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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감독 닐 마샬 만나 리부트된 '헬보이', 공은 들였는데...

[리뷰] 11년 만에 다시 태어난 <헬보이>... 기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남겨

19.04.16 16:02최종업데이트19.04.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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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독 닐 마샬과 원작 코믹스 작가인 마이크 미뇰라가 각본과 제작을 맡으면서 '헬보이'가 11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대중음악 한 곡은 보통 3~4분 정도의 분량이다. 이 안에 많은 이야기를 넣고 싶다면 랩(rap)으로 소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너무 빠르면 듣는 이가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다. 이번에 리부트된 영화 <헬보이>도 그런 느낌이었다.

영화는 지옥에서 소환되었지만 세상을 위해 싸우는 다크 히어로 헬보이(데이빗 하버)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배경은 서기 517년, 아서왕에게 패한 뒤 몸이 6조각으로 나뉘어 봉인됐던 마녀 '블러드 퀸(밀라 요보비치)'이 부활해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하고, 이에 헬보이가 나선다는 내용이다.  

열심히는 만들었지만...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

<헬보이> 속에 영웅 서사 구조를 담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줄거리의 핵심은 헬보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6조각으로 나뉘어 봉인된 마녀 이야기. 헬보이를 키운 박사 브룸(이안 맥쉐인)과 20년 만에 만난 헬보이의 지원군 앨리스 모나한(사샤 레인),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조직 'B.P.R.D'의 소령이자 재규어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요원 벤 다이미오(대니얼 대 킴)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영화는 이들을 둘러싼 하나하나의 이야기들까지 구구절절 보여준다. <헬보이>의 러닝타임이 121분인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닐 마샬이 영화에 구겨 담은 듯하다. 

또한 여러 에피소드들 사이의 연결점이 아쉽다. 헬보이가 거인족과 싸우다가 쓰러지자 누군가 나타나는데, 바로 극 중 헬보이의 지원군으로 활약하는 영매 능력자 앨리스 모나한이다. 그녀의 등장은 여러모로 너무 생뚱맞은 인상을 준다. 20년 만에 헬보이와 재회한 그녀가 어떠한 설명 없이 헬보이를 돕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친절한 설명이나 충분히 설득될 만한 계기 없이 전개된다. 특히 극 중 헬보이가 말을 탈 때 나오는 삽입곡은 레이싱 영화에 나올 법한 음악인데, 이 역시 집중력을 흐트린다. 

마치 감량에 실패한 운동선수가 링에 오른 느낌이랄까. 2019년 새로 태어난 <헬보이>는 이런 요소들로 인해 특유의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영화는 마치 3시간 분량을 2시간으로 줄인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몰입하기 어렵다. 급작스러운 전환 탓도 있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컷과 컷 사이의 호흡마저 빠르다. 메가폰을 잡은 닐 마샬과 제작에 직접 참여한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의 조합은 어떤 부분에서 장점이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점은 명확해 보인다.
 

<헬보이>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원래 닐 마샬은 호러 전문 감독이다. 그는 영화 <디센트>로 제32회 새턴 어워즈 최우수 호러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호러에는 재능을 드러낸 감독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주특기인 호러를 액션 영화 <헬보이>에도 장착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설정과 심장을 쫀득하게 만들어주는 호러의 특성이 아니라 호러의 잔혹함을 <헬보이>에 넣은 듯하다. 영화에는 피튀기는 장면 등 고어 액션이 넘쳐나지만 앞서 지적했듯 거기까지 끌고 가는 스토리의 연결성이 미흡하다. 그 때문에 영화가 호러적 감성이 아니라 잔혹함만 보여준다는 느낌이 머릿속을 맴돈다.

2019년판 <헬보이>는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다만 제작진이 어깨에 힘을 조금 덜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1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돌아온 캐릭터 헬보이를 굳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기 위해 주변 등장인물의 아주 상세한 이야기까지 영화 속에 녹일 필요가 있었을까.

밸런스 조절에는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헬보이'

단점을 꽤 언급했지만 이는 그만큼 <헬보이>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임스 완 감독의 <아쿠아맨>,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샤잠!> 등 최근 여러 히어로 소재의 액션 영화에 호러 전문 감독들이 투입된 바 있다. 닐 마샬 감독도 그 흐름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시절의 <헬보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 닐 마샬 감독을 통해 나올거라 크게 기대됐다.

배우가 바뀐 것을 눈치를 채지 못할 만큼 헬보이 역을 맡은 데이빗 하버가 열연을 펼쳤다. 코믹스 원작과 지난 시리즈에서 보여준 헬보이를 완벽히 재연하면서 섬세함을 살려내야 할 부분들을 더 채워나갔다. 

이런 섬세함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140년 된 오스트리아 총기 리볼버를 실제 탄알 발사가 가능하게 다시 제작했다. 등장하는 무기 중 엑스칼리버 검 역시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의 디자인을 100% 살려 만들었다. 헬보이 분장에는 매일 아침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고 한다. 또 그의 눈에 렌즈는 4시간마다 교체해야 했고 20분마다 안약 넣어야 했다는 후문이다. 

연결 구조에서 미흡함을 보였지만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가능성도 보였다. 이번 <헬보이>가 리부트로 제작된 첫 번째 편인 만큼 관객들에게 영화 세계관을 알려주는 것에 집중했다면 다음은 헬보이를 둘러싼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나 헬보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한 에피소드들은 이제 생략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편 이번에 개봉한 <헬보이>에는 영화가 끝난 이후 무려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숨겨져 있다. 
 

<헬보이> 포스터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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