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수마자' 31마리 발견... 한국당 보고 있나? 금강이 살아났다

[삽질의 종말18] 4대강 사업 후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돌아와

등록 2019.04.17 12:14수정 2019.04.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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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올 하반기에 개봉합니다. 오는 4월 말에는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도 출간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으로 가입해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지난 2015년 8월 국민 성금으로 마련한 투명카약을 타고 4대강의 죽어가는 모습을 탐사 보도했다. 위의 영상은 당시 낙동강 도동서원 '녹조밭'에서 촬영한 화면이다.

대형 현수막에 '나는 살고 싶다'고 썼고, 위쪽에는 '흰수마자'라는 물고기를 그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 물고기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생물 1급이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평가등급인 취약(VU)종이다.

이로부터 3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정권이 교체됐고, 금강 세종보 수문이 열린 지 1년. 4대강 사업 이후 사라졌던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세종보 해체' 제안을 "국가기반시설 파괴"라며 세종보 개방 이후 수질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주장하지만, 흰수마자의 귀환은 금강이 살아나는 징표이기에 주목된다.
     
[채집 현장] 금강 귀환 알린 흰수마자 31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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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금강에서 채집된 흰수마자 ⓒ 순천향대학교

 
14일 오전 8시 30분부터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과 세종환경운동연합 손경희, 오해정 운영위원은 세종보에서 어류조사를 했다. 세종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 이후 꾸준히 세종보를 찾아 조사 및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방인철 교수팀은 세종보 하류의 수심이 낮은 여울과 모래가 흘러내린 곳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작은 족대를 모래바닥에 담그고 뒷걸음으로 내달리며 들어올리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20cm 정도 크기의 작은 모래무지가 올라왔다. 회갈색에 몸 옆면과 등에 검은색 반점이 선명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금강 모래 속에서 발견되던 종이었지만, 금강에서 모래톱이 사라진 뒤 종적을 감췄다.

조사팀은 다시 족대로 강바닥을 훑고 낮은 강물을 첨벙거리며 뛰어다녔다. 가는 모래는 빠져나가고 굵은 모래와 함께 작은 물고기들이 하나둘씩 잡혔다. 연신 파닥거리며 뛰어오르는 피라미부터 돌마자, 민물검정망둑까지 모두가 수심이 낮고 유속이 있는 얕은 모래 속에서 살아가는 유수성 어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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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채집된 흰수마자 ⓒ 김종술


"와~ 흰수마자다!"

족대를 들어올리던 한 조사팀원이 소리치자 함께 조사하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족대 속에 갇힌 5~6마리의 물고기 속에 흰수마자 1마리가 보였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과 낙동강 등에서 종적을 감춘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다. 조사팀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족대에 물고기를 가둔 채 기자에게 설명했다.

"모래무지는 입 양쪽에 2개의 수염이 있어요. 모래를 입으로 빨고 아가미로 모래를 뱉으면서 유기물을 먹는 잡식성입니다. '흰수마자'는 수염이 네 쌍입니다. 8개가 달렸죠. 흰수마자는 모래 속에 살고 있는 수서곤충을 먹는 육식성 어종입니다. 빛의 양에 따라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야행성이죠."


그는 다시 물속을 뛰었다. 이날 채집은 정오까지 계속됐다. 흰수마자 31마리, 몰개 1마리, 모래무지 52마리, 누치 1마리, 돌마자 7마리, 피라미 3마리, 눈불개 2마리, 민물검정망둑 4마리, 밀어 4마리, 갈문망둑 1마리. 총 10종의 물고기 106마리를 채집했다. 무엇보다 금강 본류에서 흰수마자 31마리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인철 교수는 "4대강사업 이후 금강 전역에서 관찰하지 못했던 흰수마자가 보를 개방했더니 나타났다"면서 "4대강 사업 구간 내에 멸종위기종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가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흰수마자는 보호종이다.

[현장 코멘트] 흰수마자 생존 조건 : 유속, 모래, 여울, 그리고 맑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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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 ⓒ 김종술

 
방인철 교수는 "오늘 채집된 흰수마자는 작년에 부화한 1년생으로 보인다"면서 흰수마자의 생태와 채집 의미를 길게 설명했다.

"자연에서는 최소한 만 2년이 되어야 산란을 시작합니다. 실험실에서는 온도가 높아서 2년이 아니어도 산란을 하죠. 간혹 크기가 큰 아이들이 발견되는데, 기본적으로 산란하면 죽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산란을 못 하면 3년 동안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크지 않았다는 것은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예전에는 금강에도 많은 개체수가 있었을 겁니다. 금강 본류에 있던 종들은 환경이 나빠지면서 지류로 쫓겨났다가 세종보, 공주보 개방으로 환경이 좋아지자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흰수마자는 주로 낙동강에서 발견됐지만, 금강, 임진강, 남한강 청미천 등에서도 채집된 기록이 있습니다. 과거 지류하천 조사 때에 금강 정안천, 유구천 등에서 흰수마자가 발견됐습니다.

