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저는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이라는 말이 불편합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만, 교수님의 그 답안지는 논점이 일탈된, 0점짜리 답안지입니다.

검토 완료

양필구(boxhero)등록 2019.04.12 07:22
사례형 답안을 평가할 때 쓰이는 용어로 논점일탈(論点逸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시험을 보는 사람이 답안을 많이 작성했지만, 그 내용이 묻는 말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어서 점수를 줄 수 없는 안타까운 답안지를 말할 때 사용하고는 합니다. 오늘은 이와 같은 기사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자 법률신문에는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52196)' 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겉으로 보기에는 타당한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로스쿨제도 정상화 및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문제점을 잘못 지적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반론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수님, 학교와 학원은 엄연히 다른 목적을 가지는 교육기관입니다.
 
위 글에서는 교수님들이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어간다는 한탄'을 하고 있으며, 그러한 교수들이 '학원강사들 보다 더 변호사시험에 적합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질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학원강의에 전념하는 모습을 '안타깝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분석이 학원과 학교의 교육목적이 다름을 구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은 기술적 지식을 유상으로 전수하는 사설교육기관으로서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한 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입니다. 반면 학교는 전인적 교육을 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이 전인적 교육에는 기초학문에 대한 교육 및 그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기여가 포함됩니다. 만약 로스쿨이 학원과 같이 되어야 한다면 신촌이나 신림에 있는 학원에서 법조인력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양성하면 되는데 왜 로스쿨이 존재해야 하는지요. 

 전문대학원은 '전문대학원만이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야 합니다. 의대 혹은 의전원과 관련된 사교육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 교육기관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험'이라는 20세기적 통과의례가 아닌,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21세기적 평가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어간다는 한탄은, 사법시험으로 대표되는 20세기적 인재선발을 마감하고자 로스쿨이라는 21세기적 인재교육기관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회귀하는데 대한 자조입니다. 이것은 법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요, 그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염려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은 '논점일탈'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변호사도 직업에 일종입니다. 그리고 '최고'는 난이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 글에는 '최고의 전문직'인 변호사 자격증을 쉽게 줄 수 없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학생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은 변호사 자격증을 쉽게 얻게 하고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자격시험화의 주장은 노력의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의 방향성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로스쿨의 도입은 사법시험과 연수원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다양성의 부재를 극복하고, 다양한 전공의 인재를 실무형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이 목적을 블랙홀처럼 흡수하여 기존 사법시험때와 다르지 않은 인력들이 양성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극복을 위하여 위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진술도 논점이 일탈되었습니다.
 
또한 변호사가 '최고의 전문직'이라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변호사 역시 무수히 많은 직업 중에서 하나의 직업에 불과합니다. 단지 변호사는 사람의 '사회적 생명'이라는 중차대한 것을 다루는 중요한 직종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을 다룬다고 하여 그것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어려운 시험에 통과했다는 것이 최고라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변호사 자격취득과 관련된 시험을 혹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저변에는 '변호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출세와 성공의 상징이다', '시험이 쉬워지면 학생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잘못 된 인식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변호사는 그냥 하나의 자격일 뿐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부귀공명을 누리고, 어떤 변호사는 빈곤궁색하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또한 아직도 변호사는 일반직역중 최고의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관련기사 - [기고] 변호사의 질은 정말로 낮아지고 있나? -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064) 그리고 변호사가 하는 일의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라는 것 자체가 출세와 성공의 상징'인 것으로 만들고자 함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변호사 꽃길은 옛말, 자격증 따러 갑니다'
-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2&aid=0003352707
입니다. 위 기사와 위 내용은 그 맥락이 일치합니다. 그것은 '변호사라는 것 자체가 성공이다'라는 과거의 인식입니다. 그런 인식이 저변에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공부한다는 것 자체를 기사화 하는 것이고,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혹독하게 취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잘못된 인식입니다. 먼저 사법시험시절의 법조인들도 자기개발에 충실하였습니다. 또한 의대, 의전원의 경우에도 자격시험으로 자격증을 지급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성실하게 공부합니다. 그것은 자격증 취득 이후의 본인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함이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로스쿨의 경우에도 자격시험화가 된다고 하여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로스쿨에서의 3년이,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에 중대한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지적도 논점이 일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의 학사관리는 엄중한 정도가 아니라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세간에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지 않는 이유로 '엄정한 학사관리'가 안 되어서라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의대 및 의전원의 시험이 자격시험인 이유는 이들의 학사관리는 엄정하고 로스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2012년 9월 30일 발표된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유급 또는 휴학 경험 정도와 관련요인' - https://www.e-sciencecentral.org/articles/pubreader/SC000003834 에 따르면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146명과 2학년 119명, 총 265명 중 휴학 및 유급을 경험한 학생은 46명으로 그 비율은 17.4%입니다. 이들을 각 학년별로 나누면 약 8.7%입니다. 이런 이들 중 학업성취도에 의한 유급 및 휴학은 37.5%에 불과합니다. 결국 의대 및 의전원에서 한 학년에 학업으로 인하여 유급 및 휴학을 하는 학생의 비율은 3.26%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로스쿨의 경우 매해 1/4, 즉 25%에 달하는 학생들이 유급 휴학 및 졸업시험으로 걸러지고 있습니다. 로스쿨의 학사엄정화가 의전원에 8배를 넘어서는데 학사엄정화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의대 및 의전원의 유급 및 휴학률이 3.26%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의심을 받지 않는 것은, 그곳에서만 가능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스쿨에서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은 로스쿨에서만 가능한 교육을 하는 기관이 되어야 하지, 학생을 가혹하게 걸러내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찬가지로 이 부분도 논점에서 일탈된 지적입니다.
 
누적합격률은 허구의 개념에 불과합니다.
 
누적합격률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법무부 법조인력과의 '발명품'으로서 일본에도 수출되고 있음은 이미 지난 4.5 심포지엄에서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또한 이 지표가 변호사 수 통제에 악용되어 무수히 많은 학생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음이 심포지엄에서 처절하게 비판되었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 이런 지표를 사용하시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도 논점에서 일탈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 학생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 학생들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에 다니며 많은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로스쿨 합격의 기쁨도 잠시, 사교육기관에 몸을 의탁하여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며 공부에 정진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최선을 다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격시험화의 주장은 '나의 땀방울도 없이 자격증을 취득'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남의 피눈물에 의한 자격증의 취득'을 하지 않겠다는 상생의 의지입니다. 남을 밟고 일어서려는 것이 아니라 남과 함께 일어서려는 것입니다.
 
 
제자된 신분으로 감히 스승의 글을 평가하는 것이 참으로 무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데 교수님의 글은 논점에 부합하는 부분이 없는, '논점일탈'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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