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복싱 3개월... 욕 나오게 한 순간들

[운동하기 좋나 봄] '근육 0'에서 시작한 운동,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등록 2019.04.16 17:20수정 2019.04.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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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무언가 하기 딱 좋은 계절, '이제 슬슬 운동 좀 해야 하는데' 하고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두툼한 외투를 벗어 던지고 산으로 공원으로 나가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간질간질하던 목구멍이 주말이 되자 하염없이 기침을 토해냈다. 목구멍에서 선인장이라도 자라는지 이젠 침만 삼켜도 목을 부여잡아야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월요일 아침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샘은 목구멍에 뭔가 미스트 같은 걸 분사하고는 약을 처방하면서 말했다.

"당분간 운동하지 마세요. 더 악화됩니다."

네? 운동하지 말라고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지난 3개월간 체육관에서 누렸던 행복한 순간들이 아련하게 흘러갔다. 3개월, 주 3회,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가던 그곳.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체육관 치고는 엄청 어두컴컴한데, 나는 그 어두컴컴함이 참 좋았다. 운동을 하다 보면 너무 힘이 들어 어느새 입에서 침이 흐르기 십상인데, 아무도 몰래 그 침을 슬쩍 닦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없는 힘 있는 힘 다 끌어모아 코치님 미트에 주먹을 뻗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 탕탕탕탕. 이 탕탕 소리에는 내 안의 좋은 호르몬이란 호르몬은 다 뿜어져 나오게 하는 어떤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 Pixabay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위아래로 시커먼 옷을 입고 코치님들이 하라는 대로 운동을 하며 이를 박박 가는 행복.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면서 스쿼트를 하다 보면 어느새 손 끝이 덜덜덜 떨려오고, 등뼈 마디마디에 통증이 시작되며, 허벅지는... 말해 무엇할까.

무엇보다 킥복싱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타격감이 나는 좋았다. 어찌 됐건 없는 힘 있는 힘 다 끌어모아 코치님 미트에 주먹을 뻗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 탕탕탕탕. 이 탕탕 소리에는 내 안의 좋은 호르몬이란 호르몬은 다 뿜어져 나오게 하는 어떤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즐거움을 당분간 유예하라니. 고작, 감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의사샘 말을 거역하지 않기로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쉽게 낫지 않던 게. 약을 안 먹고 버티고 싶지만, 약을 안 먹으면 감기는 영원히 낫지 않을 것처럼 낫지 않았다. 정확히 삼십 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길목부터였다. 그리고 정확히 그 길목에서부터 내 체력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저질이 되었다. 내가 체육관에 다니게 된 것도 결국 나이 때문이었다.

나는 열 살 때도, 스무 살 때도, 서른 살 때도 '아, 나는 젊어서 그런지 몸이 쌩쌩하네' 하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매일 식은땀을 흘리며 골골댔던 건 아니지만, 잔병치레가 많았고, 인생을 나락 일보 직전까지 끌고 간 병에 걸려 본 적도 있으며, 위염이야 늘 달고 살고, 허리 통증, 무릎 통증도 길게 한 번씩 다 겪어봤다.

그럼에도 서른 후반에 찾아온 '체력 하락 증상'은 작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생경했다. 사람이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체험하는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것만 같았다. 매일마다 놀라면서 일어나고 놀라면서 잠에 들었다. 내 몸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젠 좀 그만하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늘어갔다. 몇 시간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잠시 몸져눕는 타임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체력 하락 증상도 문제였지만, 부분적인 문제도 지속적으로 터졌다. 어느 날은 허리가 아파 며칠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고, 어느 날은 손목이 아파 한 손으로 머리를 감아야 했으며, 어느 날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몸 여기저기에서 탄산수 거품 터지듯 통증이 팡팡 터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김 빠진 탄산수처럼 맥 빠진 몸을 짊어지고 사는 게 일상이 된 어느 날. 나는 몇 개월째 앓고 있는 만성 위염을 털어내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결심했다. 나도 이런 나를 견디기가 이젠 정말 싫다, 이렇게는 더는 살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운동을 해야겠다, 체육관으로 가자.  

결심을 했다고 바로 실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쩐지 그게 무엇이든 월요일이나, 매달 1일이나, 연초에 시작해야 깔끔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얼른 2019년이 오길 기다렸다가, 2019년 1월 2일 수요일에 당당히 킥복싱 체육관의 문을 두드렸다. 첫날, 등록을 하기 위해 카운터 앞에 서 있는 내게 카운터 안 쪽에 서 있던 코치님이 앞으로 3개월 내내 보여줄 환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운동은 왜 하시려는 거예요?"

