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상 철거는 친일", 부산시 행정대집행 반발 확산

14일 오후 규탄대회 이어 15일 아침 부산시청 항의방문

등록 2019.04.14 21:00수정 2019.04.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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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 민주노총 부산본부

 
"철거는 친일이다."

4월 14일 오후 부산 동구 정발 장군 동상 앞에 모인 시민들이 외쳤다. 부산광역시(오거돈 시장)가 동상 옆에 있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강제철거(행정대집행)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크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노동자상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단행했다. 노동자상은 부산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1층 관람객 대기 장소로 옮겨졌다.

이날 부산시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시는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하려는 위원회의 노력에 대해서는 수차례 진심 어린 공감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며 "그러나 조형물 설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바 불법조형물 설치에 대해서는 행정조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노동자상은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아래 건립특위)가 2018년 5월 1일 부산 동구에 있는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우려고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노동자상은 시민 성금으로 제작되었다.

부산 동구청은 2018년 5월 31일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가 7월에 건립특위에 돌려주었고, 건립특위는 올해 3월 1일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노동자상을 임시 설치했다.

건립특위는 부산시가 노동자상을 강제철거하자 14일 오후 2시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기습철거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역사적 기념물이나 동상을 설치하는 이유는 후대들이 역사를 잊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다"며 "오거돈 시장에게 묻는다. 대한민국 부산시장인가, 일본의 오사카 시장인가"라고 했다.

노동자상 강제철거에 반발이 거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는 노동자상을 정발 장군 동상 옆으로 다시 옮겨놓지 않을 경우 15일 아침 오거돈 시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건립특위는 15일 오전 9시 부산시청 후문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강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장 항의방문을 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12일 부산시가 '강제징용노동자상 위치에 대한 공론화를 제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건립특위 앞으로 보냈다"며 "부산시는 공문을 통해 '제3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을 의제로 하고 세부적 과정은 귀 위원회와 동구청, 그리고 우리 시가 함께 논의'하자며 '긍정적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불과 몇 시간 후인 (이날) 오후 6시 경, 답변을 고민할 틈도 없이 부산시는 수백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노동자상을 강제로 철거했다"며 "몇 시간 후면 드러날 거짓말을 버젓이 '공문'으로 보내는 부산시의 기만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항일의 상징인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맞는 이때, 부산시는 일본의 앞잡이 되기를 서슴지 않았다. 친일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우리의 투쟁도 끝나지 않았다"며 "노동자상을 철거한 부산시는 친일 적폐이며 우리는 친일과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부산운동본부 "일제강제동원 문제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14일 낸 자료를 통해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노동자상의 임시 건립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부산시가 강제 철거해 시민들이 바라는 일제강제동원 문제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다.

이들은 "부산동구청과 '건립특위' 사이에 노동자상의 임시건립 문제가 4월 11일 원만히 합의가 되었다"며 "그러자 이제까지 이렇다 할 입장과 대안을 내놓지 못하던 부산시가 둘 사이의 합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12일 급히 노동자상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해 갔다"고 했다.

부산시의 공론화 제안에 대해 이들은 "진정한 제안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강제 철거시기를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기만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미 철거를 위해 대규모 인력을 준비했고 제안에 대한 답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점에서 부산시의 제안은 원래부터 기습 철거를 위한 기만적인 행동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어 시민사회는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운동본부는 "지역시민사회는 강제철거에 대한 오거돈 시장의 사과부터 요구하며 면담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이것에 대해 직접 해명하길 요구한다"고 했다.
#오거돈 시장 #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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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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