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회의원인데"... 그렇게 잘들 나셨습니까?

[정치 잡학다식 1cm] 국회의원+자부심 '국회의원부심'에 대하여

등록 2019.04.18 17:47수정 2019.04.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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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한 정당의 의원총회 현장. 이 당 소속 의원 하나가 출입구 앞에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문 앞에는 당직자 2명이 서 있는데, 이들은 그 의원의 출입을 막습니다. 이어 수차례 '당원권이 정지돼 출입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윽고 고성이 나옵니다.
 
"뭐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 이러려고 당원권 정지했어?"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시작 전의 풍경입니다. 고성을 지른 이는 이언주 의원(경기 광명시을, 재선). 그는 손학규 당대표에게 "찌질하다" 등의 발언을 해 1년간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죠. 의원총회장 입구에서 입장을 저지당한 이 의원은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이 현장에 도착하자 그 틈을 타 저지하는 당직자를 밀치고 입장합니다. 결국 이날 이언주 의원은 발언권은 없는 상태로 참관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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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기다리는 배지4.13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2016년 4월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됐다. ⓒ 공동취재사진

이 대목에서 눈에 들어오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뭐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입니다. '국민의 대변자이자, 헌법기관이자, 입법기관인 내게 왜 이러느냐'는 일종의 '국회의원부심(국회의원+자부심)'입니다.
 
사실 이런 수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를 두고 '국회의원 갑질', '법위의 국회의원'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런 비판은 왜 나왔을까요?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국회의원부심'들을 한번 조명해볼까 합니다.
 
[어디 감히] 강효상 "국회의원보다 더 위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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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참석한 강효상 의원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7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지난 5일, 국회는 소위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회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상임위원회가 둘 이상의 소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법률심사소위를 매월 2회 이상 개회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국회법' 통과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쟁점은 '복수의 법률심사소위 설치, 주 1회 소위원회 개최 의무화'를 골자로 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견서 때문이었습니다. 강효상,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의장 의견'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았습니다.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장 거기는 보스고, 우리는 여기 부하들이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가 '이것은 국회혁신자문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설명했지만, 강 의원은 계속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러다가 이런 대화로까지 이어집니다.
 
◯강효상 위원 : "아니, 국회의장…… 혁신위의 의견이라면서요?"
◯소위원장 이철희 : "잠깐 계셔 보세요. 말씀하세요."
◯국회사무처입법차장 한공식 : "지금 형식적으로 강효상 위원님이 충분히 그런 말씀 하실 수 있다고 보고요. 사실 국회……"
◯강효상 위원 : "제 말씀에 대해서 지금 평가를 하시는 겁니까? '당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지금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국회사무처입법차장 한공식 : "그것은 아니고요."
◯강효상 위원 : "지금 저하고 회의를 같이 하자는 겁니까, 뭡니까? 국회의원보다 더 위에 있습니까? 지금 사무처가 우리 국회의원 머리 꼭대기에 있는 거예요? 국회의장만 믿고 지금 국회의원…… 이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겁니까? 국회의장 백만 믿고 지금 국회의원 알기를 우습게 압니까? 국회의원이 한마디 하니까 '아, 당신 그 말도 일리가 있어'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국회사무처입법차장 한공식 : "위원님, 그 부분은 아니고요, 일반 의원님들은……"
- 2019년 4월 4일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 회의록

 
사무처의 고위 관계자가 의견을 피력하자 터진 일갈입니다. 국민들은 이 말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내가 누군데] 김정호 "내가 국토위 국회의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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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공항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사진은 지난해 12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의원이 자신의 직위를 특권처럼 여긴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 김정호 민주당 의원의 '공항 갑질 논란'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2018년 12월 20일 김포공항에서 '신분증을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꺼내 보여달라'는 공항 직원을 상대로 '국회의원부심'을 시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건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는 "내가 국토위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를 안 서네" "야, (공항공사) 사장한테 전화해" 등 폭언을 했다고 보도했지요.
 
이후 김 의원은 "욕설은 없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또 자신을 '국토위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한 것을 두고는 "'내가 (국토위 위원이라) 모르고 물어보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야당들은 '갑질', '특권의식'이라고 비판했고, 시민단체는 그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논란 발발 닷새 뒤 김정호 의원은 "저의 불미스런 언행으로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리고 심려케 해서 너무나 죄송하다"라며 사과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는요? 지난 3월 경찰은 그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김 의원이 보안 직원을 억압하려 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라고 하네요.
 
[프리패스] 권석창 "나 국회의원인데..." 경찰-소방당국을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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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 전 한국당 의원. 사진은 2017년 12월 24일 오후 화재참사로 29명이 사망한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경찰 고위직에 항의전화까지 해가며 통제 구역인 제천 화재 참사현장에 들어가 눈총을 사고 있다. ⓒ 심규상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화재 사고 현장. 사고 원인 파악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찰과 소방당국 앞에 권석창 전 한국당 의원이 등장했습니다.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터라 마음이 급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사고현장의 통제권은 경찰과 소방당국에 있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전 의원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 국회의원인데..."
 
그는 화재가 난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을 봐야겠다면서 돌파를 시도했지만 제지당했습니다. 당시 안에서는 국과수의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있었죠. 권 전 의원은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그는 남택화 충북경찰청장에 전화를 걸어 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남택화 청장의 허락을 받은 권 전 의원은 복장을 갖춰 입고 현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수사본부 현장 합동조사를 참관한 유족 대표들도 경찰의 요청에 따라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곳에서 말입니다.
 
이후 권 전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경찰-소방당국의 통제를 뛰어넘는 행위였으니까요. 이 사건과는 별개로 그는 2018년 5월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금배지를 내려놓게 됐습니다.
 
[말대꾸 금지] 정우택 "국회의원한테 그 따위로 해!!!"
 
국정감사장의 다른 이름은 '호통의 현장'일 듯합니다. 매년 10월 전후로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자주 호통과 고성이 나오곤 하죠. 의원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니까요.
 
2017년 10월 국감에서 포착된 '국회의원부심'은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직 의원과 전직 의원인 피감기관 수장의 한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모든 건 아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레알영상] '친박' 강원랜드 사장에게 격분... 정우택은 왜? ⓒ 이승열

 
정우택 : "아냐 모르냐 물어봤어요. 알고 계시냐. 내가 그 설명을 들어야 돼요? 7분을"
함승희 : "다음 질문하시죠."
정우택 : "지금 뭐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 그따위로... (중략) 지금도 말대꾸 하고 있잖아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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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장관이나 헌법재판관 등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 서면 정치인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라며 꺼내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정서법'입니다. 이 국민정서법은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되겠죠. 국회의원은 임기 초에 이런 선서를 합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 선서를 되새김질 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가 국회의원인데..."라는 말은 더 이상 안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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