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35층 제한 재검토, 하락하던 집값 자극?

참여연대, 경실련 등 "35층 제한 풀면, 재건축 수익 증가하고, 집값 상승" 반발

등록 2019.04.02 18:13수정 2019.04.02 18:13
1
원고료로 응원
서울시가 아파트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한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또 다시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을 재검토하고 후속 도시계획인 '2040 서울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2030 서울플랜의 법정 재검토연한(5년)이 도래하면서 용역발주에 착수한 것이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서울시는 조만간 경쟁 입찰을 통해 연구 용역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용역에선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한 규정도 중점 검토 대상이다.

'2030 서울플랜'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에 짓는 아파트 층수는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주상복합건물은 입지와 용도에 따라 35층 이상 건립을 허용하지만, 주거용인 아파트는 35층을 넘을 수 없다.

그동안 서울시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을 지켜왔다. 지난 2017년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 주민들이 49층 아파트 건립 계획을 추진하자 서울시는 계획 심의를 거부하면서 "35층 높이 제한 기준의 변경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17년 2월 당시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현재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계획이 없고, 35층 가이드라인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원칙을 바꿔 제한을 완화한다면, 다른 단지들과 형평성 논란이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단 서울시는 아파트 35층 제한 규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 이외에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법적 재검토 연한이 도래하면서, 35층 기준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라며 "그간 여러 문제제기도 있었고 해서 본격 논의를 해보자는 차원이고,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거나 이해하는 것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아파트 높이 35층 제한 풀리면 유리해지는 건? 재건축 조합

다소 앞선 예측이지만, 아파트 35층 제한이 풀리면, 재건축 조합들이 유리해진다. 중층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경우 수익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일반 분양 물량을 팔아 이익을 낸다. 조합들은 재건축 심사시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이고, 건물을 더 많이, 높게 지어 일반 분양 물량을 확보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20층 이상 중층 아파트들은 저층 아파트에 비해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된다. 기존 아파트가 이미 고층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아파트 세대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다. 아파트 고층에 위치한 세대는 분양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분양한 대우건설의 해운대 센트럴 푸르지오도 40층 이상 고층 분양가가 더 비쌌다.

해운대 센트럴 푸르지오 84㎡A형의 분양가를 보면 5~6층은 6억 1400만원 대였지만, 41~49층은 6억 7000만 원대였다. 같은 면적이지만, 5~6층에 비해 41층 이상 고층의 분양가가 10% 가까이 더 높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고층 세대의 경우, 탁 트인 조망권이 확보된다는 측면에서 높은 프리미엄이 있다"며 "공사비가 더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만, 저층이나 중층 단지보다 초고층에 대한 선호도도 좋기 때문에, 초고층 분양가는 더 높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높은 분양가를 받는다면, 재건축 수익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간 강남 재건축 조합들이 35층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다.

"층수 제한 해제, 집값 또 다시 자극할까 우려"

이에 따라 서울시 재검토 방침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층수 제한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재건축 시장에 확산돼 또 다시 투기에 따른 집값 상승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다.

김주호 참여연대 간사는 "층수 제한만 해제하게 된다면, 재건축 사업주들의 수익만 불려주고,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층수 제한을 재검토한다면 조망권과 공익적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고, 세입자 보호와 공공임대주택 확보 등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실련 팀장도 "층수 제한 해제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다른 제도에 대한 검토 없이 층고 규제만 푼다면 재건축 사업자에게 수익성을 부풀려주기만 할 것"며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그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면, 또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아파트 35층 #재건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