나는 지난 몇 년간의 설움을 털어내듯 대답했다.

"체력이 너무 안 좋아서요!"

내가 킥복싱을 하는 이유  

체력을 올려주는 운동이야 많겠지만 내가 킥복싱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좀 과격한 운동을 하고 싶었다. 하고 나면 몸 여기저기가 욱신욱신하면서 운동했다는 느낌이 빡 드는 그런 운동. 그리고, 지루한 운동은 피하고 싶었다. 지금껏 헬스장을 끊었다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둔 게 몇 번이더라.

그다음은, 낯선 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야 하는 게 우리의 운명이라면, 운동이라도 낯선 걸 해야지. 마지막으로,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도록.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킥복싱 체육관이긴 하지만 사실 킥복싱 훈련은 하루에 몇 분 하지 않는다. 5분 정도 하나. 나머지 40분에서 50분은 체력 훈련에 집중한다. 에계, 킥복싱을 겨우 5분 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는데, 그게 하다 보면 결코 '에계'가 아니다.

초보 훈련자에겐 5분 동안 하는 킥복싱 훈련도 결코 만만치 않다. 팔 몇 번 휘두르고 발 몇 번 차다 보면 몸이 휘청이면서 금세 힘이 빠진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철퍼덕 주저앉거나 무릎을 꿇게 되거나 적어도 허리를 꺾게 된다. 무엇보다 킥복싱을 제대로 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하므로, 체력 훈련은 필수!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 

아직도 훈련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코치님은 스트레칭 방법에서부터 케틀벨을 손에 쥐는 방법, 또 기본적인 킥복싱 용어와 그에 맞는 동작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나는 코치님이 '쨉 쨉 투'를 외치면 왼 주먹을 두 번 때리고, 오른 주먹을 한 번 때려야 하다는 걸 배웠다.

킥복싱을 할 땐 언제나 두 팔로 얼굴을 보호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첫날이었지만, 글러브를 끼고 훈련도 해봤다. 코치님이 '원, 투' 하면 왼 주먹, 오른 주먹을 한 번씩 뻗고, '원, 투, 원, 투' 하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두 주먹을 날렸다.

킥복싱 훈련을 다 끝내고 나선, 아, 코치님은 나더러 바닥에 드러누우라고 했다. 윗몸 일으켜기를 해야 한다나. 킥복싱을 하다가 갑자기 웬 윗몸 일으켜기? 가만 있어보자, 내가 마지막으로 윗몸 일으켜기를 한 게 언제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코치님은 자신의 두 발로 내 두 발을 (아프게) 밟고 서서는 두 팔에 낀 미트를 지상 1미터 높이에서 흔들었다. 내게 내려진 미션은 이랬다. 윗몸을 일으켜는 동시에 '쨉 쨉 투'를 하며 두 주먹으로 미트 때리기. 15회 반복. 코치님은 외쳤다.

"자, 시작!"

가만있어보자,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깎지 낀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윗몸을 일으켜는 것도 힘든데, 지금 나는 두 손에 글러브를 낀 채 오로지 허리 힘만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나서는 킥복싱까지 하고 있는 거잖아. 마음 같아서는 다섯 번만 하고는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코치님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기어코 열 번을 하게 했고, 기어코 열다섯 번을 하게 했다. 열다섯 번을 다 하고 나서 상처 입은 마음을 꼭 숨긴 채 바닥에 드러누운 나를 보며 코치님은 "코어 힘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나는 땀에 범벅이 된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이곳에서의 훈련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단박에 이해했다. 진짜 엄청 고생하겠구나. 

체력 훈련을 하면서 알게 된 건, 몸에 근육을 붙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거였다. 매번 운동을 할 때마다 나름의 한계에 부딪히며 몸을 밀어붙여야 겨우 근육 한 가닥이 몸에 붙을까 말까 했다. 하지만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일도 이미 몸에 근육이 어느 정도 붙은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내 몸엔 애초에 생존에 필요한 근육밖에 없었으므로, 0에서 시작하는 운동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 몇 주 동안, 나는 어느 운동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 힘이 없기에 자세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0에서 1이 되기 위해선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설프더라도, 계속. 한 가닥 근육을 위해.

