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 기다릴 것"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제재해제에 집착하지 않겠다"

등록 2019.04.13 10:53수정 2019.04.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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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일방적인 선 비핵화가 아니라 공정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 합의문에 주저없이 수표(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하루 전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 2일차 시정연설에 나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후반부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프로세스 진행상황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내놨으며, 현 상황 타개를 위한 대남, 대미 메시지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지금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 바와 같이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앞으로 조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여져야 나는 주저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서명)할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나는 미국이 오늘의 관건적인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 위원장은 이 연설 말미에 "동지들! 방금 말했지만 적대세력들의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제제해제 문제 따위엔 집착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2차례 쓰면서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하노이에서 북측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UN 제재 중 경제 관련 제재 해제의 교환' 조건이 아닌 새로운 교환조건을 구상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에 대한 언급은 연설 전반 국제정세에 인식 부분에서도 등장했다.

"최근 우리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 현실 앞에서 저들의 본토안전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회담장에 나와서 한편으로는 관계개선과 평화의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제재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면서 어떻게 하나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후 제도전복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있습니다.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적대세력들의 항시적인 제재 속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해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에 만성화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며 혁명의 전진속도를 조금도 늦출 수 없습니다. 힘으로는 우리를 어쩔 수 없는 세력들에게 있어서 제재는 마지막 궁여일책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인 것만큼 결코 그것을 용납할수도 방관시할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합니다.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


대북제재 해제만으로는 미국의 '선 비핵화'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3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인한 제재의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은 중재자·촉진자 아닌 당사자로 당당하게 나서라"

김 위원장은 남측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민족의 지향과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기대 앞에 너무나 부실한 언동으로 화답하고 있으며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발표이전시기로 되돌려보려고 모지름(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 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여러 방면)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을 향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조성된 불미스러운 사태를 수습하고 북과 남이 힘들게 마련한 관계개선의 좋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그것이 평화와 통일의 의미있는 결실로 빛을 보게 하자면 자주정신을 흐리게 하는 사대적 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 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측이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훈련을 유예하는 한편 단독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 은폐된 적대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시정연설의 전반적인 기조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경제발전 총력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회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된 최룡해에 이어 경제계획을 이끌고 있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전 내각총리)과 김재룡 국무위원 겸 내각총리가 주석단에 등단했다.
#김정은 #시정연설 #제재해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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