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은 눈물

대구 현대공원묘역에서 '4.9인혁열사 추모제' 열어

등록 2019.04.09 19:01수정 2019.04.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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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인혁열사 추모제가 9일 대구시 북구 현대공원묘역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조정훈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가네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서러운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마흔 하고도 네 해가 더 흘렀지만 그날의 슬픔을 잊지 못한 노부인의 눈가엔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노인은 그날의 동지들을 보낸 죄책감에 머리를 숙였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4월 9일, 너무나도 서럽게 붉은 진달래꽃이 지지 않고 지키고 있는 대구의 현대공원묘역에서 인혁당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서울 및 부산 등지에서 찾아온 시민들이 함께 한 가운데 '4.9통일열사 추모제'가 열렸다.

대구시 북구에 있는 현대공원묘역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인민혁명당재건위(인혁당)' 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도예종, 여정남, 송상진, 하재완 열사가 잠들어있는 곳이다. 시민단체들은 해마다 4월 9일이면 이곳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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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인혁열사 추모제가 9일 대구시 북구 현대공원묘역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조정훈

  
추모제는 가수 박성운씨의 추모노래와 민중의례, 분향 및 묵념, 초헌, 아헌, 종헌, 추모사,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는 추모에 앞서 "1년에 한 번 올리는 추모제지만 현재 놓여진 역사적 과제와 자주통일을 염원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며 추모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고 도예종 열사의 부인인 신동숙씨는 두 손으로 술잔을 받아 들고 한참 동안 내려놓지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바친 뒤 엎드린 신씨는 이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남편의 초상화가 그려진 액자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 옷깃으로 먼지를 닦았다.

당시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가 유일하게 생존한 강창덕 이사장은 "당시 동지들에게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면목이 없다"면서 "어려운 시절을 거치면서 열사들의 뜻을 잊지 않고 이 자리에 참석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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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서 고 도예종 열사의 부인 신동숙씨가 남편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 조정훈

  
김병길 민주화운동원로회 회원은 "4.9 인혁열사들이 몸바쳐 독재권력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것은 애국의 신념과 민족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모진 세월 꿋꿋이 살아오신 유가족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배다지 부산민족광장 대표는 "오랜 역사가 흘렀지만 동지들이 염원했던 조국의 모습은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남북이 하나 되는 날이 오면 지하에 계신 님들도 춤을 출 것"이라고 추모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에서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전창일씨가 '유신독재 인혁당 재건위 사건 반국가단체 고문 조작 국가범죄' 혐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4.9인혁열사 추모제 #인혁당 재건위 #인혁당 #현대공원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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