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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선수에서 보상선수로, 염혜선의 운명은?

[프로배구] 기업은행과 FA 계약 후 2년 만에 보상선수로 GS칼텍스 지명

19.04.17 09:23최종업데이트19.04.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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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V리그 여자부 FA시장에서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던 12명 중 2명만이 이적을 선택했다. GS칼텍스 KIXX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한 표승주와 기업은행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고예림이다. 그리고 이 두 선수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거 FA 보상 선수에서 FA 이적 선수로 신분(?)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FA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은 표승주는 왼쪽과 오른쪽, 중앙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하다가 올해 기업은행과 FA계약을 맺었다. 2017년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던 고예림 역시 곧바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뛰어난 수비와 준수한 공격력을 선보였고 현대건설과 1억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5일에는 FA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 지명도 마쳤다. 고예림을 보낸 기업은행은 현대건설로부터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낸 유망주 김주향을 지명했다. 그리고 표승주를 내준 GS칼텍스는 기업은행에서 조금 의외의 인물을 지명했다. 불과 2년 전 기업은행과 FA계약을 체결했던 염혜선 세터가 그 주인공이다. 보상선수에서 FA 이적 선수가 된 표승주, 고예림과 달리 염혜선 세터는 2년 만에 FA이적 선수에서 보상 선수로 전락(?)했다.

4년 연속 세터상에도 썩 높은 평가 받지 못했던 세터
 

현대건설에서 10년 동안 활약했던 염혜선은 2017년 기업은행과 FA자격을 체결했다. ⓒ 한국배구연맹

 
목포여상 시절부터 중앙여고의 시은미 세터(양산시청)와 함께 고교 넘버원 세터로 꼽히던 염혜선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건설의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당시 현대건설은 GS칼텍스로 이적한 이숙자 세터(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후계자로 점 찍었던 한수지(KGC인삼공사)가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해 세터 자리에 고민이 많았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염혜선이라는 전도유망한 세터를 그냥 지나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루키 시즌 2179회의 토스를 시도한 염혜선은 입단 첫 시즌부터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한수지가 인삼공사로 이적한 2009년부터 염혜선은 오랜 기간 현대건설의 대체불가 풀타임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현대건설 역시 2010-2011 시즌 양효진, 김수지(기업은행)의 성장과 FA 황연주의 영입으로 전력이 급상승했고 염혜선은 프로 입단 세 시즌 만에 챔프전 우승을 이끌며 V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세터로 떠올랐다. 

실제로 염혜선은 2010-2011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V리그 세터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을 이끌었던 김형실 감독이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한 이선구 감독은 대표팀에서 좀처럼 염혜선을 선발하지 않았다. 염혜선보다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뛰어난 김사니 세터(SBS SPORTS 해설위원)나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이효희 세터(도로공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살가상으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좋은 신체조건(179cm)을 가진 대형 세터 유망주 이다영이 입단하면서 탄탄하던 염혜선의 입지도 좁아지기 시작했다. 2015-2016 시즌에는 경험이 부족한 이다영 대신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현대건설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끌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이효희에 가려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생애 첫 FA자격을 얻은 후 현대건설과 연봉 1억5000만 원에 재계약했던 염혜선은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당시 현대건설은 이다영을 중심으로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었고 마침 기업은행은 김사니 세터의 은퇴로 세터진이 급격히 약해졌다. 결국 염혜선은 2017년 5월 연봉 1억7000만 원의 조건에 기업은행과 3년 계약을 체결하며 이적을 선택했다.

기업은행 이적 2년 만에 보상선수로 GS행, 트레이드 루머도 솔솔
 

2년 전 FA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던 염혜선은 올해 보상선수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 GS칼텍스 KIXX

 
염혜선은 2017년 6월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효희를 이어 여자배구의 새로운 야전사령관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염혜선은 많은 기복을 보이며 이고은 세터(GS칼텍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 메디슨 리쉘과는 비교적 좋은 호흡을 보였지만 정작 현대건설 시절 수 년 간 손발을 맞췄던 김수지를 비롯한 국내 선수들과는 손 발이 잘 맞지 않았다.

작년 6월 염혜선과 주전 경쟁을 하던 이고은 세터가 이나연 세터와 트레이드됐지만 2018-2019 시즌에도 염혜선 세터의 컨디션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나연 세터가 30경기에서 3058회의 세트를 시도하는 동안 염혜선 세터는 27경기에서 세트시도 496회에 그쳤다. 이원정(도로공사,1087회), 김다솔(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977회) 등 타 팀의 백업 세터들과 비교해도 지극히 한정된 기회만 주어진 셈이다.

결국 염혜선 세터는 지난 15일 FA 표승주에 대한 보상 선수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물론 새 구단에서 새 출발하는 것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지만 이미 GS칼텍스는 이고은과 안혜진으로 이어지는 젊은 세터진을 거느리고 있다. 침착한 경기운영과 뛰어난 수비를 갖춘 이고은, 과감한 토스와 강한 서브를 자랑하는 안혜진을 제치고 기복이 심한 염혜선이 얼마나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1991년 2월생인 염혜선은 1990년생 황민경(현대건설), 나현정 등과 드래프트 동기다. 현재 GS칼텍스 선수단에서 염혜선과 나이가 같거나 염혜선보다 나이가 더 많은 선수는 없다. 많은 배구팬들이 GS칼텍스가 FA보상선수로 염혜선을 지명했을 때 추가 트레이드를 예상한 이유다. GS칼텍스는 지난 2017년에도 황민경의 보상 선수로 노장 한유미(KBS N SPORTS 해설위원)를 지명한 다음 곧바로 김유리와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바 있다.

표승주를 내주고 이고은과 재계약한 GS칼텍스의 취약 포지션이 세터가 아니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GS칼텍스 역시 출전 기회가 필요한 염혜선 세터에게 썩 어울리는 팀이 아니다. 물론 두 번의 챔프전 우승과 4번의 세터상 수상 경험을 갖춘 염혜선 세터는 아직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한 20대의 젊은 선수다. 공식적으로 FA 보상선수 지명까지 모두 끝났지만 염혜선 세터의 최종 행선지는 여전히 배구팬들에게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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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GS칼텍스 KIXX 염혜선 보상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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