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극치인 돌마바흐체 궁전, 그 비극적 결말

[천의 얼굴, 터키 여행 5]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

등록 2019.04.18 12:08수정 2019.04.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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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서의 첫 밤. 시차 때문일까? 눈을 뜨니 새벽 4시. 아직 깜깜한 밤입니다. 잠을 설쳤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일정 때문에 늦지 않아야겠다는 조바심을 낸 것 같습니다. 아침 잠 많은 아내도 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침 공기가 쌀쌀합니다. 우리는 보스포루스 해협 유람선 관광을 위해 선착장을 향해 이동하였습니다. 얼마 안 가 일행 중 한 분이 탄성을 지릅니다.

"해가 떠오르려나 봐요! 동쪽 하늘이 온통 붉어지고 있어요!"
  

터키 이스탄불 아침 일출. 이국땅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 전갑남


우리는 일제히 바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찬란한 태양이 힘찬 기상을 합니다. 맑은 아침 공기를 뚫고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가이드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좀 더 일찍 서둘러 유람선 위에서 일출을 봤어야 하는데! 아시아와 유럽을 사이에 두고 뜨는 해는 남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출렁이는 푸른 바다, 유람선 위에서의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합니다. 빛나는 햇살이 다가옵니다. 어제 뜬 해, 오늘 뜨는 해가 같을 진데, 이국땅에서 맞이하는 아침 태양이 신선함과 함께 가슴 벅찬 기쁨을 줍니다.

색다름으로 다가오는 보스포루스 해협

터키 지도를 확대해보면 보스포루스 해협은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이 서로 마주보며 마치 금이 간 것처럼 갈라져 있습니다. 갈라진 틈새가 흑해와 지중해 물길을 터주고 있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보는 이스탄불의 모스크. 첨탑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 전갑남

   

보스포루스 해협에 놓인 갈라타 다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해줍니다. ⓒ 전갑남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은 보스포루스 해협에 의해 나뉩니다. 해협을 끼고 위치한 이스탄불은 동로마 비잔틴과 오스만 투르크로 이어지는 제국의 수도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수천년 역사에 의해 동양과 서양이 또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요지경처럼 뒤섞여 있는 것입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넘실대는 파도가 가슴을 파고 듭니다. 흑해와 지중해를 가둬놓지 않은 바다는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저 쪽은 아사아 대륙! 이 쪽은 유럽 대륙!"

유람선에 몸을 실은 우리 일행은 해협 양쪽을 가리키며 신기해합니다. 거대한 대륙을 갈라놓은 30여km 해협의 바닷길. 바닷길의 보이지 않은 선을 따라가 봅니다. 한 대륙이 끝나는 곳에 또 한 대륙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닷물은 섞여 하나로 잘도 흐릅니다. 그런데, 넓은 땅을 차지하려는 대륙간 세력들은 해협을 두고 얼마나 많은 싸움을 벌였을까요? 승리의 영광과 쓰라린 패배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에서도 역사는 물길처럼 흐르고 흘렀을 것입니다.

좁은 곳은 700여m, 넓은 곳은 3.5km에 이르는 해협의 물살은 상상 외로 세차게 흐릅니다. 배 위에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물길이 거셉니다. 흔들리는 선상에서 이스탄불의 멋진 풍광에 취해 있는 동안, 아내가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지릅니다.

"여보, 여보! 저기 좀 봐! 저거 혹시 고래 아냐?"
"고래?"
"저거 고래 아니고 뭐야?"
"맞아. 고래가 맞네!"

  

거센 파도를 헤치며 고개가 춤을 추며 지나간 자리입니다. 고래의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 전갑남


잠깐 물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서너 마리의 고래가 먼발치서 헤엄쳐 갑니다. 순간적으로 나타나서 춤추듯이 사라지는 고래의 모습이 참 신기합니다.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잡아 순간 포착을 노리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낚시에 걸린 큰 물고기를 놓친 것처럼요.

"녀석들, 지중해에서 놀다 무슨 일로 흑해로 가는 걸까?"
"우리처럼 고래도 여행을 즐기는 거겠죠!"


