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가안보실 세월호 보고서, 누가 이걸 감추나

[기획-세월호, 진실을 찾아서] 서울중앙지검, 박근혜를 용서하다①

등록 2019.04.09 08:13수정 2019.04.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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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났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날 그 아침으로 돌아가, 이 이상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새롭게 정리하여 의혹을 확정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서둘러 끝낸 세월호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4.16시민연구소가 정리한 의혹을 연속 게재합니다.[편집자말]
2018년 3월 28일 검찰은 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 보고시각 조작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인지 시점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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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많은 국민이 이 수사 결과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특히 오전 10시 20분 넘어서 침실에서 나온 대통령 이야기에 많은 분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수사 결과를 차분히 분석해 보면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시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문재인 청와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다

2017년 10월 12일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를 박근혜 정부가 사후에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가안보실 컴퓨터에서 새로운 파일들이 발견되었는데 그 파일들을 보면 국가안보실 문서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보고서는 해경, 해수부, 안행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각 조직에서 말 그대로 상황을 대내외에 보고하려고 작성하는 문서로 일반적으로 제목, 수신자, 발신자, 보고시각(발송시각), 본문(보고내용), 대내외의 전파처 등으로 구성됩니다. 중요 상황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안에 1보를 작성하여 상부에도 보고하고 다른 조직에도 정보를 전파하며, 추후 상황의 진행경과에 따라 2보, 3보 등을 작성하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를 작성했는데, 4월 16일 1보의 경우 4월 16일 당일에 작성한 파일은 현재까지는 발견이 안 됐고 그 1보를 5월 15일에 수정한 파일과 10월 23일에 수정한 파일이 발견됐는데, 5월 15일 수정파일에서는 보고시각이 9시 30분으로 표기되어 있고, 10월 23일 수정파일에서는 보고시각이 10시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의 보고시각을 10시라고 주장해 왔고,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에도 보고시각이 10시로 표기된 상황보고서 1보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시각이 9시 30분으로 표기된 파일이 새롭게 발견되었으니 둘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누가 어떤 의도로 수정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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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파일들 ⓒ 4.16시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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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작성본 ⓒ 4.16시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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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파일 ⓒ 4.16시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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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작성본 ⓒ 4.16시민연구소

 
임종석 실장은 초기 파일들에서 보고시각은 1보 9시 30분, 2보 10시 40분, 3보 11시 10분, 4보 16시로 되어 있는데, 10월 23일 수정파일들에서 1보는 10시로 변경되었고 3보 역시 10분 정도 변경되었으며, 4보는 상황보고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브리핑 이후 청와대는 검찰에 이 문제를 수사 의뢰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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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그렇다면 이제 검찰의 임무는 첫째, 4월 16일 당일에 작성된 상황보고서 1보 원본 파일을 찾아서 그 내용은 무엇이며, 5월 15일 수정본이나 10월 23일 수정본과는 무엇이 다른지 확인해 만약 다른 점이 있다면 누가 왜 수정했는지를 밝히는 것, 둘째, 3보의 보고시각은 왜 변경되었는지 누가 어떤 의도로 변경하였는지를 밝히는 것, 셋째, 4보의 수정본은 왜 없는 것인지, 원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삭제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A4 용지 37쪽 수사결과 발표문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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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19 ⓒ 연합뉴스

