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장품 바르면 건조함 싹 없어진다고?

육아맘 커뮤니티 맘카페 운영진이 밝힌 가짜 후기 판별법..."포털사이트도 책임"

등록 2019.04.03 16:29수정 2019.04.0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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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규정 위반 글들 ⓒ 류승연






"여기 보세요, 뜬금없이 '태아 보험료' 게시글만 딱 올리잖아요."

지난달 25일 '육아맘'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의 지역 운영자인 김은지(35,가명)씨의 말이다. 기자가 게시글 가운데 '가짜 후기 인지 어떻게 알수있느냐'고 묻자, 곧장 카페 게시글 하나를 가리켰다. 해당 글은 아이디 dlg*****라는 누리꾼이 쓴 글이었다. 그는 지난달 22일 게시판에 "4월부터 태아보험료가 오른다" 면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적극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누리꾼은 지난 2017년초 맘카페에 가입한 이후,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린 것 이외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3년 만에 갑자기 재벌 보험사 상품을 홍보하고 나선 것. 카페 운영자인 김씨는 "가짜 후기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은 대부분 작위적"이라며 "진짜처럼 보이지만 이런 글이 바로 가짜"라고 말했다. 이어 "신경 쓰지 않고 (해당 글을)보게 되면, 감쪽같이 속을 수도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경찰단속에도 여전히 활개치는 맘카페 가짜 후기

지난 2월 경찰은 '맘카페'에 허위 광고글 등을 올려온 바이럴 마케팅 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은 주로 치과 등 지역 업체들로부터 홍보 의뢰를 받고, 게시판에 거짓 후기를 남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거짓 후기 뿐 아니라 다수의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문 내용에 공감한다거나 정보를 달라며 여론몰이를 하는 식이다.


그로부터 한 달, 경찰의 단속이 지나간 맘카페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은 가짜로 추정되는 후기들이 줄어들기는 커녕 여전히 올라오고 있었다. 지역 맘카페 운영자 이수아(36,가명)씨는 "지난 2월 25일 경찰의 가짜후기 단속이 있은 후 3일만에 한 지역 미용실이 마케팅 업체에 의뢰해 가짜 후기를 작성해 왔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면서 "건수로만 놓고 보면 경찰 적발 전과 후의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맘카페 운영진 스스로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가짜 후기를 판별하기로 했다. 이들은 "대체로 글의 어투를 통해 후기의 진위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광고 글에는 진짜 후기에 없는 부자연스러움이 있다'며 한 화장품 후기를 지목했다. 한 누리꾼(아이디 jieu****)은 "언니 집에 갔다가 '이 로션'을 보게 됐다"며 "조카는 어릴 적부터 아토피가 심했지만 '이 화장품'을 쓰고 달라졌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광고 글은 이렇게 특정 업체를 과하게 칭찬한다"고 말했다.

또 가짜 후기가 의심될 때, 운영진들은 몇 번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운영자 김씨는 "작성자 아이디를 자세히 확인해 보면 특정 업체를 반복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씨의 경우는 회원의 가입년수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도에 가입한 후 활동하지 않던 회원이 갑자기 글을 쓴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때부터 가짜 후기 바이럴 마케팅이 유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업체쪽이 만들어놨던 또 다른 아이디가 뒤늦게 다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운영진은 이어 다른 지역 맘카페에서 작성자 아이디를 검색해본다고 했다. 불법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경우 대부분 전국 맘카페에서, 비슷한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주에 산다고 주장했던 작성자가 다른 맘카페에선 일산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자들이 모든 가짜 후기를 솎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다른 지역 맘카페 운영자는 지난 2월 말 카페에 '가짜 후기를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공지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카페에서 하루에 적게는 1건, 많게는 5건 이상의 후기 위장 광고가 적발되고 있다"며 "그들의 수가 많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저촉된다고?...그렇다면 포털사이트에 중개 책임 물어라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 팀장은 맘카페에 올라오는 '가짜 후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카페에 올라오는 글은 '표현의 자유'로 인해 규제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자칫하다 인터넷상의 검열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그러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운영내역서를 배포해 참고할 것을 운영자들에게 '권고'하면, 운영자들이 카페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중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임은경 한국소비자협회 사무총장은 "'표시광고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데도 여전히 가짜 후기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면서 "불법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 활동하는, '네이버'라는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는 것 또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사무총장은 "바이럴 마케팅 업체는 한 번 적발되면 아이디를 바꾼다"며 "아이디는 바뀌겠지만 인터넷 접속주소(아래 IP)는 바뀌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번 적발된 불법 마케팅 업체의 IP를 네이버가 확인하고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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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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