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국장 "최고존엄 모독한 폼페이오와 협상 못해"

'빅 딜' 강조하고 있는 미국에 불만 표시... '독재자' 표현 쓴 폼페이오에 '말조심' 메시지?

등록 2019.04.18 18:00수정 2019.04.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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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자료사진) ⓒ 미국 국무부

북한이 향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을 협상 상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내놓은 여러 발언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보도했다.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미국이 올해 말 전에 계산법을 바꾸고 화답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으로 만 사람이 명백히 이해하고 있는 때에 미국무장관 폼페이오만이 혼자 연말까지 미조(미국·북한)사이의 실무협상을 끝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잠꼬대같은 소리를 하여 사람들의 조소를 자아내고있다"고 논평했다.

권 국장은 또 "폼페이오는 지난 기간 평양을 찾아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의 접견을 여러 차례 받고 비핵화를 애걸하고는 뒤돌아 앉아 지난주에 있은 국회 청문회들에서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을 줴침(마구 말함)으로써 자기의 저질적인 인간됨을 스스로 드러내고 이성적인 사람들의 경악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 시정연설의 의미가 "미국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겠는지(거꾸러질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와는 여전히 좋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여"

권 국장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여전히 좋은 것이며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노이수뇌회담(2차 북미정상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여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군(흩어지곤)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생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측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했다'는 주장은, 김 위원장을 '독재자'로 지칭한 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일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독재자(tyrant)라고 불렀는데, 김정은에 대해서도 같은 표현을 쓰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내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김 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내비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 '여전히 빅 딜이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북측이 권 국장을 내세워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3차 북미정상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의 권정근 국장 발언 보도는 민간인 필자의 논평이 아닌 북한 당국자를 통해 나온 것이어서 단순 비난성 발언으로 치부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하지만 리용호 외무상이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아니라 북미대화의 실무급 책임자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에 나섰을 때 실제로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권 국장 발언 보도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에 '말조심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톱다운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권정근 #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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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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