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고 도심서 세균실험…주한미군 만행

‘119 출동’ 막은 주한미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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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haemil808)등록 2019.04.11 14:34
"누구든지 구조·구급 활동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행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
 
최근 119를 둘러싸고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사례가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다.
 
정부의 일사불란한 수습체계에 따른 119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출동으로 재난을 딛고 삶의 희망을 얻은 동해안의 국민이 있는가 하면, 우리 땅을 점유하고 있는 미군은 기지 내부로의 119 출동을 거부해 소중한 국민의 목숨을 잃게 했다. 이 사례는 '한국인의 친구' '든든한 우방'을 자처하는 미군이 얼마나 한국인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극명하게 증명한다.
 
3월 20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김모(66)씨가 참변을 당했다. 피해자는 기지 내 폐수처리장에서 작업하던 도중 스크류(회전날개 장치)에 끼어 중상을 입었지만 미군은 현장에 출동한 칠곡소방서의 접근을 차단하며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시간) 3분을 지체시켰다. 분·초 단위로 생사를 넘나들던 김 씨는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숨졌다.
 
미군은 수사를 위해 도착한 경찰에게도 '이미 숨졌다' '보안상의 이유' 등의 구실을 대며 출입을 거부했다. 우리나라의 구조와 안전을 책임지는 양대 기관이 미군에 의해 정문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미군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재판권과 기소권을 넘기는 치외법권이 규정되어 있는 등 불평등조약인 SOFA(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에도 응급 구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정반대로 미군이 한국의 법령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 참변에 대한 방점은 주한미군이 우리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데 찍혀야만 한다. 구조를 방해할 권한이 없는 미군이 내부 규정을 앞세워 살인을 방조했기 때문이다. 박진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구급대를 막아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한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법 위반"이라면서 "미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3월 22일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미군은 소방서가 기지의 절차인 헌병의 에스코트(감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했다고 한다. 앞서 21일 카메론 포터 대구주한미군기지사령부 공보실장은 "대구기지사령부의 소방 및 구급대는 칠곡경찰서와 함께 사고 현장에서 전면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가능하고 적절할 때 알려주겠다"고 답을 회피한 바 있다.
 
고엽제부터 석면·'공습 사이렌'까지…국민의 불안과 공포
 
사실 이번 '119 출동 거부 사태' 이전부터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캠프 캐럴의 '악명'은 드높았다. 애초 캠프 캐럴은 1960년 5월, 한반도 영남권의 젖줄인 낙동강 본류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이때부터 오늘까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문제가 된 '에이전트 오렌지'는 미군들이 베트남전쟁에서 썼던 고엽제로 독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 고엽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피해자만 해도 12만명을 웃돈다."
-정장섭 고엽제전우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이 2011년 5월 19일 한겨레 보도 <'낙동강과 1km' 불안한 주민들 "오염됐을 것">을 통해 전한 말
 
1978년, 미군이 부대 일대에 맹독성 고엽제를 대량으로 땅에 파묻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기지 내 지하수에서는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특히 2004년 삼성물산 용역 보고서와 1992년 미 공병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수에서는 비소가 기준치의 2420배, 수은이 808배 검출됐고 발암물질의 오염도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캠프 캐럴 측은 "미량이고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고 주장하나 그 말을 믿는 주민들은 없다. 무엇보다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발뺌하던 미군이 보고서가 공개되자 마지못해 내놓은 표명이기 때문이다.
 
"지하수의 다이옥신 검출은 이미 이 땅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군이 기지 내 오염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합동조사단의 조사도 신뢰하기 어렵다"
-2011년 6월 23일,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가 "캠프캐럴 기지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며 낸 성명
 
아니나 다를까 한·미 공동조사단은 캠프 캐럴의 땅 속에서 고엽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환경부까지 나서 2011년 9월부터 왜관지역 9개리 주민 5,320명에 대해 건강영향조사를 벌였지만 고엽제와 관련된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에게는 그 과정을 속 시원히 밝히지 않는 '깜깜이 자체조사'를 동원한 결과였다.
 
실제로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 촉구 국민대책회의(고엽제 대책위)'의 조사결과는 위와는 정반대다. 2011년 8월 17일 고엽제 대책위에 따르면 캠프 캐럴 인근 주민 55명을 현지 조사한 결과 2명이 백혈병으로 사망,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고엽제 노출의심지역'에서는 주민 16명이 암과 피부질환, 말초신경병, 중추신경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작 수십 가구밖에 되지 않은 캠프 캐럴 인근 마을에서 고엽제 관련 환자가 '무더기'로 발견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고엽제 대책위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하는 한미공동조사단에 대해 한국 국민은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밖에도 캠프 캐럴은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버젓이 벌이고 있다. 1990년대에는 국내 석면 처리 기준을 무시한 채 공사작업을 강행해 심각한 석면 오염을 일으켰다. 2017년 9월 28일에는 새벽 1시 25분부터 2시 5분까지 별안간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 인근 주민들이 잠을 자지도 못하고 엄청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다.
 
세균실험실 재가동…국민 목숨 볼모 잡은 미군
 
주한미군 측은 이러한 '범죄들'에 대해 일관된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첫째 '사건 발생 초기 어떠한 입장표명도 내지 않기', 둘째 '현재 조사 중', 셋째 '결과가 밝혀지면 알리겠다', 넷째 '잘못이 확연한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합의 시도' 결과적으로 미군은 위 범죄들을 인정하고 사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만행은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가 발행한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보자. 평택 미군기지와 부산항 미군기지 8부두에서 미국이 여전히 가공할 생화학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다. 일명 '주피터 프로그램', 영남권의 중심 부산이라는 인구 밀집지대 한복판에서 자칫하면 한반도 주민 모두를 몰살시킬 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민간 배송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1년 동안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부산 8부두를 비롯해 용산, 오산, 군산, 평택기지 등 곳곳에서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주도로 실험이 이뤄졌다. 탄저균은 치사율이 자그마치 95%에 이르는 사실상의 대량살상 생화학무기로 우리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이런 논란을 아랑곳 않고 재가동되는 주피터 프로그램은 '한국인의 삶을 해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우리는 어린 시절 교육을 통해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가 영토, 주권, 국민이라고 배워왔지만 그 당연한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상식 밖의 세상' 미군기지에서는 대한민국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 미군기지 내부에서는 오로지 한국인의 삶을 파리 목숨 같이 여기는 외세 미국만이 존재를 과시할 뿐이다.
 
휴전선 이남의 대한민국 전역이 미군의 주둔으로 엄청난 피해를 강요당하는 '기지촌'임을 부정할 수 없다. 119의 출동으로 동해안의 산불은 꺼졌을지언정 칠곡의 캠프 캐럴에서 숨진 노동자의 사인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어김없이 미군기지라는 주불이 남아 우리사회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일상과 매 순간의 삶 속에서 할 말 하지 못하는 정부에 '단호히 대처하라' 주문하고, 죄의식 없이 온갖 만행을 일삼고 있는 미국에 '그만 나가'를 외쳐야 한다. 해방 이후 연거푸 혁명을 위해 떨쳐 일어서 부정한 세력을 몰아냈던 민중과 민족의 숨결을 우리네 일상에 강렬히 불어넣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주한미군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한반도 정세의 격동기인 2019년 지금, 국민의 '본때'를 보여 주한미군을 고엽제와 생화학무기와 함께 제 집으로 돌려보내주자. 그 전에 마땅히 우리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진솔한 사죄와 철저한 배·보상,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권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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