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조합-군민회 2라운드… 설명회 결국 '파행'

군민회 항의로 무산… 조합원 자격 두고 양쪽 입장 평행선

등록 2019.04.11 19:48수정 2019.04.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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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장 점거한 군민회 허베이조합 태안지부는 11일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피해민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군민회측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설명회가 무산됐다. ⓒ 김동이

 
"(서산수협) 조합장은 여기 왜 나와 있나. 누가 지부장으로 임명해 준다고 했나?"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놓고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과 일천오백억찾기범군민회(이하 군민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허베이조합이 설립 3년 3개월 만에 본격적인 조합원 모집을 위한 피해민 설명회를 열었지만 행사도 치르지 못한 채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날 설명회장을 찾은 군민회 회원들이 단상을 점거한 뒤 서산수협조합장을 겸임하고 있는 허베이조합 김성진 태안군지부장을 겨냥해 서산수협조합장 사퇴까지 거론하면서 격렬히 저항에 나섰고, 급기야 허베이조합 문승일 상무가 나서 "더 이상 설명회를 진행할 수 없다"도 취소 선언을 했다. 일순간 설명회장이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허베이 "채권신고자 2만194명" vs. 군민회 "태안군민 전체"
 

휑한 설명회장 허베이조합 태안지부는 11일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피해민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주민들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 김동이

 
허베이조합 태안지부는 11일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피해민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유류오염 사고와 관련돼 설립된 조합이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장 맨 앞자리를 차지한 군민회 회원들이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행사를 가로막자, 문 상무가 단상에 올라 설명회 취소를 선언하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설명회장 빠져나가는 주민들 허베이조합 태안지부는 11일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피해민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군민회측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설명회가 무산됐다. ⓒ 김동이


이날 설명회장에는 100여 명이 채 안되는 인원이 참석했지만 파행 이후 절반이 넘는 피해민들이 설명회장을 빠져나갔고, 군민회 회원 30여 명만이 남아 성토의 장으로 돌변했다.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이었다.
 

조합원 가입대상을 태안군민 전체로 해야 최근웅 군민회 공동대표가 조합원 가입 대상을 태안군민 전체로 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동이

 
이후 설명회장에 남아있던 군민회 최근웅 공동대표는 허베이조합을 향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최 공동대표는 "허베이조합이 최소한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재햐 함에도 자기들끼리 만든 정관대로 운영, 조직한다면 절대로 군민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군민발전기금을 갖고 개인이나 어느 한 단체의 이권을 목적으로 조직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구심이 들 뿐만이 아니라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다"고 허베이조합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삼성에서 출연한 지역발전기금을 받기 위해 허베이조합을 설립했다면 이제는 군민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마이크를 켜라! 군민회의 항의가 거세지자 태안군문화예술회관측에서 마이크를 껐다. 곧바로 군민회측 회원들이 마이크를 켜라면서 항의하고 있다. ⓒ 김동이

 
그러면서 3가지 요구사항도 전했다. 특히, 조합원 대상 범위를 태안군민 전체로 규정했다.

그는 "허베이조합원 구성은 당연히 2007년 12월 7일 이전 태안군민 누구나 조합원 가입을 원하는 군민은 모두 참여할 수 있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그동안 허베이조합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그는 ▲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금 운영위원회 구성 ▲ 사업선정위원회 구성을 통한 투명한 사업 추진 등을 제시했다.

최 공동대표는 "자기들 입맛에 맞게 만든 정관을 가지고 운영, 조직한다고 설명회를 우리 군민 보고 따라오라고 하니 이것은 도저히 받아 드릴 수 없다"며 "앞서 제시한 3가지 최소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허베이조합측은 2만여 명만을 조합원 자격자들로 분류하고 이미 지난 8일 해당 대상자들에게 조합원 가입안내문을 우편발송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조합원의 범위를 채권신고를 마친 2만194명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베이조합 문승일 상무는 설명회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민회에서 3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군민 모두를 조합원으로 받는다면 태안군에서 수탁하면 그만이지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군민 모두가 조합원이라면 조합원을 받을 이유도 없고, 이론상으로는 군에서 기금을 사용하면 되는 것으로, 이는 태안군으로 기금을 수탁하라는 얘기를 돌려서 얘기한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문 상무는 이어 "8일 조합원 자격이 되는 피해민 2만여 명에게 개별로 우편으로 보냈고, 읍면별로 조합원 모집 일정을 통보했고 일정대로 조합원을 받을 것"이라면서 "정당한 조합원들이 가입을 해서 그 조합원들이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들이 임원을 뽑아야 정당성을 갖고 내년도 사업을 짜고 집행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설명회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설명회도 못하게 단상을 점거했는데 잘못된 게 있으면 설명을 듣고 나서 비판을 해야지 설명회 자체를 무산시키면 어쩌자는 것인가"라며 "남의 행사 와서 업무방해를 한 것 아닌가. 혹 조합원 모집시에도 방해를 한다면 사법기관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민회의 반란 이날 설명회장 앞에는 군민회가 내건 현수막이 내걸렸다. ⓒ 김동이

 
한편, 이날 설명회와 관련해서는 선거법 위반 논란도 제기됐다. 이날 주민설명회 관련 문자를 허베이조합 직원이 아닌 서산수협 지도계 명의로 보낸 것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날 선거법 위반 논란을 제기한 한 피해민은 "허베이조합과 서산수협은 엄연히 다른 조직인데 서산수협 직원이 주민설명회 관련 문자를 보낸 것은 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다"면서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에 이 사실을 신고해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민설명회 무산 이후 설명회장에 남아있던 군민회 회원들은 성토의 장을 가진 뒤 태안군의회로 발걸음을 옮겨 김기두 의장과 만나 태안군의회에서 나서 허베이조합과의 해법찾기에 나서줄 것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삼성지역발전기금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태안군 #일천오백억원찾기범군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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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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