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10분... 자동차로 떠난 신안 섬 여행

4일 개통한 천사대교 건너 자은도·암태도에 가다

등록 2019.04.12 09:32수정 2019.04.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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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에 개통된 천사대교 ⓒ 신안군 제공

 
전라남도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신안군은 섬들로 이루어진 행정구역이다. 무려 1025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섬이 많은 곳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비교적 먼길이라서 가본 적 없는 낯선 곳, 신안. 지난 4일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등 7개 섬들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에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신안 섬 산행을 나섰다.

다리가 개통된 다음 날 오전 7시 창원 마산역서 출발해 오전 10시 40분께 천사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총연장 10.8km에 해상 구간 7.22km, 주탑 높이 195m. 국내 최초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의 해상복합교량이다. 1시간 뱃길 거리를 이제는 섬 주민들이 차로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됐다니 반가운 일이다.
 

두봉산 하산길에서. ⓒ 김연옥

 
우리 일행은 자은도 두봉산(363.8m, 전남 신안군 자은면)에 오르기 위해 암태도와 자은도를 이어 주는 은암대교를 지나 산행 들머리인 자은중학교 앞에서 내렸다. 학교 뒤편으로 난 산길에는 튼실한 고사리가 올라오는 중이었고, 봄을 밝히는 꽃등처럼 군데군데 연분홍 진달래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종종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은은한 향이 전해지는 듯한 난도 눈길을 끌었다.


미세먼지 탓인지 바다 쪽 시야는 흐렸지만 오솔길 같은 정겨운 길이 나올 때면 세상 시름이 다 잊힐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성제봉을 거쳐 낮 12시 30분께 두봉산 정상에 이르렀다. 암태도 승봉산 산행이 또 예정돼 있어서 정상 표지석 사진만 찍은 뒤 먼저 도착한 일행들과 같이 도명사 방향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푸릇푸릇한 보리밭을 바라보며 잠시 산행의 피로를 잊고 ⓒ 김연옥

 
도명사에서 유천리 도로변으로 가는 길에 푸릇푸릇한 보리밭이 보였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초록빛 풍경에 일순간 산행의 피로가 가시면서 상쾌함마저 느껴졌다. 대기하고 있는 산악회 버스를 타고서는 허겁지겁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우리는 다시 은암대교를 지나 승봉산 산행 들머리인 암태중학교에 내려서 이내 학교 뒤쪽 산길에 접어들었다.

암태도 승봉산 바위들의 매력에 빠져들다
 

암태도 승봉산 만물상. ⓒ 김연옥

 
두 번째 산행이라 다소 지치기도 했지만 진달래꽃과 어우러진 독특한 바위들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어 갔다. 게다가 부처손 군락이 엄청 많아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어갔을까, 어느새 만물상에 이르렀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오밀조밀 멋스러웠다. 정상으로 가면서 뒤돌아 보니, 마침 올라오고 있는 몇몇 일행들의 모습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됐다.

승봉산(355.5m, 신안군 암태면) 정상에 오른 시간은 오후 3시 10분께. 정상 표지석은 없고 정상임을 말해 주는 표지판만 있어 조금 아쉬웠다. 처음 듣는 반디지치라는 야생화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다 긴 의자에 앉아 잠시나마 쉬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암태도 소작쟁의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갑자기 났다. 그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뒤늦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산 후 소망의 다리, 또는 퍼플교로 불리는 천사의 다리를 보기 위해 안좌도로 이동해야 해서 수곡임도 방향으로 서둘러 하산했다.


천사의 다리서 물 위를 걷는 낭만을 즐기다
 

신안 안좌도 두리와 박지도를 잇는 목교, '천사의 다리.' 계속해서 박지도와 반월도도 이어 주고 있다. ⓒ 김연옥

 
산악회 버스를 타고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팔금도로, 또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 안좌도 남쪽 끝에 있는 두리까지 내려왔다. 우리 일행은 차에서 내려 박지도로 연결되는 천사의 다리를 걸어갔다. 천사의 다리는 안좌도 두리에서 박지도, 그리고 박지도에서 반월도를 잇는 총 1462m의 목교로 2008년 11월에 준공됐다.

물 위를 걷는 낭만이라 할까. 게다가 나무다리가 주는 정겨움이 더해져 산책하듯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박지도와 반월도는 마치 섬 속의 섬 같은 느낌이 들어 시간만 충분하면 반월도까지 걸어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안을 둘러보면 천사섬(1004섬), 천사대교, 천사의 다리 등 '천사'라는 말이 쉽게 눈에 띈다. 신안군은 군의 이미지를 '천사'로 브랜드화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섬 개수는 1025개이나 밀물이 들 때면 변수가 있을 것이고, 또 만인이 기억하기에도 좋고 어감 또한 좋은 숫자이니 아이디어가 나름 성공한 셈이다.

섬과 섬이 다리로 이어지는 즐거움을 정말이지, 실컷 맛본 하루이다.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박지도, 반월도 등 7개 섬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신나는 체험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천사대교 #천사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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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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