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영웅담', 현화중 교감 "언론 보도 사실 아냐"

[이면N] '199명 무사했다'는 상황, 그 뒷 이야기

등록 2019.04.11 21:39수정 2019.08.0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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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이면을 봅니다. 그 이면엔 또 다른 뉴스가 있습니다. [이면N]입니다.[편집자말]
 

9일 평택 현화중학교의 모습 ⓒ 안해인


"재난 문자를 받고 버스로 대피하는데 중간 사거리에서 불씨가 버스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애들 몇 명은 소리 지르고 울고, 선생님들은 커튼 닫으라고 하고..."

김기세 평택 현화중학교 교감은 4일 저녁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김 교감은 "그 때가 몇시냐고들 묻는데 시계 볼 틈이 어디있나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불이 번질 당시 평택 현화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강원도 고성군에서 수학여행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교사와 학생들은 3분 만에 버스로 대피했고, 7대의 버스는 평택으로 향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온 불길에 사거리는 마비됐고 겨우 빠져나와 안도하던 차에, 강풍과 거세진 불길로 3호차에 불이 붙었다. 2호차에 탑승해 있던 교감과 체육부장은 차에 있던 소화기를 뜯어 들고 3호차로 내달렸다.

"2호차 기사님이 뒤차에 불이 붙었다는 거예요. 200미터 쯤 달렸을 때 아이들이 우리 쪽 버스로 왔고 함께 있던 안전요원이 '이상 없어요'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탈출 못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괜찮다는 걸 알자마자 다리 힘이 쭉 빠졌어요."

긴박한 순간이었다. 불이 붙은 3호차는 시동도 꺼졌다. 3호차 기사가 김 교감에 전한 바에 따르면, 주변 불길이 너무 세 간신히 시동을 다시 걸어 불이 없는 곳까지 버스를 겨우 끌고 나왔다고 한다. 버스 문이 열리지 않아 수동으로 열어 탈출했고, 그 이후 버스는 전소됐다.
  
이 사건을 언론들은 '영웅담'으로 다뤘다. "현장학습 출발 직전 '재난훈련'이 중학생 199명 구했다"고 했다. '재난 훈련'이 세월호 사건 이후 시행된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지난 9일 김 교감을 직접 만났다.

"수학여행 대비 재난대응 훈련이요? 정기적인 민방위 훈련이었어요"

김 교감은 "몇몇 기사가 마치 수학여행을 대비해서 재난대응 훈련을 한 것처럼 언론보도가 되었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화재 대피 훈련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3월 20일에 진행한 훈련이며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제410차 민방위훈련이였다"며 "1년에 의무적으로 4번씩 진행하는 훈련이고 공교롭게 수학여행 직전에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교감은 "처음부터 이런 모든 상황을 적나라하게 말했지만 많은 기사에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라며 "이게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다"고 손을 저었다.

박기복 현화중학교 교장은 "기사들 중에 '평택 현화중 버스 2대 전소'와 같은 제목이나 '관광버스 2대 불에 타…' 등은 잘못된 기사"라며 "2대가 아닌 1대이며 마치 인명피해가 생긴 것 같은 제목이다, 과장되지 않은 정보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방위 훈련이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김 교감은 "대충 넘어가는 훈련이 아닌, 영상 시청 후 직접 재난 상황을 구성해본다"라며 "학생회가 학생들의 영상을 찍어 더 실제상황처럼 진행하며 훈련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한 학급에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 당시 입과 코를 가리고 신속하게 대피해야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 리조트에서 버스로 대피하던 때 (아이들이) 그 경험을 잘 살렸던 것 같다"라며 "지난 20일 훈련 상황 때는 그렇게 말 안 듣던 아이들이 실제상황이라니까 그렇게 예쁘게 잘했다"라며 웃었다.

김 교감은 컨트롤타워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3호차 학생들과 우리 모두를 살렸던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던 평택교육청과 현화중학교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단호하고 뚜렷한 지시와 통제가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감은 "교사들은 아이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에 학교와 교육청이 컨트롤타워로서 학부모에게 일괄적으로 문자 메세지도 전송하고, 빠른 판단력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현화중학교 2학년 학생 199명은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6일부터 정상 등교했다. 8일, 평택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현화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안정화 교육을 실시했다.
 

2019년 3월 20일 민방위의 날 화재 대피 훈련 영상 캡쳐 (현화중 정신호 학생안전복지부장 제공)

 
#고성 산불 #현화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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