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운은 타고 났다더니, 운빨도 끝난 걸까

[철없는 마흔의 오늘] 마흔이 되고 나니

등록 2019.04.19 20:55수정 2019.04.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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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이다. 마흔, 불혹이라 함은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는 나이라던데 어째서 나는 이리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흔들리는 걸까?

마흔, 싱글, 박봉의 직장. 현재 나를 지배하는 키워드들이다. 나이 열일곱에는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여겼다. 서태지도 나의 사춘기를 빛나게 해주기 위해 딱 그 시대에 나왔었노라 착각하던 그 시절. 철딱서니라고는 1도 없던 시절이지만 꿈과 용기, 미래가 있던 시절이었다.

그 열일곱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뭐라고 말 하려나. 세상을 집어 삼킬 것 같던 그 여자 아이가 나에게 던질 말들을 생각하자니 심장이 서슬하다.

'너 왜 그렇게 살아?'

생각해보면 항상 열심히 살았던 거 같은데,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일까. 나이가 나를 지배하기 전에는 사주에 직업운을 타고 났다는 어느 용한 점쟁이의 예언 덕분인지 좋은 직장에 턱턱 여러 번 붙기도 했다.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걸까, 자신이 없어 도망을 친 걸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마다 다다르게 되는 후회의 도돌이표. 잠자코 그 직장을 다녔다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아직은 앳되고 푸르던 20대, 결혼을 전제로 만난 소개팅 그 남자와 결혼했다면 지금의 나는 행복했을까?

 

어느 용한 점쟁이의 예언 덕분인지 좋은 직장에 턱턱 여러 번 붙기도 했다. ⓒ Pixabay

 
한 줄 한 줄 깊어져가는 주름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이, 나의 운빨은 진정 끝난 것인지 전직을 위한 이력서 서류전형의 합격조차 힘들어진 나이, 이제는 내 인생에 결혼이란 게 진정 있는 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내 인생을 위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조차 잃어버린 나이. 마흔.

앞이 안 보이는 터널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어버린 거 같은데, 예전 같았으면 무턱대고 느낌 대로 걸어 나갔을 거 같은데, 이제는 무섭고 두렵다. 또 틀린 길로 가게 될까 봐, 그럼 영영 다시 나의 길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너무 무서워 어린 아이처럼 울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마흔이니까. 이제는 어린 애가 아니니까.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있는 걸까? 그 정답을 내가 찾을 수 있기는 한 걸까? 정말 아직 늦지 않은 걸까? 이런 신세 타령 후 일반적인 글의 전개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세 시대 아직은 한창이니까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앞으로 걸어 나가겠노라, 하겠지만 다 헛소리다.

동화 같은 해피엔딩은 없다. 나는 10년, 20년 후에도 여전히 흔들리겠지. 다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아주 조금이더라도 내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었으면 하는 것. 그리고 조금만 더 행복했으면 하는 것.

내일 아침에도 '평생 이렇게 살면 어쩌나'를 고민하며 출근을 하고 또 하루를 살아낼 내가 꾸역꾸역 찾아낸 오늘을 사는 방법은 '그래, 이 순간 행복하면 됐다'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조차 내가 행복한지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한 잔의 커피로도, 동료의 어쭙잖은 유머로도 한순간 행복할 수 있으니 괜찮다.

그런 순간 순간을 끌어모으다 보면 24시간 중 행복한 시간이 3분은 되겠지, 아니 그래도 5분은 되겠지. 이 글을 완성하여 편집부로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만은 행복하겠지. 그럼 됐다. 오늘 하루 잘 버텼으니. 마흔의 어느 하루 또 잘 보냈지 믿으련다. 이런 게 인생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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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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