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로 사랑과 행복을 말하는 소설

[서평]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등록 2019.04.17 09:01수정 2019.04.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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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행복해지는 법을 말하는 책이나 사람들은 대체로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껴라'라고 말한다. 물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거기에 동의하는 것과 정말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건 다르다.

오늘 읽은 책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을 읽어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네잎클로버는, 행복은 엎드려서 찾는 것, 그렇게 그가 말했지?"
—나는 행복이란 그런 식으로 필사적으로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하루는 그렇게 답했다고 한다.
"가령 걷다 지쳐 쭈그려 앉거나, 그저 햇볕을 쬐기 위해 앉았을 때, 별생각 없이 땅을 바라보다가 네잎클로버를 찾을 때도 있어. 행복도 그런 것 아닐까, 하고 말했어." (본문 123)

행복이란 분명히 우리가 좇지 않으면 손에 쥘 수 없기도 하지만,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고 해서 "안녕? 내가 행복이야. 네가 날 찾고 있었구나"라고 웃으며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 나는 '행복은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문득 돌아보았을 때 발견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은 네 가지 단편 이야기를 통해서 책을 읽는 독자에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곁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마주보는 법을 들려준다. 책에 그려진 네 가지 에피소드는 미스터리 형식으로 독자를 교묘히 끌어들이고,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가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위즈덤하우스 ⓒ 노지현

  
첫 번째 이야기인 '하나, 둘'에서는 잡화점 쁘랑땅을 운영하는 키타가와 하루의 이야기다. 그녀가 가진 어떤 문제와 그녀를 사랑하는 사쿠라다 잇세이가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한 사건을 출발점으로, 쁘랑땅을 방문해 귀걸이 액세서리를 사 가는 '안도 나나'라는 인물를 통해서 서로의 완벽하지 않음을 마주보는 모습을 그린다.

하루와 안도 나나 두 사람의 사정은 전혀 다른 사정이고, 사정의 무게도 절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와 안도 나나 두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이어가는 걸 선택하는 장면은 화사한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바람이 그치면, 그곳에는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 귓불이 없는 사람. 아무런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은 분명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밖에서 볼 때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마음이나 몸의 어딘가 울퉁불퉁한 부분을 품고 살아간다. 그렇게 자신이라는 사람과 평생 함께 살아간다. 양쪽 귀에 예쁜 귀걸이를 하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나와 안도 씨, 잇세이에게도 우리 나름의 우리다운 행복이 있다. 앞으로도 그런 행복을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별다른 일 없는 하루하루를 쌓아나간다. (본문 63)

윗글은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의 첫 번째 이야기 '하나, 둘' 마지막 언저리에서 읽을 수 있는 하루의 독백이다. 이 독백 장면을 읽으면서 독자는 오늘을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나다운 행복이란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다. 나에게 나다운 행복은 오늘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일까?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은 하루의 쁘랑땅을 방문하는 누군가가 가진 사랑 고민을 시작점으로, 독자에게 우리가 바라거나 혹은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랑과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억지로 뭘 해야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두 번째 이야기인 '클로버'에서는 원거리 연애를 하는 어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세 번째 이야기인 '레진의 기술'에서는 쉽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어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네 번째 이야기인 '핸드메이드 봄'에서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어느 인물의 살짝 어긋나 버린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각 이야기 모두 하나하나 여운이 남겨지는 결말이 있었고, 이 모든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그 마음을 엮어서 마지막에 그리는 주인공 하루와 잇세이가 걸어가기로 결심한 길이 비치는 모습도 무척 좋았다. 소설 한 편을 읽는 일이 이렇게 따스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소설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오늘 당신에게 따뜻한 사랑이 필요하다면, 지친 일상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운이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 W-novel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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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블로그를 운영중인 대학생입니다. 평소에 여러가지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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