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전대협' 반문재인 대자보, 진짜 총학생회의 고민은?

[현장] 28개 대학 총학 "'존버' 인생 끝내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결성

등록 2019.04.01 15:48수정 2019.04.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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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공식 출범을 앞둔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전대넷) 소속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1일 낮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 대학생 퍼레이드 '브레이크!' 계획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시연

 
"전대협 가짜 대자보요? 우린 그 단체랑 아무 관련도 없어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아래 전대넷)는 1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일 전국 대학생 퍼레이드 '브레이크(break!)' 계획을 발표했다.

진짜 총학 단체 "등록금 고민, 대학 부정비리 끝내자!"

전대넷(준)은 3월 현재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을 비롯해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인천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전국 28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학생회 네트워크로, 오는 6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숙명여대 황지수, 이화여대 이민하 등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과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위원장, 박소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른바 '우파 전대협' 대자보 사건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공교롭게 만우절인 이날, 이른바 '우파 전대협'으로 알려진 보수우익단체가 주말 사이 전국 주요 대학가에 가짜 '김정은 서신' 대자보를 붙여 논란이 됐다. 이들이 패러디한 진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은 지금은 사라진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의 전신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과거 '진짜 전대협'이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면, 요즘 대학 총학생회들은 시국 문제보다는 대학생들이 학내외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7년 8월 30일 발족한 전대넷의 6대 정책 목표 역시 ▲청년 일자리 확충 ▲입학금 폐지, 반값 등록금 실현으로 대학 공공성 강화 ▲주거, 생활비 문제 해결 ▲사학비리 및 대학적폐 청산 ▲학생 참여 총장 선출과 학내 거버넌스로 민주주의 회복 ▲고등교육예산 확충으로 전체 대학 지원 확대 등 대학생들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이다.

오늘날 총학생회 관점에서 '우파 전대협'이 내건 가짜 대자보는 더 생경해 보일 수밖에 없다.

보수우익단체, '전대협' 빙자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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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전대협'이라고 밝힌 한 보수우익단체가 지난 주말 전국 주요 대학에 붙인 가짜 김정은 서신 대자보. ⓒ 우파 전대협 페이스북

 
'우파 전대협'은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주요 대학과 국회 등에 '남조선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란 제목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신이라며 가짜 대자보를 붙였다. 앞서 주요 대학가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문재인 왕 시리즈' 풍자 대자보를 붙였던 이들로, 이번 대자보에도 김정은 서신을 빗대 보수우익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해체한 '전대협'을 빙자해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고 선동하면서, 오는 6일 열리는 '반문재인 촛불 집회'를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2019년 현재 대학생과 총학생회의 고민은 이들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대넷은 이날 전국 대학생 퍼레이드 선포문에서 "전국의 대학가에는 아직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총장직선제와 대학평의원회, 협의체 등 학생들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대학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가는 학교, 강사법 개정을 악용한 수업과 강사 구조조정에 맞서는 학교, 등록금 적립금 등 대학 재정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학교...(중략) 오늘도 전국 캠퍼스는 다사다난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아직 절반에 이르는 대학생들 고지서에는 높은 등록금이 찍히고 있고, 부담스러운 월세와 막막한 취업 걱정까지. 대학생인 우리의 존버(존나 버티기) 인생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전대넷은 "오늘 선포는 아직 해결되어오지 않은 대학, 그리고 대학생들의 문제를 전국 대학생들이 함께, 한자리에 모여 해결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전국 대학생들이 힘을 모아 학생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교육정책, 대학 내의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막막한 대학생의 삶에 제동을 걸고, 비리로 얼룩진 대학 재정, 구성원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불평등한 대학 구조를 바꿔내자"고 강조했다.

전대넷은 오는 6일 낮 12시 서울 세종로공원에 모여 '대학생 퍼레이드 브레이크!' 행진을 벌인 뒤 전대넷 출범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우파 전대협'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반문재인 촛불문화제'를 예고했다.
#전대협 #전대넷 #김정은가짜대자보 #우파전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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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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