 
청와대의 수사 의뢰 이후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이 되었고, 검찰은 2018년 3월 28일에 위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A4 용지 37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결과 발표문을 보면 검찰은 놀랍게도 위 세 가지 임무 모두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상황보고서 1보의 보고시각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보았더니 세월호 당일 생산된 국가안보실 최초 상황보고서 원본은 이관되지 않았고, 보고시각이 10시로 수정된 보고서 등 사후 정리된 자료만 이관되었다는 것, 그리고 해경-청와대 핫라인 내용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상황보고서 1보는 10시경 초안이 완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9시 30분을 10시로 수정한 것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 보고시각 조작 관련 수사의뢰의 취지는 '세월호 사고 당일 09:30에 박 前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서가 보고되었는데, 이를 사후적으로 10:00로 변경하였다'는 것임    - 그러나 이와 같은 보고서의 작성 과정(09:57경 해경과의 '핫라인'을 통해 최종 정보 입수 후 보고서에 반영),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전달된 과정(김장수에게 보고한 후 출력ㆍ밀봉 후 상황병이 관저에 전달) 및 관련자들 진술에 의하면, 09:30에 실제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무렵 국가안보실에서 보고서 작성이 시작되어 10:00경 초안이 완성된 것으로 봄이 상당함. 따라서, 사후에 보고서 상의 09:30을 보고서 초안 완성 시간인 10:00로 수정한 것을 허위공문서작성죄로 의율하기는 어려움
-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변개 등 사건 수사결과 발표 2018.3.28 13쪽
이런 검찰의 결과발표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상황보고서 작성시각을 10시경으로 보는 검찰의 말이 맞다 하더라도 그럼 보고시각이 9시 30으로 되어 있는 문서는 왜 있는 것일까요?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상황보고서 1보가 10시경 만들어진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면 보고시각이 9시 30분으로 표기되어 있는 문서는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를 수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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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2014.4.16 ⓒ 해양경찰청 제공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검찰이 상황보고서 1보의 4월 16일 작성본을 찾아내지도 않고 의혹을 덮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일단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기록관에 사후에 수정된 보고서만을 이관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무능해도 원본 문서와 조작한 문서를 동시에 이관해 자신들의 조작 행위를 만천하에 알리고 영구 보존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이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하는 것 외에 상황보고서 1보 원본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사결과를 보면 결론적으로 검찰은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원본을 찾지도 않고는 보고시각이 다른 두 개의 문서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범죄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린 것입니다. 이는 부실수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가 수사를 의뢰한 내용에는 1보뿐만 아니라 상황보고서 3, 4보에 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3보 역시 4월 16일 작성본과 비교했을 때 10월 23일 작성본은 보고시각이 10분 정도 변경되어 있다는 것이었고, 4보의 수정본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점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검찰의 수사결과는 동문서답인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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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증거자료의 조작, 편집 제출 의혹 관련 '세월호 CCTV 조사 중간 발표'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이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19.3.28 ⓒ 권우성

 
지금이라도 검찰은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의 원본을 찾아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본에 담겨있는 내용과 이후 수정본들과의 차이를 확인하고 차이가 있다면 누가, 누구의 지시로, 왜 수정했는지 다시 수사해 사실관계를 재정립하고 처벌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조위가 침몰 원인이나 구조 방기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국정원·기무사(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와 같은 음침한 조직체를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얼마 전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에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특조위와 공조할 것을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과 청와대 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원회의 경험을 통해 수사권 없는 조직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원본의 공개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검찰이 국민의 관심이 높은 이 문제를 한 점 의혹 없이 해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검찰 "원본 찾으려고 최선 다해... 고의로 은폐하거나 누락한 것 아냐"
서울중앙지검 '세월호 사건 보고시간 조작 수사팀'은 세월호 상황보고서 관련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 10일 "세월호 상황보고서 1보의 원본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라며 "노력도 하지도 않은 채 관련 의혹을 덮고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최초 보고시각 9시 30분을 비롯해 상황보고서 시각과 관련한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시각을 고치지 않아 생긴 일로 밝혀졌으나 범죄의 구성요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관련 내용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수사를 누락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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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 4.16시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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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서명 ⓒ 4.16시민연구소

 특별수사단 설치 국민서명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4.16시민연구소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찾고자 꾸준히 공부해온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대학원생, 프로그래머, 주부, 교사, 물리학자, 변호사, 선체감독, 프리랜서, 로스쿨생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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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찾고자 꾸준히 공부해 온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대학원생, 프로그래머, 주부, 교사, 물리학자, 변호사, 선체감독, 프리랜서, 로스쿨생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hello@416citiz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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