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직장 내 성희롱 줄었지만 여성 기피도 늘었다

10일 민주노총 ‘조합원 의식변화 조사’ 결과 발표

등록 2019.04.11 21:54수정 2019.04.11 22:33
0
원고료로 응원
   

10일 민주노총 조합원 의식조사 발표&조직문화 혁신 토론회 ⓒ 강연주

   

미투운동 1년 이후 직장인들은 지난 1년간 업무와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른바 펜스룰(아내 이외의 여성과 단둘이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또 상당수 남성들은 미투운동과 관련해 불편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특정 회사의 경우 사내게시판 내 여성혐오 댓글 또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은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의식조사 발표& 조직문화 혁신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지난 1년간 미투 운동이 일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설문은 민주노총 소속 380개 사업장 내 여성 737명, 남성 104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92.1%의 조합원들이 미투운동 이후 '지난 1년간 회사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조합원들은 가장 큰 변화로 '성적 농담이나 여성비하적 언행이 줄었다'(52.0%)를 꼽았다. '회사 경영진이 성폭력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38.7%), '성희롱 예방 교육이 강화됐다'(36.7%)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년간 미투운동이 일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라며 "여성은 물론 남성 또한 성희롱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사내 성폭력 예방 및 처리와 관련해서도 여성 33.7%와 남성 37.1%가 '더 좋아졌다'고 답했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여성 1.5%, 남성 0.5%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미투 운동 이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을 배제하거나 기피하기도


한편 조합원들은 부정적인 변화로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경우가 늘었다'(14.5%), '업무에서 여성과 함께 일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었다'(10.4%) 등을 꼽았다. 부정적인 변화에 대한 응답률 자체는 높지 않았으나 여성을 배제하거나 기피하는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또 남성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미투운동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49.6%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신경아 교수는 "남성들이 미투를 이해하고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 매우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건설노조의 한 남성 간부는 "최근 들어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 강화됐다"라며 "아무래도 (성희롱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공기업 노조 여성 간부도 "사내 게시판에 여성 비하 발언들이 노골적으로 달린다"라며 "남자들이 연령에 관계없이 여성을 혐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언자로 참여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미투 운동 이후 분명 변화가 있었지만 여성을 배제하거나 사내 게시판에 여성을 혐오하는 댓글도 증가했다"라며 "근본적이거나 거시적인 차원에서 일터 성평등 운동의 목표, 우선순위, 경로, 전략을 논의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대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이사는 "이 자료는 미투가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의미한 지표지만 남녀차별적인 행동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결과도 보여주고 있다"라며 "사내에서 성폭력 금지를 넘어선 젠더감수성, 인권감수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 자료는 민주노총 전체 사업장을 분석한 내용이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현장 실태를 다루고 있는 것"이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노동현장의 젠더 문제를 파악해 어떻게 조직문화를 바꿀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 #성희롱 #성폭력 #펜스룰 #민주노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