모든 운동이 다 어려웠지만, 버피 같은 운동은... 정말 욕이 나오게 어려웠다. 처음엔 버피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전신 운동의 최고봉이라는 (악마의) 버피. 버피 1번 동작은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쭈그려 앉은 자세에서 다리를 뒤로 쭉 펴며 푸시업 기본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이후 2번, 3번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버피 한 번을 한 게 된다.

그런데 나는 1번 동작부터 하질 못했다. 팔에도 힘이 없고 무엇보다 코어에 힘이 없으니 다리를 뒤로 보내며 쫙 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번도 안 되는데, 2번은 무슨 소용이고, 3번은 무슨 소용일까. 그런데도 세 번째 날, 나는 어찌 됐건 처음 해보는 버피를 25개나 했다('했다'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단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죽을동 말동 하며 25개를 채웠다. 버피를 하면서는 내가 전생에 진 죄를 하나부터 열까지 차례대로 나열해 봤다. 

어렵사리 운동을 다 끝내면 진이 쏙 빠졌다. 너무 힘이 들 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혹시 너무 힘이 들면 왜 웃음이 나는지 아시는 분 있나요? 여하튼, 코치님들은 벚꽃 같은 미소를 흩뿌리며 늘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해줬지만 내 몸 상태는 나도 잘 알았다. 나는 언제나 이 구역에서 제일 운동을 못 하는 애였다.

제일 약했고, 제일 느렸다. 그럼에도 뭐에 홀린 듯 그렇게도 싫어하던 근력 운동을 하러 매주 3일 체육관을 찾았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6kg 케틀벨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살면서 언제 이토록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쭉 빼봤나 싶을 정도로 엉덩이를 쭉 빼며 스쿼트를 하고, 런지를 하고, 어썰트 바이크를 타고, 로잉 머신을 타고, 불가리안 백을 목 뒤에 들쳐 멨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자 비로소 버피 1번 동작을 어찌어찌 할 수 있게 됐다. 두 달쯤 되자 하는 나도 놀랄 만큼 버피 1번 동작뿐 아니라 2번, 3번 동작도 이어서 무난히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는 사이 버피뿐 아니라 다른 운동들도 처음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렇다는 말은, 내 몸에 근육이 조금 붙었다는 말이었고, 또 그렇다는 말은, 내 체력이 조금 좋아졌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무렵 가족들에게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내 몸에서 힘이 느껴진다고 했다. 늘 기운 없이 좀비처럼 어슬렁 거리던 나에게서 에너지가 솔솔 흘러나온다는 말이었다. 오, 운동 효과가 슬슬 나오나 보네?

킥복싱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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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복싱 3개월차 킥복싱 3개월차에 찍은 영상이에요. 보기엔 힘 없이 치는 것 같지만, 전 온 힘을 다 해 치는 중이에요. ⓒ 황보름

  
체력은 체력대로 좋아지는 사이 킥복싱 훈련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었을까. 잘 되고 있었다. 내가 재미있고 신나면 잘 되고 있는 것 아닐까. 손에 글러브를 끼고 처음으로 코치님을 향해 주먹을 뻗던 날, 나는 내가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를 향해 이렇게 팔을 뻗어본다는 생각에 흥분됐다. 발차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코치님을 향해 힘차게 발을 차던 그 날, 우아, 이렇게 속이 다 후련할 수가 없었다.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왼 발에 무게 중심을 둔 채 골반을 틀면서 오른발로 미트를 때릴 때의 쾌감이란. 특히, 연속 발차기 10번을 할 때면 얼마나 신이 나든지. 물론 마음과는 달리 체력은 받쳐주지 못해, 발차기 10번을 연속으로 차고 나면 잠시 서서 숨을 골라야 했지만. 

처음엔 그저 팔다리를 휘두르는 기분이 좋아 킥복싱 시간이 기다려졌는데,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는 자세를 교정받고, 새로운 동작을 배우고, 코치님과 합을 맞추는 게 좋아서 킥복싱 시간이 기다려졌다. 하면 할수록 킥복싱을 더 잘하고 싶어 졌다. 선수가 되고 싶다거나(되고 싶어도 될 리 없다는 것쯤은 안다), 누굴 때려눕히고 싶다는(이 또한 마찬가지), 그런 뜻은 아니다.