흰수마자는 일반 물고기와는 다릅니다. 알 크기가 0.6mm 정도입니다. 수정되고 수정막이 부풀면 3mm까지 커지고 점착성도 없습니다. 산란된 알이 떠밀려서 하류로 이동합니다. 산란기가 되면 배부른 게 사라지고 이동을 시작합니다.

흰수마자가 사는 구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 유속이 있어야 하며, 가는 모래가 깔린 여울과 수질이 좋아야 합니다. 예전 공주시 정안천 모래여울에서 수십 마리가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 뒤부터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라졌습니다.

청양군 지천에도 많은 숫자가 서식했는데, 2년 전 집중 조사 때에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공주시) 유구천은 아래쪽에 보가 건설되면서 흰수마자가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미호종개만 1~2개체가 보이고 있습니다. 지천의 보가 사라지지 않고 본류와 차단이 되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게 되면서 흰수마자도 없어집니다.

4대강 본류 하천에서 흰수마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입니다. 흰수마자는 모래 속에 숨어 사는 종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과 같은 하천 공사가 사라지지 않으면 멸종할 것입니다."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고 강바닥에 쌓였던 펄층이 씻기고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맑은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 김종술

 
세종환경운동연합 손경희 운영위원은 "세종보 수문이 닫혀 있을 때는 녹조가 창궐하고 악취가 진동하면서 물고기가 죽어가는 강이었다"면서 "해질녘이면 날파리도 많아서 잦은 민원이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수문이 개방된 뒤 크고 작은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많은 시민들이 강변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세종보 상·하류 모래톱에는 작은 물떼새들부터 물고기들까지도 관찰된다, 이번에 금강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멸종위기종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세종환경운동연합 박창재 사무처장은 "민간 차원 조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종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기쁨을 감출 수가 없고, 수문이 개방되고 금강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면서 "물고기뿐 아니라 조류까지 정부 차원의 좀 더 정밀하고 정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종보 개방 이후 일부에서는 강물이 줄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집 앞에 천연기념물이 찾아드는 모래톱이 드러나고 멸종위기종까지 발견되고 있다"면서 "결국 세종보가 철거되면 더 많은 생물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며, 집값 적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7년의 사진] 죽은 강과 산 강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7년. 지난해 수문이 열리기 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수차례에 걸친 탐사보도를 통해 고발했던 '죽음의 금강' 현장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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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물고기 떼죽음(2012년 10월) ⓒ 김종술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과 공주보 인근. 큰빗이끼벌레 사체가 즐비하다. ⓒ 김종술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 지난 2012년에는 60만 마리의 사체가 금강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물이 정체된 저수지에서나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기도 했다. 3~4년 전부터는 금강은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추락했다.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썩은 펄 속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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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시커먼 펄 속에는 붉은 깔따구가 산다. 환경부가 공식 지정한 최악의 수질지표종이다. ⓒ 정대희

 
많은 국민들은 봄철 미세먼지처럼 여름철엔 4대강 녹조를 떠올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는 농도가 짙어졌고 발생 빈도도 늘었다. '녹조라떼', '녹조 축구장', '녹조곤죽' 등의 신조어들이 나올 정도였다.
 

녹조가 뒤덮은 강물 곳곳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었다. ⓒ 김종술

 
이랬던 금강이 1년 전 세종보 개방 이후 아래와 같이 변했다. 4대강 독립군이 지난해 6월 '산 강과 죽은 강' 기획보도를 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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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수문이 개방 중인 세종보에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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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강과 죽은 강' 취재시 세종보 인근에서 발견한 '1급수 전령' 재첩이다. ⓒ 김종술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살던 펄이 부분적으로 씻기자 모래톱이 나타났다. 펄 속에서 살던 큼지막한 펄 조개 사체가 모래톱에 박혀 있었다. 대신 1급수 전령이라고 할 수 있는 재첩도 발견했다. 모래톱 위에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틀었고, 세종보 상류에 드러난 모래톱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가 알을 품는 모습도 확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세종보 수문 개방 뒤에 녹조가 더 짙게 창궐하고, 수질이 나빠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오는 5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4대강보파괴저지범국민연합'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청와대 행진도 계획하고 있다.

맑은 물에서 사는 흰수마자의 귀환을 이들은 또 어떤 식으로 폄훼할까? 정략적 구호로 일부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겠지만, 수문개방 이후 자연 상태를 찾아가는 금강에 물고기가 몰려들고 새가 날아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4대강 독립군이 녹조라떼의 강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던 3년 전과는 달리 수문이 활짝 열린 뒤 금강이 보여주는 희망의 징표를 숨길 수는 없다.
#삽질의 종말 #흰수마자 #금강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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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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