년 만에 부모를 찾은 딸도, 친부모와 딸을 만나게 한 경찰도 모두 '기적'이라 입을 모았다. 실종팀이 1차 DNA 결과에서 조사를 종료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들어가 노력한 결과다. 이 팀장은 "아니다, 경찰이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한 걸음 더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안타까웠어요. 부모 찾겠다고 미국에서 50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그냥 유야무야 된다는 게... 구로경찰서에 신고한 가족을 다시 찾았습니다. 다행히 아버님도 살아 계시다는 말을 듣고 유전자 채취를 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님, 아버님, 미국으로 입양된 따님 세 명의 유전자를 비교해서 친자 관계가 확실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죠. 그게 올해 1월이었습니다. '됐다'는 마음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따님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영어를 못하는데 팀원들이 영작하느라 고생 많이 했죠(웃음)."


서대문경찰서에 실종팀이 생긴 건 지난 2017년 11월. 아이러니하게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발단이 됐다.

"2017년 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여중생 성추행 살인 사건) 이후 실종팀이 생겼습니다. 현재 서울 경찰서 중 절반 정도에 실종팀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서대문경찰서에도 팀이 생겼고 저는 지원해서 실종팀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실종팀이 있다는 것,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좀 잘 알려주십시오."

"경찰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 

- 극적인 상봉이다.
"흔한 일은 아니다. 사건을 시작하게 된 건 6개월 전인 작년 9월이었다. 따님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따님은 홍대 쪽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었다. 마포경찰서가 더 가까울 텐데 지리를 잘 모르셔서 그런지 우리 경찰서로 왔더라.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분이셨다.

일단 DNA부터 채취했고, 국과수에 의뢰해 2014년 구로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신 어르신의 DNA와 친자일 확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씨 어머니 A(78)씨 DNA였다. 2014년 당시에 어머니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정식 신고를 하신 차였다. 그런데 국과수 쪽 말이, 친자 관계일 개연성은 있지만 친자 관계가 확실하다고는 답해줄 수 없다는 거였다. DNA 조사 기준치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웠다. 부모 찾겠다고 미국에서 50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그냥 유야무야 된다는 게... 구로경찰서에 신고한 가족을 다시 찾았다. 우리 서에 오신 여동생 얼굴을 봤는데 김씨와 비슷하더라. 속으로 친자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행히 아버님도 살아 계시다는 말을 듣고 유전자 채취를 했다.

그렇게 어머님, 아버님, 미국으로 입양된 따님 세 명의 유전자를 비교해서 친자 관계가 확실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게 올해 1월이었다. '됐다'는 마음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따님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더라. 나는 영어를 못하는데 팀원들이 영작하느라 고생 많이 했다(웃음)."    

- 가족들은 어떻게 헤어진 건가.
"가정형편 탓에 조부모가 김씨를 키우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그만 세 살 무렵의 김씨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출생신고도 안 된 상태라 당시에도 찾기는 어려웠을 거다. 고아로 발견된 김씨는 영아원에서 잠시 돌봐지다가 다섯 살 되던 1967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아주 어릴 적이라 이름도 바뀌었고, 심지어 성도 정씨에서 김씨로 바뀌었다. 서로 이름도 모르는 상태로 52년이 흘렀다." 

- 가족들 상봉을 지켜보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뿌듯했다. 경찰로 일하다 보면 워낙 많은 사건 사고를 겪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 가는 사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님이 미국에서 일이 많아 곧장 넘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다 신경이 쓰이더라. 얼마 전 드디어 가족들이 만났고, 함께 국내 여행을 한 뒤 따님은 얼마 전 미국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안다. 앞으로 계속 왕래할 거라고, 가족들이 고맙다고 하시니 저도 또 뭐 뿌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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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감정 작업 모습(자료 사진) ⓒ 연합뉴스

- 이런 일이 흔하진 않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우리 서에서 이렇게 찾은 적은 없었다고 하더라. 사실 1960년대 사건이니 정보도 없고 아무 것도 없으니... 가족들이 서로 찾으려고 했던 노력이 있었으니까 가능했다. 한쪽만 신고했더라도 못 찾았을 거 아닌가. '기적 같다'는 얘기가 맞다."

- 1차 DNA 결과에서 조사를 종료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뛴 실종팀 역할이 컸던 것 아닌가.
"아니다. 아니다. 경찰이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

- 실종팀에서 일한 건 얼마나 됐나.
"2017년 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여중생 성추행 살인 사건) 이후 실종팀이 따로 생겼다. 나도 딸이 있는데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었나. 현재 서울 경찰서 중 절반 정도에 실종팀이 있다고 보면 된다. 서대문경찰서에도 2017년 11월 실종팀이 생기면서 지원해서 팀장으로 왔다. 그전까진 강력계 형사로 일했다. 오늘 만남에 응한 건 실종팀 홍보 차원에서도 있었다. 실종팀이 있다는 것, 우리 직원들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좀 잘 알려달라."
#실종팀 #경찰 #해외입양 #서대문경찰서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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