이왕 하는 김에 절도 있는 자세로 팔도 뻗고, 다리도 차고 싶어 졌다는 말이다. 왜 그런 것 있잖나. 기본 자세만 취해도, 오, 좀 하는데, 하는 느낌이 나는. 어퍼컷 동작만 해도, 오, 제대로 때리는데, 하는 느낌이 나는. 정말이지 기본자세도 제대로, 어퍼컷도 제대로, 발차기도 제대로 하고 싶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기본자세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기분이 바닥을 치는 날에도 어찌 됐건 스포츠 브라와 레깅스를 챙겨 들고 체육관에 갔다. 체육관엔 내 기분에 아랑곳하지 않는 코치님들이 있어서 좋았고, 또 나 역시 내 기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해야 할 운동들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해서 자주 걷고, 한때는 열심히 달린 적도 있다. 걷고, 뛰는 것, 다 좋다.

그런데 킥복싱이나 크로스핏 운동이 좋은 건, 운동을 할 때만큼은 정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 8킬로그램짜리 케틀벨을 들고 스쿼트 30개를 해야 하는데, 무슨 생각이고, 무슨 고뇌인가. 뇌에 가득 찬 잡념이 지구 밖을 뱅뱅 돌고 있는 인공위성처럼 정신을 혼란스럽게 할 땐, 그저 아무 생각할 수 없게끔 나를 무념무상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킥복싱 훈련을 할 때면 내 몸에 차곡차곡 쌓여 응어리진 것들을 하나씩 내뱉는 느낌이 든다. 몸에 응축돼 있던 노폐물이 주먹과 발을 통해 허공에 뿌려지는 느낌이다. 살다 보면 한 번쯤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는데, 킥복싱을 하면 주먹과 발에 악을 발라 날려버리는 것 같다.

쨉 한 번에 악 한 번, 라이트 한 번에 또 악 한 번, 오른 발차기에 악 한 번, 왼 발차기에 악 한 번. 악악악악 하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기분이 말끔해진다. 나는 요즘 가능하기만 하다면 내 방에도 샌드백을 하나 달아놓고 싶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마구마구 두드려주게.

조금씩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 

어느덧 체육관에 다닌 지도 3개월이 넘었다. 이제 나는 2개월 째보다 버피 동작을 더 잘하게 됐다. 다섯 개까지는 힘도 들이지 않고 한다. 쉬지 않고 20개까지도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스쿼트를 한 번에 50개까지 했다. 혹시, 플랭크 자세를 아시는지? 3주 전엔 플랭크 자세를 1분간 두 번 연속해서 할 수도 있었다.

킥복싱은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라서, 동작을 할 때마다 코치님에게 "더 세게!"라고 지적을 받지만, 그래도 분명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사실, 나아질 수밖에 없었다. 운동에서 반복 훈련을 당해낼 것이 무엇일까.

무언가를 조금씩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내게 주는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저 계속 해왔을 뿐인데, 나아졌다. 물론, 속도가 무지 더디긴 하지만. 하지만 더디면 좀 어떤가. 아마추어 운동의 세계에선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 얼마나 빨리 나아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으니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에 대해 느끼는 실감이다. 나는 처음보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몸도 가벼워졌다. 몸 사이즈도 줄었다. 어느새 운동 전도사가 돼 있는 나를 발견하게도 됐다.

어제도 전화 통화를 하는데, 몸이 찌뿌둥해서 힘이 든다는 친구에게, 이제 우리 나이엔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며 '충조평판(충고 , 조언, 평가, 판단)' 중 '조'를 했다. 친구는 운동을 시작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몸이 찌뿌둥해서 우울해지는 일은 없을 테니. 

그런데 운동 이야기를 쓰다 보니 정말 운동을 하러 가고 싶어 진다. 이 놈의 감기는 언제쯤 떨어질까. 빨리 체육관에 가서 손에 글러브를 끼고 코치님 미트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싶다. 원, 투, 원, 투, 쨉, 쨉, 투. 그러면 내가 만들어낸 타격 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채우겠지. 탕탕탕탕. 그러면 또 내 몸 속에서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좋은 호르몬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 나와 춤을 출 것이다.

춤을 추면서 말하겠지. 그래, 운동해라, 얼마나 좋냐, 몸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그러니 계속해라, 하고. 나는 웬만해선 호르몬을 이기지 못하므로 호르몬의 말에 가볍게 수긍하며 대답할 것이다. 오케이, 계속하겠음. 탕탕. 호르몬아 솟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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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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