지중해 마르마라해를 지나 흑해까지 경계를 뛰어넘는 고래 떼의 자유분방함이 부럽습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보스포루스 해협에서는 심심찮게 돌고래가 목격된다고 합니다. 우연찮게 고래를 본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해협 해안가 건축물들도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 전갑남


이스탄불 해안가 언덕 위로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유럽 쪽은 비즈니스 도시로, 아시아 쪽은 주거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유럽과 아시아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을 뿐입니다.

"저게 돌마바흐체 궁전이에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삼아 지었다는데, 바다에서 보니 정말 아름답죠!"

가이드가 가리키는 궁전이 참 아름답습니다. 궁전은 유럽 쪽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습니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화려함 뒤에는

갈라타 다리 근처의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보스포루스 제2대교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였습니다. 1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유람선 투어를 마친 우리는 좀 전 바다에서 봤던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시대 절대적 권력을 휘두른 술탄들이 거주한 궁전은 어떠할까? 그 비밀이 궁전 안에 있다고 합니다.
  

보스포루스 해협 해안가에 자리 잡은 돌마바흐체 궁전. 오스만 제국 말기 술탄이 거쳐했던 궁전입니다. ⓒ 전갑남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 시계탑. ⓒ 전갑남

 

돌마바흐체 궁전의 정원도 참 아름답게 가꿔져 있습니다. ⓒ 전갑남


'돌마바흐체'라는 말은 '가득 찬 정원'이라는 뜻인데, 바다를 메우고 세워 붙여진 이름입니다. 궁전 앞 거대한 시계탑은 궁전의 수문장처럼 우뚝 서있습니다. 많은 수목들과 잘 가꿔진 정원이 아름답습니다. 궁전을 지키는 두 마리의 어미 사자상도 인상 깊습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오스만 제국 말기, 압뒬 메지드 1세가 13년에 걸쳐 1856년에 완공하였습니다. 궁전 입장은 비닐 덧신을 신고 입장합니다. 궁전 안에서는 사진 촬영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궁전이 화려하고, 섬세하기 그지없습니다. 궁전의 총길이는 600m인데, 홀 43개, 방 285개, 발코니 6개로 구성되었습니다. 내부 장식이 웅장하면서도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합니다. 대리석과 가구, 바닥의 양탄자, 무엇보다도 무려 14톤의 금과 40톤의 은으로 곳곳을 장식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궁전 밖에서 촬영한 궁전 안의 그랜드 홀 샹들리에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 전갑남


궁전에서 가장 화려한 결정판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랜드 홀 천정에 매달려 있는 초대형 샹들리에가 그것입니다. 홀의 크기도 놀랍지만 36m나 되는 샹들리에는 마치 궁전의 위용을 뽐내는 것 같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마바흐체 궁전의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역사가 있습니다. 궁전은 쇠락하는 제국의 부흥을 위해 건축하였으나, 그것이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었고 제국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터키가 공화제로 바뀐 뒤, '터키의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관저로 사용하였습니다. 1938년 11월 10일 아타튀르크 대통령은 집무 도중 사망했습니다. 그가 숨을 거둔 시간이 오전 9시 5분인데, 궁전 안 시계는 그 시간에 멈춰 세워 아타튀르크 대통령을 추앙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궁전을 빠져나오며 한마디 합니다.

"인간이 탐할 수 있는 화려함을 다 쏟은 것 같아! 궁전을 끼고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아름다움도 모자란 걸까?"
  

19세기 중반 보스포루스 해협에 인접한 돌마바흐체 궁전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건축되었습니다. ⓒ 전갑남


분에 넘치는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고자 했던 돌마바흐체 궁전! 또 그것으로 제국의 화려한 영화를 되찾으려는 것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제국은 막을 내린 것입니다. 

돌마바흐체 궁전 안 스테인드글라스 통해서 아름다운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입니다. 바다는 오스만 제국의 흥망성쇠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물결치며 유럽과 아시아 틈새를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궁전 안에서 보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참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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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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